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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수녀님의 행복수업

기자명 법보신문

『풍요로운 가난』엠마뉘엘 수녀 / 마음산책

연말입니다.
없는 사람에게는 모진 추위처럼 무서운 것도 없다고 합니다. 부유한 사람의 집은 난방이 잘 되어 있어 한여름 같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만나야지’라는 안부전화라도 한 통 받지 못하면 주머니가 빈 것보다 더 울적해집니다.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행복한 사람과 외로운 사람이 요즘처럼 극명하게 나뉘는 때가 또 있을까요? 나는 인생을 잘 살아왔나, 난 정말 지금 행복한가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때도 바로 요즈음입니다.

최근에 참 좋은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풍요로운 가난』이라고 하는, 90세를 훌쩍 넘긴 수녀님이 쓴 책입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여섯 살 때 눈앞에서 아버지가 익사하는 모습을 목격하고서 일찍부터 세상에는 아픔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사람. 수녀가 되고난 뒤에는 제3세계의 수녀교사가 되어 프랑스어와 철학을 가르친 사람.

하지만 이 분은 이런 공식적인 활동에서 은퇴하고부터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62세가 되던 해 이집트 카이로의 빈민가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학교와 보건소를 세우고 집을 짓습니다. 그러기를 무려 23년.

호호백발 할머니 수녀가 되어 프랑스로 돌아온 뒤에 엠마뉘엘 수녀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정작 모자라는 것이 하나도 없는 ‘선진국’ 프랑스에 불행한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곰곰 생각해본 수녀님은 마침내 펜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가난한 것이 아니라 가난하다고 생각해서 가난한 것입니다. 내 자신 하나만 놓고 보면 이미 충분히 소유하였지만 남과 비교해볼 때 덜 가졌거나 더 가지지 못했기에 나는 가난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행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행복해지려면 먼저 자기가 쥐고 있는 것을 조금 내려놓는 일부터 해야 함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손아귀의 힘을 풀지 않으면서 ‘당신 말대로 한다고 해서 설마 내가 진짜로 행복해지겠느냐’고 의심한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봉사니, 자선이니, 자비니, 사랑이니 백날 말로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엠마뉘엘 수녀님은 주장합니다.

‘현장에 가라.’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라.’

그리고 나보다 덜 가진 사람을 대하면서 자기 자신이 온전히 들여다보인다는 충고도 잊지 않습니다. 아상을 비운다고 비웠건만 어떤 경지를 얻었다고 느낄 때마다 마음속에 떡 하니 들어 앉아 있는 우월콤플렉스를 발견하게 되는 것도 바로 현장에서 몸으로 살아보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새해에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의 책상 위에 이 책이 놓였으면 좋겠습니다. 내 눈을 다시 뜨게 한 할머니 수녀님의 행복수업을 당신에게 권합니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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