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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경, 올바른 수행법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12.20 16:18
  • 댓글 0

“집중력 잃지 않으면 수행 효과 있다”

<사진설명> 바쁜 현대 생활 속에 수행법도 변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사경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경의 수행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한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편리 좇는 사회풍조 산물이다” 반론도
“전문가, “출력해 결과물 확인 습관 필요”

각종 편리한 도구들이 넘쳐나는 21세기. 미디어과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세상의 변화도 크다. 불자들의 수행생활도 마찬가지. 새로운 기술이 일상화될 때마다 불자들의 수행생활도 조금씩 변화하기 마련이다. 가장 눈에 띄는 수행법이 바로 사경(寫經)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전은 ‘인터넷 사경’이라는 신 수행풍속을 낳았다.

사경의 ‘사(寫)’는 ‘옮겨 적다’, ‘베끼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고대 인도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고안된 수행법으로 알려져 있다. 사경은 경전을 손수 옮겨 적으며 그 의미를 깊이 이해하게 되고 인내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원력을 다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최근 크게 각광 받고 있는 수행법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도 ‘인터넷 사경’이 활성화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각종 카페나 블로그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어김없이 ‘한 줄 사경’, ‘사경하기’와 같은 게시판이 마련돼 있다. 손이 아닌 타이핑으로 이뤄지는 ‘인터넷 사경’. 과연 올바른 수행법으로 볼 수 있을까?

인터넷 사경에 동참하고 있는 불자들은 대체로 “사경의 목적은 글을 쓰면서 정신 집중을 하여 선과 같이 고도의 입정 상태를 이루는데 있다”며 “만약 타이핑을 할 때 3배를 하고 한 글자 타이핑하는 식으로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매일 틈나는 데로 인터넷 카페에서 한 줄 사경에 동참하고 있다는 이철호 씨(36, 혜명)는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는 차분하게 앉아 수행을 할 여유란 거의 없다”며 “점심시간이나 잠자기 전 10여 분만 투자해도 되는 인터넷 사경은 우리 같은 직장인들이 신심을 이어갈 수 있는 좋은 매체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통 사경 수행법을 보급하고 있는 수행자들은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회장은 “인터넷 사경수행을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회장은 “인터넷 상에서 자판을 두드리며 하는 사경은 짧은 시간이나마 경전을 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속적인 집중이 어렵기 때문에 큰 수행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인터넷 사경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나온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내 몸이 수고로워야 진정한 공부가 된다는 측면에서 인터넷 사경은 큰 공부가 되기 힘들다고 했다.

김 회장은 “사경수행이란 과정은 힘들지만집중력과 정성을 다해 경전의 의미를 되새기며 해야하고 세월이 지나면서 비로소 그 공덕이 쌓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사경을 해야 한다면 효과를 조금이라도 극대화하기 위해 사경 후 반드시 출력을 통해 자신의 결과물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불자들이 신심을 이어가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순기능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인터넷 사경을 하고 있는 수행자들이 진정한 사경 수행의 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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