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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계율교실을 마치며

기자명 법보신문

계율, 자신의 수행이자 타인과 소통고리

지계 통해 인격완성-완전한 소통 이뤄야

1년 동안 독자와 함께해 온 계율교실의 마지막 원고를 쓰는 오늘이 공교롭게도 제17대 대통령선거일이다. 선거일은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지만, 5년 동안 국정을 운영해 온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마무리를 시작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2002년 오늘 선거에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적이고 부패한 국가 시스템을 혁신하여 서민과 소외받았던 사람들이 밝게 살아가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국민에게 많은 기대감을 주었다.

하지만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노무현 정부는 국민들과 진심으로 대화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실책을 지적하는 여론에 귀를 막고 대통령과 정부를 의도적으로 음해하려는 세력의 공격으로 치부해 버렸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의 공과 과를 적합하게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자신들 역시 일부이기는 해도 권력의 달콤한 맛에 빠져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 그리고 이를 비난하는 여론에 대해 과오를 인정하고 신뢰회복을 위해 소통하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시되어 왔다.

부도덕성에 근거한 소통의 부재는 비단 정치와 관련된 영역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올해는 언론에 보도된 마곡사와 관음사 사태, 그리고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국대 신정아 씨 사태 등, 불교계에서도 너무 크고 많은 불상사가 발생했다. 필자는 이러한 불상사의 배경에는 윤리의식의 부재가 일차적 원인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계율 정신과 그 실천의 상실로 인해 불교계는 큰 홍역을 치른 것이다. 일반사회에 윤리라는 것이 있다면, 종교계에는 일반사회보다 더 엄격한 내용의 윤리가 존재한다. 불교에서는 이를 계율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는 수행의 첫걸음에 비유될 만큼 불교도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필수적이고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불교계는 계율을 잊고 살아왔다. 계와 율의 철저한 실천을 통해 수행에 정진하고 재가자의 모범이 되어야 할 출가자나, 계의 실천을 통해 스스로의 심신을 닦아 올바른 삶을 살아야 할 재가자나 양쪽 모두 잠시 그 중요성을 망각해 왔다. 이로 인해 서로에 대한 불신은 한 없이 커지고 결국 출가자와 재가자 사이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까지 이르고 만 것이다. 이것은 불교계 내부를 넘어 이제 일반사회와 불교계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대형사고의 발생은 다행히도 불교계에 각성의 기회를 주게 된 것 같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계율에 관한 관심이 이를 대변해 준다고 할 것이다.

1년 동안 필자는 계율이란 것이 과연 불교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가르침인지를 독자와 함께 고민하는 기분으로 연재해 왔다. 그 결과, 계율이란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닦는 수행임과 동시에 다른 사람과의 원활한 소통을 도와주는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더욱 더 중요한 가르침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간(人間)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사람(人) 가운데(間) 존재한다. 이 세상에 완전히 고립된 인간은 없으며,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이미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규칙을 익혀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윤리이다. 윤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 때 사람들 사이에는 신뢰에 바탕을 둔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만, 이 규칙을 위반한다면 반목과 불신 등으로 인해 서로에게서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세간의 윤리와 더불어 불교도에게는 불교도로서 자긍심을 갖고 실천해야 할 계율이라는 고귀한 삶의 지침이 있다. 계율의 실천을 통해 자신의 인격 완성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을 둘러싼 주변 세계와의 원활한 소통을 도모할 수 있는 불자 여러분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동국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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