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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보현행원으로

기자명 법보신문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일미세계로 화합하는
태안 앞바다가 신음
안방 닦듯  모래 닦아
불성 광명 드러내야

한 덩어리 붉은 해가 검은 파도를 떨치고 바다에서 솟구쳐 오른다. 갓난아이처럼 방긋한 미소로 빛을 토하며 서서히 뭍으로 기어오르고 있다. 탐진치 삼독이 반야의 작용인줄 알아 일체 생멸인연이 밑바닥을 쳐야 안심입명 하는 불성 광명이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에서는 보현보살이 열 가지 행원을 설하며 부처님의 무량한 공덕을 지금 이 자리에 시현해 보이고 있다. 보현행원은 부처님의 세상을 여는 열쇠이며 영원한 자기의 생명을 개척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현대인들은 온갖 정보의 훈습으로 가치관이 흔들려 방황하고 있으며 수행하는 사람들도 안일한 선정에 매몰되어 더 이상 길을 몰라 헤매고 있다. 보현행원은 모든 생명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한줄기 빛이고 최상의 진실이다.

불성의 광명은 찬란한 태양이 차별 없게 만물을 비추듯이 누구나 부족함이 없어 원만하게 구족되어 있다. 그러므로 나는 아직 어리석은 범부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바로 보현행원을 실천하면 바로 부처이니 더 이상 닦음을 필요로 하는 방편의 가르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부처와 중생 나와 너라는 의식이 남아 있으면 양극의 차별을 넘어 일체 생명들을 부처님으로 섬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모양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며 생각이 다르지만 나는 오직 이러한 진실만을 믿기에 나를 때리거나 미워하고 죽이려는 사람들도 상대의 허물이 나의 허물인줄 알아 다 같이 나의 업력을 녹여주는 선지식으로 모셔야 한다. 하물며 이러할진대 하나의 국토에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남북으로 갈라져서 화합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러한 진실을 외면하고 경제가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몸은 살찌울지라도 불성의 광명은 어두워지고 말 것이다.

바다는 간밤에도 잠 못 이루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인간들의 욕망으로 저질러진 검은 업력을 정화 하느라 밤새워 앓고 있다. 일체 강물을 일미의 세계로 화합하는 바다가 깊은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나와 자연을 둘로 보지 말고 욕망을 줄이라고 침묵의 시위를 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지구상의 많은 생명들이 멸종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사람의 생명인들 온전할 리가 없다. 이 모든 허물은 나의 어리석음으로 지었으니 부처님께 목숨 바쳐 참회해야 한다.

 무시이래로 신구의(身口意) 삼업으로 지은 죄 불성 광명을 가리는 구름이었으나 이제 죄의 성품이 공함을 바로 보니 실체가 없음을 깨달아 진심으로 참회가 성취 되었다. 또한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지은바 이웃들의 죄를 대신하여 참회 하나니 영원히 다시 짓지 않기를 맹세한다. 참회를 마치고 나니 자성의 지혜 광명이 드러남에 모든 죄업은 봄눈 녹듯 흔적 없이 사라지고 보현행원의 원력이 샘물처럼 솟아오른다. 남의 허물을 봄에 나의 잘못인줄 깨달으니 일체가 마음 밖에는 한물건도 없음을 알아 가슴을 치는 원망과 증오가 사라지고 부처님의 무연대비가 넘쳐흐른다.

크게 죽어 다시 살아나야 안심입명하는 태안의 바닷가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두 무릎을 꿇고 안방을 닦아내듯 항하사 같은 모래마다 켜켜이 쌓여있는 어둠을 쓸어내며 불성의 광명을 드러내고 있다. 항하사 같은 모래마다 부처님이 태양처럼 빛나고 있다. 보현행원으로 다시 걸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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