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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연재를 시작하며

기자명 법보신문

“전통 계승해 창조한 21세기 불화의 탄생”

무자년 새해를 맞아 「법보신문」에서는 특별기회 ‘세상의 부처와 진리의 말씀 천불만다라’ 연재를 시작한다. 『법구경』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그 내용을 수화로 설하고 있는 부처님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 함께 게재되는 이번 연재를 통해 「법보신문」은 경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불교 미술의 새로운 영역에 대한 개척 과정을 생생히 전달하고자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연재를 시작하며 이번 연재에 동참한 네 명의 전문가들을 통해 이번 기획의 의미와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편집자

 

대담에 참석하신 분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학 교수

중앙승가대학 교수이자 금장사 주지인 본각 스님은 『법구경』의 말씀을 소개하고 풀이해준다. 법정 스님의 저서 『진리의 말씀 법구경』을 참고로 독자들에게 경전 속에 남아있는 생생한 부처님의 육성을 쉽고 현실감 있게 전달해 줄 예정이다.

이시우 전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원 한림원 정회원인 이시우 박사는 ‘별을 사랑하면서 부처님의 말씀도 사랑하게 됐다’는 독특한 이력의 불자다. ‘천불만다라’과정에서 ‘별’이라는 소재를 제공함으로써 이번 작품의 불교적 의미를 더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이호신 미술작가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불교의 전통을 계승하는 문화인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불화’를 조성하고자 ‘천불’이라는 초기불교의 미술 양식을 선택했다. 천불조성을 발원한 그는 오늘도 화실에서 정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김장경 조계사 원심회 회장

지난 20여 년간 불교 수화의 정립과 보급, 청각장애인불자들을 위한 신행 기반 마련에 헌신해 온 김장경 회장은 『법구경』의 말씀을 수화로 표현해내는 중책을 맡았다. ‘제한된 화폭에 담다 보니 표현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사회 : 「법보신문」에 연재 되는 ‘세상의 부처 진리의 말씀 천불만다라’는 어떤 작품인가

이호신 : 천불만다라는 기존 전통 불화의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초기불교의 형식을 존중하면서도 내용과 기법을 달리한 작품이다. 몇 해 전 인도로 성지 순례를 갔을 때 아잔타 석굴에서 5세기 초기에 조성된 천불을 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 천불의 손 모양이 모두 달랐었다. 요즘 우리 불교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획일한 형태의 천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초기불교에서 보여졌던 다양한 모습의 천불을 조성하고자 했다. 불화에는 각 시대마다 양식사가 있다. 신라시대 양식, 고려시대 양식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시대의 불화 양식이 창조되지 않고 있다. 불화는 전통문화유산 창작의 영역이 아닌 전승공예의 영역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불교 미술이 갖고 있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창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불교미술에 있어서 시대의 양식을 반영하는 창작성과 전통을 계승하는 종교성, 이 두 가지는 새의 양 날개와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업은 불화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오늘날의 양식을 창조함으로써 21세기의 불화 양식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사회 : 이번 작업은 본각 스님의 발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본각 스님 : 2000년에 공덕장이라는 보살이 이곳 은평구에 60평짜리 주택을 보시하면서 사찰 불사를 발원했다. 보시한 불자의 뜻을 살려 그곳을 어린이 법당으로 3년간 활용해 왔는데 인근 주택을 추가로 매입하게 되면서 새로운 불사를 발원했다. 불사를 진행하기 위해 법당에 천불을 모시고자 했는데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획일적 형태의 천불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부처님을 모시고 싶었다. 때마침 이호신 화백과 의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이 화백께서 내 고민을 듣고 ‘천불만다라’를 기획했다.

사회 : 작가의 창작열과 스님의 발원이 모아져서 이번 작품이 탄생된 듯하다. 작가의 의도와 스님의 발원을 작품으로 구체화 시키는데 있어서 어떤 양식을 선택하고 있는가.

이호신 : 다양한 형태의 천불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테마가 필요했다. 그때 스님이 『법구경』을 설하시는 부처님의 모습을 제안했다. 그리고 설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수화로 설법을 하는 부처님을 표현하면 다양한 형태의 천불을 조성할 수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수화로 설법하시는 부처님은 ‘진리의 말씀’이라는 『법구경』을 장애인들을 위해 설한다는 의미에서 모든 차별과 장애를 너머 부처님의 진리와 자비의 구현을 상징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세계의 불상을 화폭에 담는 과정에서는 천문학자인 이시우 박사님의 도움을 얻어 배경에 별자리를 그려 넣음으로써 시방법계에 가득한 부처님과 진리의 말씀을 상징했다.

사회 : ‘천불만다라’에서 수화의 영역이 매우 커 보인다. 수화 작업을 맡아주신 김장경 회장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김장경 : 처음 『법구경』을 수화로 표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폭 안에 수록할 수 있는 수화 동작의 분량이 제한돼 있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법구경』의 한 장을 설명하는데 평균 20여 개 이상의 단어가 필요했는데 10개로 제한돼 있는 화폭 안에 담아내기 위해서는 경전의 내용을 압축하거나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불교계에서 수화로 설법하는 부처님이 조성되는 것은 이번이 최초이며 종교 작품이 청각장애인들을 염두에 두어 조성되는 것은 아직까지 타 종교계에서도 시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종교 미술의 영역에 장애인들을 위한 분야가 새롭게 마련된다는 점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이 진일보하는 계기로 평가하고 싶다. 특히 수화는 손끝과 표정으로 희로애락을 표현해 낸다. 그것을 화폭에 담았으니 ‘천불만다라’를 통해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불화가 조성되는 셈이다.
사회 : ‘천불만다라’ 작품 중에는 우주를 배경으로  그려진 불상도 많다. 배경에 우주, 특히 별자리를 넣을 것을 제안한 것은 이시우 박사님이라는데 왜 별자리를 배경으로 제안하셨는가.

이시우 : 불교가 인간을 넘어서 우주를 설하고 있는 종교임을 상지하고자 함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화엄의 세계는 우주 법계에 대한 설명이다. 붓다께서 새벽별을 보고 깨달으셨다는 것은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별처럼 많은 존재, 우주 만유의 생주이멸과 성주괴공, 그리고 그들 사이의 연기적 관계를 깨달았음을 상징한다. 그런 의미에서 별이 불화의 배경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불교 미술의 역사상 최초의 일이며 동시에 인간 중심적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불교를 자연 중심적인 우주적 종교로 다시 일깨움을 의미한다. 이것은 붓다의 불교적 우주관을 올바르게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별을 좋아하면서 불교를 접하게 됐다. 수화가 장애인들을 위한 언어라면 별은 어린이들을 위한 영역이다. 어른들은 별자리를 쉽게 찾아내지 못해도 아이들은 쉽게 찾아낸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사회 : ‘천불만다라’는 연재되는 과정에도 계속해서 제작이 진행되며 2년 여 후에 완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작품은 향후 어떻게 회향되는가.

본각 스님 : ‘천불만다라’가 완성되면 이 불화로 법당을 장엄해 불사를 진행할 것이다. 이 화백의 설명대로 창작 작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예배 대상으로서 법당에 봉안되는 최초의 창작불화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시대의 불화가 새로워야 하는것 만큼 이시대의 법당도 새로워야 한다. 스님만을 위한 공간이어서도 안 되고 신도만을 위한 공간이어서도 안 된다. 불자이냐, 아니냐의 구분을 너머 모든 이들을 위한 공간이 법당이어야 한다. 법당은 이 화백의 제작 의도를 살려 모든 차별과 장애가 사라진 열린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다. 장애인, 어린이, 외국인 등 부처님의 말씀을 가까이 접하고자 희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법당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때론 법문의 공간, 때론 신행의 공간, 때론 복지의 공간, 때론 문화의 공간이 되는 법당을 조성할 것이다.

사회 : 이번 연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본각 스님 : 지금까지의 천불은 도형화되고 정지돼 있는 양식이었다. 이번 작품에 이호신 화백과 이시우 박사, 김장경 회장 등 여러분들이 각각 최선의 의미를 부여해 동참함으로써 살아있는 천불, 이 시대에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새로운 영역으로서의 천불이 조성된다. 또 이 작품 조성 과정을 신문에 연재함으로써 보다 많은 이들이 불사에 동참해 이 시대의 모습과 민중들의 바람을 담아내는 진정한 의미의 불사가 되길 바란다.

사회·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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