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파일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싯다르타 태자가 탄생한 날이지요. 그 싯다르타 태자가 성을 나와 6년 고행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연 날, 성도(成道)하신 음력 12월8일이야말로 진짜로 부처님 오신 날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의외로 부처님 그 분에 대해 자세하게 아는 불자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니, 부처님의 일생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느냐며 의아해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부처라는 이가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제대로 모르면서 ‘부처님을 닮자’고 말한다거나 ‘부처님 되십시오’라고 인사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일대기에 대해 알 수 있는 책들은 제법 많습니다. 그 중에 스님들의 법문이나 탱화로만 만나던 부처님에 관한 이야기들을 경전 속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책이 있습니다. 『팔리경전이 들려주는 고타마 붓다』가 바로 그 책입니다. 여기에는 모두 아홉 개의 경이 담겨 있는데 부처님 그 자체에 대한 소개와 32가지 특징(32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처님이 일생동안 법을 전한 모습들, 그 법의 내용들, 그리고 반열반의 자리를 찾아 가는 최후의 여정과 미래부처님에 대한 이야기들을 경전의 형식으로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
『불타 석가모니』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80 평생을 둘러싸고 쏟아져 나오는 모든 이야기들을 한 권에 다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무작정 믿음을 강조하지 않고 그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저자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 부처님 일대기와 관련한 책으로 참 좋은 입문서입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인도 태생의 의학박사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 디팩 초프라가 쓴 장편 소설 『사람의 아들 붓다 1,2』입니다. 고대인도의 전통 치유법과 현대의학을 접목해서 현대인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있는 저자답게 이 소설은 독자들을 석가모니 부처님의, 아니 고타마 싯다르타의 마음속으로 아주 쑥 들어가게 합니다. 우리가 대웅전의 금불상으로만 만나온 부처님은 지금의 나와 아주 똑같이 고뇌하고 방황하던 인간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는데, 평범하면서 다소 지적인 한 인간이 어떻게 붓다라고 하는 완성자로 성숙해갔는지를 치밀하게 더듬어간 책입니다.
이 책에는 부처님의 일대기에 벌어졌던 일화들이 경전과는 달리 다소 순서가 뒤섞여서 전개되기도 합니다. 소설이라는 점을 잊지만 않는다면 부처님의 일대기를 ‘세 궁전에 갇혀 지내다가 사문유관으로 현실을 깨닫고 성을 나와 고행하다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여셨다’는 짧은 문장으로만 만나온 것이 얼마나 경솔한 태도였는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부처가 되고 싶다면 부처가 어떤 존재인지를 먼저 알아야겠지요. 그 어떤 경전보다도 그 어떤 불교철학서적보다도 먼저 부처님 일대기에 관한 책을 권합니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