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상선'의혹 철저히 밝혀야

기자명 법보신문
연말 대선 정국을 앞두고 이른바 '북풍'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간의 철도도로 연결사업이 급진전되고 북일북미대화의 창구가 열렸다. 신의주특구가 발표되었고, 이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기다리고 있다. 현 정권은 남북관계의 개선에 있어서 과거 어느 정권보다도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온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최근에 현대상선을 통한 정부의 '4억달러 대북 비밀지원설'이 국정감사에서 구체적으로 제기되면서 현정권의 정통성과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뿐 아니라 대선정국의 태풍이 되고 있다. 이 '설'은 2000년 4월 총선 직전에 발표된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합의가 발표되면서 정가와 금융계에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아직 그 진위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국정감사에서 나타난 증언과 정황증거 등을 볼 때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900억원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외압에 의한 특혜였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두한 사건당시 산업은행 총재였던 엄낙용씨가 '청화대지시'로 대출이 이루어졌다고 폭탄증언을 한 상태이다.

다만 이 엄청난 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에 대하여는 계좌추적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와 민주당이 계좌추적을 결사반대하고 있어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의 은밀한 지원이 대북사업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심증이 가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독일통일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동독이 갑자기 서독으로 편입되는 형식으로 통일된 것은 서독의 동독에 대한 '퍼주기식' 지원이 가져온 결실이었다. 서독은 경제난에 시달리던 동독이 거부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1972년 5월 26일의 '통행협정'이 체결될 수 있었고, 그 결과 베를린 장벽으로 막혔던 서독~서베르린 간의 자유왕래 및 이산가족 등의 상호 방문이 허용될 수 있었다.

그런데 서독의 이러한 동독 지원에 대해서도 초기에는 무조건 '퍼주기'라는 비난이 제기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서독 정부의 동독 지원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동독과의 비밀협상에 의한 지원이란 있을 수 없었고, 투명성의 원칙 아래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히려 동독정권의 불투명성과 부도덕성에 있었다. 동독은 서독이 지원한 돈으로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확충하거나 보수하기보다는 '정권안보 자금'으로 사용한 것이다. 동독정권의 권력자들이 '통치자금' 내지 정치적 '비자금'으로 써버린 것이다.

이러한 독일의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은 평화통일 실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부담일 것이다. 그러나 지원방법과 내용, 절차 등은 반드시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지금 '4억달러 대북 비밀지원설'의 '북풍'이 어디로 불지 모른다. 우리 선량한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다만 진실이다. 현대상선에서 특혜로 빌린 이 엄청남 돈의 사용처를 낱낱이 밝혀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 이 '비밀지원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명하고, 현대상선 등에 대한 계좌추적과 감사원 감사는 물론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서라도 모든 의혹을 풀어주고 퇴임하여야 할 것이다. 계좌추적을 기피하고, 국정조사를 거부한다면 의혹에 대한 '묵시적인 인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게되면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김대통령의 국제적인 권위는 심각한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현정권이 정국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이 사건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겁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자.



연기영<동국대 법대학장〉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