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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1. 연재를 시작하며

기자명 법보신문

역대 불교는 무한 경쟁 체제서 우위
과학문명 속 현대적 교상판석 절실

저간의 불교관련 출간물을 보면  불교학연구가 많이 진척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학을 포함한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결실로 인하여 마치 인간이 생명의 비밀을 거의 장악한 듯 한 오만함도 엿보인다. 그런 배경 하에서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등이 모두 인간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에 유전학, 진화학 및 뇌과학을 기반으로 재해석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를 뒤집어 말하자면 불교도 인간학의 범주임에 생명과학으로 재해석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되지만, 과연 그런지는 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그러한 견해에 동의할 수 없으며, 그 점에 관한 반론을 향후 기고에서 피력해 볼 생각이다.

뒤돌아보면 우리는 불과 반세기동안에 상상을 불허하는 문화적 충격을 받아왔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 결과 우리의 수천 년간 이어져 오던 동양의 사유체계와 지적체계는 일시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서양의 학문체계를 모든 분야에서 내세우게 되었다. 작금의 상황을 새로운 서구사상과 가치관의 유입과 정착기란 측면에서 본다면, 과거 인도에서 중국으로 불교가 전래되었을 때도 동아시아권에서는 유사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단기간에 전래된 많은 불교의 사상을 정리하기 위하여 중국의 수당시절에 교상판석(敎相判釋)이 일어났다. 과거 불교계의 교상판석이 이루어지는 시기는 동양 전래의 사유체계인 유교와 도교가 상존하고 있었으며, 기실 역사적으로 수당시절의 주된 종교는 불교가 아닌 도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격의 불교를 거친 후 교상판석을 한 취지는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비교적 단기간에 들어온 불교경전의 해석학적 체계를 세움이고, 둘째는 유교와 도교 같은 전통적 종교들과 무한경쟁을 위한 체계정립이고, 셋째는 당시 사람들이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는 개념의 제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불교사상으로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사상체계와 무한 경쟁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무한 경쟁에서 불교는 우위를 점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역전되어서 서양사상을 받아들이며, 역으로 격의불교와 교상판석을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이는 불교의 근본정신을 지켜가되, 시대를 거쳐 변형되어온 이해의 방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동서양의 모든 사상이 인간과 우주를 기반으로 출발하였기에, 인간과 우주에 대한 시대적 인식이 달라지면 이해의 방식도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시대는 과학문명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 과학의 정신이란 것이 결국 사물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이치를 궁리하는 것이고 보면, 동양과 서양사유체계의 유사성과 차별성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는 동양과 서양의 사유체계에 대한 비교가 불가피하며, 이를 통해 불교의 현대적 개념이 보다 분명히 드러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적 불교 교상판석을 위해서는 안과 밖을 동시에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즉 안으로는, 우리의 사유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불교뿐만 아니라 유교와 도교사상까지 습합되어 있으므로 현대적인 관점에서 이를 먼저 살펴보고 통일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밖으로는 서양전래의 과학적 사유체계를 불교사상과 비교검토 하여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현대적 불교 교상판석이란 세계의 여타 사상들과 벌이는 선의의 무한경쟁이자 무차법회(無遮法會)인 것이다.

이러한 논지전개를 위해 다룰 대략의 분야는, 동양사상의 핵심원리인 역리(易理), 서양 주류과학과 신과학의 전개, 수행에 관련된 의학적 지식, 인간과 우주에 대한 다양한 관점, 현대 사회상을 대변하는 복잡계이론, 분석 및 초개인 심리학 등을 불교개념과 비교 검토하여 현대적 교상판석의 적극적인 시도를 하고자 한다.

 

 


연재홍 박사


△서울대 화공학 석사 △영국 뉴캐슬대학 화공학박사(1988) △영국 SERC 재단 선임연구원(Post Doc.)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삼성전자 에너지연구팀장 △동국대 불교학박사과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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