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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아 잘있거라 6번은 간다”

요즈음 변화하는 사태를 반영하는 말에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가 있다. 아버지가 농사를 지어 공부시키고 결혼시킨 서울 아들네 집에 올라가 한 일주일 지내다 보니 자신의 존재가 별반 대접받는 자리에 있지 못함을 느꼈다. 그 집에서 가장 큰 소리 하고 위세가 있는 1번 자리는 며느리였다. 손녀가 2번, 아들은 3번이었다. 그리고 그 집 강아지가 4번, 파출부가 5번 그리고 자기 자리는 6번임을 알았던 것이다.



개에 대한 두가지 입장



그래서 다시 시골에 내려가서 살리라하고 서울역에 와서 아들에게 전화해서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로 변화하는 상대적인 입장이 담겨져 있다. 부모 자식간의 문제, 남녀 차별 등이다. 강아지의 자리 또한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에서도 강아지나 개가 가축이라는 시각에서부터 애완견으로 보는 시각으로 바뀌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를 애견으로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들의 입장과, 개를 가축으로 보는, 그래서 개고기를 보신탕으로 먹는 입장이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옛날부터도 소는 농사를 지어주고, 개는 도둑을 지켜 준다고 해서 가축이지만 그들에 대한 배려는 각별하였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 보신탕에 대한 논쟁이 국제적으로 한창 가열되어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11월 6일에 FIFA(국제축구연맹)가 한국에 개고기 판매 중지를 촉구하였고, 11월 12일 정몽준 KOWOC 위원장이 개고기 판매는 FIFA 관여사항이 아니라고 언급하면서부터다. 지난 12월 3일에는 프랑스 배우 프리지트 바도르가 한국인 개고기 식용을 강도 깊게 비난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개고기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개고기 문화가 전통문화로 특별히 보도되기도 하였다. 보신탕에 대한 비난과 옹호의 양 측면이 다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개를 잔인하게 잡는 것과 개를 먹는 관습 자체에 대한 비난이 있는가하면, 개고기 비난발언은 무지에 비롯된 것이거나 서양문화의 우월주의나 공격성, 또는 동양보다 훨씬 더 잔악한 서양문화인들의 자기당착이라는 의견도 개진되었으며, 애완견 사랑이야말로 개의 열성화를 가속시키는 동물학대라는 견해까지 나왔다.

또 개고기 문제는 외국인이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한국사회 안에서 토론할 일이라는 프랑스의 문화비평가인 기소르망의 지적도 있었다. 개고기는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 중국, 일본 등 20여개 국에서 먹고 있거나 먹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상의 시비논쟁을 보면, 한국 개고기 식용의 비난은 입장의 차이로 인한 혼동에서 야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불교에서는 개는 특히 인간과 가까운 축생으로 여겨져 왔다. 육도 윤회하는 도중에 부모가 가족을 지켜주어야겠다는 집착이 강할 때 그 집 개로 태어나 재산과 안위를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를 믿는 이들은 특히 개고기 먹는 것을 삼가왔다.



개도 성불할 수 있는 존재



선가에서 개는 ‘구자무불성’이라는 무자화두로도 유명하다. 당대의 선지식으로 유명한 조주 스님에게 하루는 어떤 스님이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하니 조주 스님이“無(없다)”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생명가진 일체중생에게 다 불성이 있는데 어째서 조주 스님은 없다고 했는지 의심이 안 갈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 후로 개에게 불성이 없다라는 “無”가 대의단이 되어 불성을 깨쳐 견성성불케 하는 방편이 되었던 것이다.

이 차제에 개고기 논쟁은 끝내고, 개도 성불하고 사람도 성불하여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해주 스님(동국대 불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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