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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심과 실수 버무려진 시절의 회고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8.02.18 16:46
  • 댓글 0

『나의 행자시절 1, 2, 3권』박원자 엮음 / 다할미디어

“중 노릇 행자 때 다한다.”
출가 수행자의 길을 결심한 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행자 시절. 아직 정식으로 출가를 하지 못했으니 수행자는 아니지만 이 시절 마음속에 품고 있는 발심과 신심만큼은 인천의 스승에 못지않다. 그래서 옛 스님들은 행자 때야 말로 가장 출가자다운 시절이라고 말한다.

계를 받기까지 은사 스님을 모시고 살며 밥 짓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등 절집안의 모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시절은 그만큼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낳는다. 근현대 한국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큰스님들에게도 행자시절은 있었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우리는 큰스님들의 법향을 오래 동안 느끼며 마음의 의지처로 삼을 수 있다.

『나의 행자시절』은 동국대학교 역경원 역격위원을 역임한 작가 박원자 씨가 근현대 한국불교계에 족적을 남긴 스님 112명의 행자시절을 기록한 의미 있는 책이다. 스님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만나 인터뷰한 기록은 생생한 현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할머니의 구수한 옛날이야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스님들이 기억하고 있는 은사에 대한 기록이다.

속세의 인연을 끊고 시작한 행자생활에서 은사 스님은 하늘 아래 유일하게 몸을 기댈 의지처인 동시에 속진을 털어내는 호된 몽둥이기도 하다. 동시에 은사 스님의 그림자를 통해 배우는 수행의 향기는 한없는 목마름을 적셔주는 감로수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은사 스님에 대한 회고에는 그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우리 근현대불교사의 또 다른 지문이다. 만공, 한암, 금오, 효봉, 동산, 향곡, 청담, 지월, 자운, 성철, 혜안, 혜암 일타, 청화 스님 등에 대한 상좌들의 회고 속엔 존경과 그리움이 절절히 배어있다.

“‘행자시절 이야기’는 스님들의 출가에 대한 글이지만, 한편으론 한 생을 치열하게 살다간 스승에 대한 추억이기도 하고 절집안의 법도와 생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대적 배경이 1900년대 초반부터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으니, 한 세기 동안의 한국 불교의 역사와 수행자들의 생활상, 선지식들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996년 여름 첫 취재를 시작해 올해까지 12년째 월간 「해인」에 글을 연재하며 스님들의 옛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 들은 복 많은 작가는 “행자시절에 대한 스님들의 추억 속에는 삶에 있어 무엇을 지표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철학이 담겨 있었다”며 “이 책은 세상이라는 삶의 무대에서 가장 아름답게, 가장 뜨겁게, 가장 참되게 살았고, 또 살아가고 있는 분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각권 9,800원.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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