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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이 심리의 불교적 해석

기자명 법보신문

[김형효칼럼]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한풀이의 원한 심리는 삼독중에 치심
자기자신 긍정하는 수행의 힘이 필요

숭례문이 전소되었다. 어떤 늙은 영감이 한풀이로 홧김에 불을 질렀다. 아! 중생의 어리석음이여! 나는 예전의 칼럼을 통하여 한국인의 한(恨)의식이 역사의 업보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우리는 우리 역사의 공업(共業)을 인식하여 그 업을 맑게 하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고 우리가 좋은 미래를 기약한다는 것은 무의식의 힘을 도외시하고 그냥 의식적인 덕담으로 우리의 미래가 좋아질 것이라고 무책임하게 뇌까리는 수작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인은 뿌리깊게 저 한의 감정에 끄달리고 있다. 한의 정서가 심해지면, 그것이 한풀이가 되고 원한의식으로 발전한다. 숭례문의 방화사건도 그런 한풀이 심리가 지닌 원한의식의 발로다. 저 원한심리가 한국인의 심리적 자승자박이 되어서 한국인의 소견을 한 단계 높이는데 큰 장애로 등장하고 있다.

한풀이와 원한심리는 늘 부정적 심리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인이 일반적으로 부정적 말과 그 심리의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사촌이 땅 사면 배아파한다. 한국인이 배고픈 것은 참는데, 배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는 세간의 이야기도 이 원한심리에 기인한다. 한풀이와 원한심리는 늘 미워하는 상대방의 것에 대한 반작용(reaction)으로 점철되어 있다. 한풀이와 원한의식에 사무친 사람은 미워하는 상대방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부정적 심리와 상대방의 것을 격하하고 폄하하는데 거의 모든 신경을 다 소모한다.

그는 한 번도 적극적으로 자기의 생각이나 행동을 스스로 개발하고 발전시키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늘 타자의 것에 대한 반발심과 반작용을 펼치는데 온 정신을 다 소모한다. 타자의 것에 대하여 가급적 부정적으로 이야기해야 직성이 풀린다. 타자의 것이 내 것보다 더 낫다고 여기면, 참을 수 없는 질투심으로 내 몸은 부들부들 떨린다. 그래서 미운 타자의 것을 무고로 참소한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비판한다고 명분의 정당성을 내건다. 불교는 이런 한풀이의 원한심리에 사로잡힌 사람을 대단히 어리석은 인간으로 불쌍히 여긴다. 이른바 삼독중에서 치심으로 꽉 막힌 사람이다.

불교는 늘 긍정심을 가질 것을 생활의 지혜로 권장한다. 이 불교의 긍정심을 사람들은 권력에 대하여 늘 굴종하는 심리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불교적 긍정심리는 바깥의 권력과 돈에 대하여 아부하는 마음이 아니다. 불교적 긍정심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이다. 불교는 니이체가 말한 초인(超人)의 힘의 의지(will to power)처럼, 자기가 지닌 능력의 가능성을 최대한도로 발양하여 자리(自利)의 최대치를 구하라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다. 어쩌면 불교의 수행은 자리의 힘인 여의주를 각자가 다 스스로 지니고 있기에, 그 여의주를 바깥에서 구하지 말고 스스로 안에서 펼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다.

내가 들은 이야기다. 티베트 불교의 어떤 고승이 그의 스승에게서 배운 수행법인데, 부자가 되는 길을 가는 것이 수행이라는 것이다. 부자가 되어야 남들을 도울 수 있는 이타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자기 힘을 극대화하는 것이 곧 이타적 수행의 길이라는 의미가 거기에 담겨 있다 하겠다. 불교의 긍정심리는 자기 자신의 힘을 긍정하는 것이다. 자기의 여의주를 갈고 닦아서 빛을 내겠다는 원력을 담고 있다 하겠다.

긍정하는 심리는 반작용적 심리가 아니다. 긍정인은 능동적(active)으로 작용한다. 반작용적 심리는 언제나 상대방을 의식하고 거기에 끄달리므로 늘 노예처럼 살아간다. 자기 것을 십분 살리려고 하는 자는 자유인이다. 남의 표폄훼예(表貶毁譽)에 갇혀 살지 않는다. 긍정인이 부정하는 것은 남을 비난하고 헐뜯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워하는 타인의 것에 늘 집착해서 거기에 끌려 다니는 노예근성이다. 긍정하는 심리가 창조를 한다. 한풀이와 원한의식에 젖은 문화는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한국인이 이 한풀이 업을 맑게 해야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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