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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경 무너지면 한국불교도 무너진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8.02.25 10:21
  • 댓글 0

불교는 역경(譯經)의 역사다. 역경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시대와 지역에서는 불교가 늘 융성했고 그렇지 못했던 지역에서 불교는 생명력을 잃고 말았다. 이러한 예는 불교사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구마라집과 현장법사가 인도말로 된 경전을 한문으로 번역했기에 중국불교는 꽃 피울 수 있었으며, 티베트대장경이 아니었다면 티베트에서 불교는 뿌리내리지 못했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해방 후 교단의 온갖 혼돈 속에서도 불교가 제1종교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구한말 선각자들에 의해 번역된 한글 경전이 한 몫 톡톡히 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경전이 한글로 번역됐기에 올바른 불교에 대한 이해가 확산될 수 있었고, 불미스러운 교단의 다툼도 ‘본질이 아닌 현상’으로 간주할 수 있는 대중들이 안목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64년 운허 스님을 비롯해, 청담 스님, 석주 스님, 자운 스님, 탄허 스님, 관응 스님, 김법린 동국대 총장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선지식들이 뜻을 모아 동국역경원을 개원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경전의 한글화 없이는 불교가 오랜 구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한문의 영향력이 감소되는 추세 속에서 불교가 제3 종교로 전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종단이 주축이 되고 동국대의 후원으로 출범한 동국역경원은 이후 예상대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함경의 번역은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유식, 반야경에 대한 역경이 이루어진 뒤 이에 대한 학계의 논문이 잇따랐다. 또 역대 큰스님들의 문집 번역은 한국불교의 저력을 재확인 시켜주었으며, 불교가 서양의 어떤 종교나 사상보다도 탁월함을 인식 시키도록 하는데 충분했다.

그런데 한국불교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동국역경원이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역경이 사라지면 불교는 뿌리를 잃고 만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불교가 이에 적응하고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역경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동국역경원의 위기는 곧 한국불교의 위기를 의미한다.
불자와 종단과 대학이 힘을 모아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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