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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교 현장을 가다] 육군사관학교 화랑 호국사

기자명 법보신문

군불교 향후 30년 열쇠 쥔 불자 지휘관 양성의 요람

육군사관학교 출신 생도들은 임관 후 최대 30년까지 군포교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화랑 호국사는 인터넷과 UCC 등의 매체를 활용해 생도 포교에 집중한 결과 2년 연속 생도 전체의 40%가 불교를 선택하는 결과를 일궈냈다.
“선남자 선여인들이여, 그대들이 지켜야 할 첫 번째 계율은 바로 불살생계(不殺生戒)입니다. 불살생계는 산목숨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니 그대들은 마땅히 이 계를 받아 지키겠습니까?”

군종교구장 일면 스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렁찬 응답이 뒤를 이었다.
“계를 받아 지키겠습니다.”

잘 다듬어진 칼날 같은 군기 속에 80여 명의 음성이 한 목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 패기가 든든하다. 이날은 화랑 호국사에서 제68기 신입생도들이 수계를 받던 날. 교구장 일면 스님을 증명법사로 모시고 미래의 지휘관들이 2월 23일 영원한 부처님의 제자로 다시 태어났다.

가입교 훈련 직후 종교 선택

육군사관학교는 최고의 엘리트 장교들을 육성하는 곳이다. 교내화랑 호국사는 1971년부터 육군사관학교에서 불자 지휘관 양성소의 임무를 맡고 있다. 40여 년의 역사가 지나는 동안 수많은 불자 지휘관들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군 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번 종교를 선택한 육사 생도는 군을 전역할 때까지 좀처럼 개종하는 경우가 없다. 생도 생활에서 종교를 선택한 생도는 최장 30년 동안 각 부대의 지휘관으로서 해당 부대의 종교활동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군종교구 관계자들이나 군법사, 군불자들이 모두 “10명의 법사를 배출하는 것보다 1명의 불자 지휘관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도들에게 진정한 불자로 거듭나는 수계법회는 어떤 의미일까? 68기 신입생도 대표로 일면 스님에게 수계첩을 전달 받은 이수연 생도는 “예전에도 수계를 받아본 적이 있지만 육사 생도로써 받은 수계는 아주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부대원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지휘관이 되기 위해 바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생도들에게 계율은 엄격한 생활수칙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수계를 받은 대다수 생도들이 이 의견에 동감을 표시했다.

생도들의 반응에 대해 화랑 호국사의 강승욱 법사는 “생도들은 육사에 재학하며 단 한 번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며 “이타적인 이웃종교들과 달리 수행으로 자신을 다듬어가는 불교는 생도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종교”라고 설명했다.

화랑 호국사를 찾아 자신의 평생 종교로 불교를 선택한 생도들은 2년 연속 84명. 전체 220여 명 중 40%가 넘는 수치다. 군 내 종교별 신자 분포도를 고려했을 때 이는 대단히 큰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군 내 개신교 신자는 항상 불교 신자 수의 두 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2년 연속 생도 40%가 불자

보통 생도들이 종교를 선택하는 시기는 5주간의 가입교 훈련을 마친 직후다. 교장인 임충빈 중장은 생도들이 종교의 교리와 분위기만으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훈련 기간 동안 모든 종교시설물에서 간식이나 선물을 배포하지 않도록 통일시켰다. 그 결과 불교를 선택한 생도의 수가 월등히 급증했다. 동일한 조건에서는 불교가 가진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강승욱 법사의 노력도 불자 생도의 증가에 한 몫 단단히 했다. 강 법사는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사이트인 싸이월드에 화랑 호국사 클럽(www.cyworld.com /64hokuksa)을 개설하고 매주 생도들의 법회와 교육모습 등을 사진, 동영상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 봉행되는 생도 법회와 일요일 정기법회는 법회 종료 후 1~2시간 이내에 동영상으로 올려진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화두로 떠오른 UCC를 포교에 접목시킨 셈이다.

생도 학부모들은 이 동영상과 사진을 보기 위해 화랑 호국사의 클럽으로 모여든다.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이면 각 콘텐츠의 조회수가 순식간에 1000~2000을 넘어선다. 때문에 이 클럽은 싸이월드 클럽 랭킹 1위의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특히 면회가 금지된 가입교 훈련 기간에는 법회 동영상으로 훈련 중인 아들, 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신입생도 학부모의 관심이 대단하다. 이런 관심들은 학부모들의 참여로 이어져 많은 학부모들이 화랑 호국사의 법회나 활동에 적극 동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날 수계법회를 마친 후 80여 명의 생도들은 하늘이 꺼져라 환호성을 질러댔다. 육사에 가입교한지 5주 만에 처음으로 그간 먹고 싶어 했던 음식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날 화랑 호국사에는 생도들이 꿈에서만 그리던 짜장면, 닭튀김과 같은 음식들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졌다.

UCC-인터넷이 성공비결

양 손에 닭다리를 쥔 생도 하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부처님의 은혜 앞으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자리를 함께한 100여 불자들의 웃음소리가 군불교의 미래를 밝히고 있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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