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수행하는 납자가 불법의 대의도 모르고 정법의 안목도 갖추지 못한 ‘선지식’의 말을 부처나 조사의 가르침보다 위에 놓고 무조건 맹종하고 있다. 그런 탓에 불법의 대의를 체득하기는커녕 반야의 지혜나 보살도의 정신을 구현하려는 원력도 부족하고 자기향상을 위한 자아비판과 분별심이 없는 안이한 수행자가 돼버린 것 아닌가? 종단과 큰스님의 권위를 등불로 삼지 말고 경전과 어록을 등불로 삼아야 한다.”
동국대 선학과 교수 성본〈사진〉 스님이 한국 간화선 풍토에 대해 호되게 비판했다. 지난 2월 25일 조계사 인근 찻집에서 열린 첫 월요포럼에 발표자로 참석한 성본 스님은 “근대 이후 한국선원에서는 불립문자(不立文字)와 교외별전(敎外別傳)을 마치 경전과 어록을 읽지 말라는 잘못된 가르침이 불문율처럼 번져 올바른 화두참구도 알음알이로 배척하고 있다”며 “잘못된 화두로 인해 번뇌 망념의 분별 의심으로 나쁜 업만을 키우며 시간을 낭비토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님은 이어 “옛 조사들의 선문답은 불법의 정신을 체득한 반야지혜의 대화이기 때문에 다양한 불법의 가르침과 사상으로 깊이 참구하고 사유해야 공안참구로 불법을 자기화하고 생활화할 때 금강석 같은 반야지혜를 체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송대 이후 선원에서는 무자 공안을 참구하는 좌선 수행 이외에 선지식의 정기적인 상당법문과 수시로 실행되는 소참법문를 비롯해 『임제록』, 『벽암록』, 『무문관』 등 어록이나 공안집을 교재로 조실 스님이 특별히 납자들의 안목을 열어 주고 사상을 갖춘 수행자를 배출하기 위한 실천적인 어록강의가 실행되고 있었음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스님은 특히 “한국의 선수행자는 평생 산중의 선원에 앉아 좌선하는 게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지지만 이는 공간과 시간에 탐착하는 소승적 사고”라고 지적한 후 “지혜와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도를 실천하는 불교는 ‘지금’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떠나서 자신의 삶을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첫 모임을 가진 월요포럼은 불교평론 홍사성 주간, 민족사 윤창화 대표, 부천대 김광식 교수 등이 주축이 된 모임으로 매월 정기적으로 모임을 열 계획이다. 특히 형식적인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월요포럼은 3월 17일 조계사 인근 찻집인 ‘미운돌멩이’에서 열리며, 동국대 교수 보광 스님이 ‘정토의 세계, 실제인가 신앙의 세계인가’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