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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자비의 화신 대만 증엄 스님

짧은 지면서 만난 자비 실천에 반성
언젠간 스님처럼 보살행 실천하리

만남은 인연으로 인하여 이루어진다. 아무리 간절한 바람이 있어도 지어놓은 인연이 없으면 만나기 어렵고 만났더라도 쉽사리 헤어지기 일쑤다. 때로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였지만 누구보다 다정다감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많은 만남의 인연 가운데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항상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짧은 글로 처음 만났던 대만 자재공덕회의 증엄 비구니다. 언젠가 자재공덕회 같은 큰 조직을 결성하고 많은 곳에서 자비보살행을 하게 된 경위를 적은 글을 보았다.

스님께서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떤 일로 병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서 한 원주민 여자가 병원 바닥에 피가 낭자한 것을 목격하였다. 다가가 보니 유산한 한 원주민 여성이 흘린 것이었다. 아이를 출산하려고 병원에 왔는데 돈이 없기 때문에 병원을 이용 할 수 없다고 했다. 그 현장을 보고 슬픔으로 가슴이 아팠다. 돌아오면서 눈물을 억누르고 부처님의 제자로서 삶 속에서 필요한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스님은 단지 돈이 부족해서 기초적인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자비행의 길을 걷기 시작 했다고 한다.

불교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을 하지 않고, 불자들은 자신을 닦는 일에만 매진하고 그나마 몇몇은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각자 행동하고 있었다. 당시 만났던 이웃종교인들이 “불교는 사회를 위한 봉사를 하지 않으므로 오직 예수님의 사랑만이 사회를 사랑으로 이끌 수 있다”고 하는 말을 직접 듣고 “불자들을 단결하게 하여 자비행을 실천케 하여야겠다”는 서원을 세우셨다. 스님은 부처님께 낮과 밤에 예불 드리는 것만이 공덕을 쌓는 일이 아니고 불교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고통을 덜어 주는 데 있다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스님은 30명의 신도들에게 매일 시장가기 전에 하루 50센트씩 매일 저금하도록 했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매일 다른 사람들을 돕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저축하자고 가르쳤다. “50센트도 사람을 구할 수 있다”라는 좌우명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기 시작했다. 스님은 이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자재공덕회를 정식 설립하였다. 이렇게 뜻을 세우고 선행을 실천하면서 스님은 우선 물질이 부족한 가난한 사람을 돕고, 영적 양식이 부족한 부자들을 교육할 자선 기관을 세우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스님의 큰 원력이 나날이 알려지고 동참자들이 늘어나면서 병원이 세워지기에 이르렀다. 공덕회에서 운영하는 자재 병원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의사에 대한 냉담한 인상도 바꾸어 놓았다. 병원 안의 의사들, 환자들, 그리고 자원 봉사자들은 마치 가족처럼 환자들을 가깝게 대했고 “낯선 이에게도 자심(慈心)을, 모든 이에게 비심(悲心)을”이라는 원칙은 이 병원을 현대 사회의 가장 감동적인 전설로 만들었다.

스님의 이러한 선행은 불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현재 자재공덕회는 전 세계에 400백만 명의 후원회원과 5개 병원, 종합대학, 방송국 등 산하시설 직원이 2천여 명이나 되는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로 성장했다.

지금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재공덕회와 스님의 활동을 보면서 늘 반성하고 있다. 같은 부처님께 귀의하고 같은 가르침을 배우는 우리들은 왜 증엄 스님과 같은 일을 하지 않고 있을까? 지면에서의 만남이지만 이 만남의 인연으로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활짝 꽃피어 나리라 서원을 다지고 싶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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