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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 12. 수행자의 덕

기자명 법보신문

몸-입-마음의 허술한 틈으로 악은 스며든다

덕행을 온전히 지니고
게으름 없이 부지런하고
바른 지혜로 해탈한 사람은
악마도 가까이 하지 못한다

 - 『법구경』

「꽃의 장」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는 꽃의 향기 이상으로 사람의 덕(德)의 향기에 대한 찬탄이다. 꽃은 아름다움과 향기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꽃의 아름다움은 유한(有限)하고 향기는 바람 부는 방향을 따라서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다. 이것이 꽃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과 향기의 한계인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인 진리를 실천하는 수행자의 덕의 향기는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을까?

수행자의 향기는 역풍도 넘어

『법구경』 54번과 55번의 게송에서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설하고 있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한다. 전단향도 자스민도 마찬가지, 그러나 덕이 있는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사방에 풍긴다. 전단향과 푸른 연꽃 등 여러 가지 꽃의 향기가 있지만 덕행(德行)의 향기가 가장 뛰어난다.’는 말씀 속에서 우리는 부처님이 전하고자 하시는 간곡한 당부의 말씀을 깨닫게 된다. 이 내용은 『불설계덕향경』으로도 전해지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아난존자는 생각하기를 ‘세상에는 참으로 고귀한 향들이 향기를 내뿜고 있지만 이 향기들은 순풍(順風)만을 따를 뿐, 바람을 거스르는 역풍(逆風)에는 향기를 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세상의 어떤 향기가 바람을 거스를 수 있는가를 생각하다가 부처님께 여쭈어 보기로 한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있는 향기 중에는 순풍의 향기가 있는가 하면 역풍의 향기도 있다고 말씀하신다. 순풍의 향기가 꽃의 향기라고 한다면 역풍의 향기는 계(戒)를 잘 지킴으로서 쌓이게 되는 덕의 향기, 곧 계덕의 향(戒德香)이라고 일러주시는 것이다. 계덕의 향기란 먼저 세상의 착하고 착한 사람들이 남의 목숨을 함부로 살상하거나 가벼이 여기지 않는 것을 말한다.

또한 입으로는 진실을 말하며 마음으로는 공덕의 삶을 살아서 열 가지 악한 행을 저지르지 않는 생활을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내뿜는 덕의 향기는 바람 부는 방향에 좌우되지 않고 바람을 거슬러서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게 된다는 찬탄의 말씀인 것이다. 이는 곧 착하고 진실한 사람이 지니고 있는 맑은 기운은 덕의 향기가 되어서 높은 산봉우리를 넘고 너른 들판을 지나서도 소멸되지 않고 모두에게 꽃향기처럼 즐거움을 나누어 준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계덕향(戒德香)’은 ‘부처님이 정하신 계를 잘 지키는 삶이야말로 곧 맑음의 상징이며 악함이라고 하는 더러움을 떨쳐 버린 상태’를 의미한다. 자연히 혼탁함이 사라지고 악한 기운이 틈새를 엿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덕성을 지닌 사람이 있는 세상에는 항상 맑은 기운이 감돌고 환희로 충만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바른 삶을 실천하는 계덕의 향기를 부처님은 최고의 가치로서 평가하고 계시는 것이다.
아난존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잘 알아듣고서 스스로 기뻐하고 있다. 이 계덕의 향기는 인도에서 가장 높은 수미산에도 막히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장애물도 이 덕의 향기는 가로막지 못할 것이라고 깨닫게 된다.

세상을 맑게 하는 향기는 의외로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자신의 몸과 입과 마음으로 악을 저지르지 않는 삶인 것이다.

덕행으로 자신을 단속해야

몸으로는 짓는 악은 생명을 가벼이 여기거나 남의 것을 착취하는 행위, 올바르지 못한 남녀의 성행위를 말한다. 이 세 가지의 올바르지 못함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괴롭게 하고 혼탁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몸으로 저지르는 이 세 가지 악행을 그칠 때만이 세상은 편안해 지고 모든 생명이 평온을 되찾게 된다. 참다운 구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다음에는 우리의 입이 하는 일을 살펴보자. 악한 말과 거짓말과 이간질과 듣기 좋은 말로 세상을 속이고 있다. 정의로움이 사라지고 진실이 자취를 감춘 세상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거짓은 숨겨둔 채, 거듭 상대방만을 거짓이라고 꾸짖고 있다.

불교에서는 밖으로 향하는 불빛을 자신을 향하여 비추어 보라는 글이 있다. 곧 회광반조(廻光返照)이다. 말 또한 그와 같다. 자신이 남을 향하여 쏟아놓은 말들을 자신에게 돌이켜 거짓이 없었는가를 살펴볼 때 우리는 거짓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우리의 마음 씀씀이를 살펴보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꽉 채워진 것이 현재 우리의 마음 상태일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탐욕은 어떻게 채워야 행복해질 것이며 채워지지 않는 탐욕의 불길을 이기지 못해서 활활 타오르는 성냄의 불길을 누가 대신 잡아줄 수 있을 것인가? 이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고구정녕히 타이르신다. ‘덕행을 온전히 지녀서 악마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라’고 말이다. 악마는 항상 혼탁한 우리들의 틈새를 엿보고 있다. 악마에게 틈새를 엿보이지 않도록 자신의 삶을 잘 단속하는 것이 참으로 지혜로운 삶이며 부처님 제자의 참다운 삶이 될 것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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