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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법회-불서 모임 성공포교 개척

기자명 법보신문

[군포교 현장을 가다] 국방부 호국 원광사

국방부 원광사는 부대특성에 따른 여러가지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영화 법회, 불서 읽기 모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호국 원광사 뜰에 매화며 개나리 같은 꽃들이 저마다 앞다퉈 얼굴을 내밀었다. 그 위론 청명한 오전 봄햇살을 가르는 힘찬 목탁소리와 굵직한 보경 함현준 법사의 목소리가 내려앉고 있았다.

“이른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니 봄꽃들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꽃을 소재로 한 부처님의 말씀을 여러분들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꽃을 좋아하십니까? 어떤 색깔을 좋아하세요?”

잠시 적막이 흐르는 듯 했다. 그 사이 넓은 원광사 법당 창가에 앉은 불자들이 고개를 길게 빼고 창밖을 내다봤다. ‘아’하는 짧은 탄식이 여기저기서 새나왔다. 법당에 올라오던 길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봄소식을 이제사 확인했다는 환호성이었다.

“개나리요!”

국방부 인근에 살고 있는 할머니를 따라 법당을 찾은 듯한 개구쟁이의 우렁찬 대답이 터져나왔고 법당 안은 온통 웃음바다가 됐다. 국군불교 총본산으로 불리는 국방부 원광사의 봄은 그렇게 찾아오고 있었다.

국방부 호국 원광사는 최초의 군법당으로 알려져 있다. 군종특별교구에 따르면 최초의 군법당은 1969년 육군중앙법당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육군중앙교회의 일부를 나눠 법당으로 사용한 것이 최초의 법당에 대한 기록이다. 이후 육군중앙법당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왼편에 호국 원광사를 신축하고 자리를 옮겼다. 물론 9사단이나 6군단 법당이 최초라는 일부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육군중앙법당이 이전한 호국 원광사를 최초의 군법당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법회의 주제는 ‘분별’이었다.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기준은 모두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내용의 법문이었다. 함 법사는 “불평과 불만을 가득 품고 사는 병사는 군생활이 점점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며 “마음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군에 머무르는 이 시간이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잊지말라”고 했다. 세계적인 성악가였던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카루소(Caruso)’를 연상시키는 높낮이와 성량을 갖춘 바리톤의 법문이 귀에 감겨왔다.

법회가 끝나도 함 법사의 마음은 부산하다. 원광사의 일요일은 매번 크고 작은 행사로 쉴틈없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함 법사는 각종 행사를 챙기고 저녁에 있을 ‘영화로 떠나는 불교 여행’을 준비하느라 오후를 꼬박 보내야 했다.

함 법사는 “국방부는 장관 직속의 참모기관이기 때문에 장병이 많지 않다. 오히려 간부들의 숫자가 훨씬 많은 편”이라며 “그래서 장병들과 민간인 신도들만이 참여하는 일요 법회에는 장병들만 100명, 200명씩 찾아오는 전방부대에 비해 참여하는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국방부와 같이 행정을 전담하는 부대나 참모의 성격을 지닌 부대는 장병들에게 부과되는 업무의 양이 상당하다. 늘 야근에 시달리고, 각종 행사지원에 차출되느라 주말도 마음 편하지 않다. 법당과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막사에서 지내는 장병들의 경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휴식을 마다하고 이곳까지 찾아오기도 쉽지 않다.

하물며 원광사는 일요일 오전과 저녁 두 번에 걸쳐 법회를 열고 있다. 오전에는 일요법회, 저녁에는 영화법회다. 특히 저녁시간은 일반 장병들이 종교 행사를 꺼리는 시간대다. 각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이 몰려있는 황금 시간대이기도 하고, 또 다시 격무에 시달려야 하는 월요일에 대비해 몸을 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광사의 영화법회는 오전 법회 참석 숫자 못지않게 많은 장병들이 찾아온다.

이날 ‘영화로 떠나는 불교여행’에서 선택한 작품은 중국의 공산당과 국민당의 전투를 그린 ‘집결호’였다. 영화관에서 상영된 지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영화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은 군포교에도 기회다. DVD로 출시된 직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해 장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상영 전 함 법사는 “이 작품은 ‘명령’과 ‘인간애’ 사이에서 고민하는 영화”라며 “불살생의 계율을 지키는 불자이자 ‘명령’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군인인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짤막한 개요와 관람 포인트를 일러줬다. 그리고는 자리를 비켰다. 장병들이 얼마든지 자유롭게 간식을 즐기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배려였다.

함 법사는 “영화를 보며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병들에게는 휴가를 나가지 않는 한 접할 수 없는 최신 영화를 법당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며 “이런 작은 기회가 장병들에게는 법당이 결코 어렵고 딱딱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고 했다. 실제 장병들은 영화법회 시간을 이용해 남몰래 상담을 요청하거나 법당에 올라가 108배 등의 수행을 하기도 한다.

‘아주 약간의 자유’는 새로운 지식에 목말라 하는 국방부 장병들에겐 큰 기회다. 장병들은 그런 자유를 이용해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사병법우회 불서읽기모임’과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매월 셋째주 수요일 저녁시간을 이용해 매달 정해진 책을 읽고 난 뒤 토론을 벌인다. 지난달 첫 모임에서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씨크릿’을 읽고 ‘일체유심조’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고 이번 달에는 ‘경청’이라는 책을 읽었다. 물론, 참가는 누구에게나 자유다.

함 법사는 “반드시 법회라는 틀로 다가가지 않아도 장병들에게 불교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장병들은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조금만 몰라도 뒤쳐진다며 불안해한다. 그들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형식으로 불교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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