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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교 2040] ③ 예비역 군법사

기자명 법보신문

“종단, 400여 예비역 활용 위기 돌파해야”

원불교 교무 파송으로 군불교에 심각한 타격
‘돌아온 군전문가’들 “대응책 모색” 모임 창립

조계종 내 군법사 출신 스님들이 ‘예비역 군승모임(가칭)’을 창립시켰다. 모임의 창립을 주도한 정범 스님은 “현재 군불교는 분명한 위기”라며 “이 상황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서는 예비역들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일 오후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종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비역 군법사들이 모여 ‘예비역 군승 모임(가칭)’ 창립 총회를 가졌다. 이날 모인 스님들 중에는 조계종 총무원 각 부처에서 중진급 소임을 맡고 있거나 과거에 맡았던 얼굴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또 봉은사, 수덕사 등 각 주요사찰에서 부장이나 국장 등의 주요 소임을 살고 있는 스님들도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예비역 군승모임의 창립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은 “사실 군 전역 후 소수의 몇 명만이 종단에 다시 들어와 활동하고 있는 줄 알았다”며 “종단이나 교구, 포교원이 예비역 군법사들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지 못했음에도 군포교를 위해 이렇게 뜻을 모아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혜총 스님의 말처럼 지금까지 ‘예비역 군법사’들은 종단에서 잊혀진 존재였다. 최근까지도 종단은 ‘돌아온 군전문가’인 예비역 군법사들의 숫자와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종단으로 돌아오지 않고 환속한 사람들 뿐 아니라 각 출가본사로 돌아온 ‘비구’ 예비역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예비역 군법사에 대한 종단의 무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모임에서 배포된 자료에 나타난 종단 내 예비역 군법사는 9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는 군포교 초기였던 군법사 3기부터 가장 최근에 전역한 37기까지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 종단으로 돌아오지 않은 예비역들은 2~3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예비역 군승모임’의 창립을 주도해온 종회의원 정범 스님은 많은 예비역 군법사들이 종단으로 돌아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군법사를 스님으로 인정치 않는 종단의 풍토가 상당히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정범 스님은 이번 모임의 창립취지에 대해 “원불교의 군종장교 파송으로 인해 군불교가 심대한 타격을 입고 있음에도 종단이나 교구에서 효과적인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 못한 실정”이라며 “예비역 군법사들이 효과적인 대응책이나 방향을 제시해주자는 차원에서 창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범 스님은 “종단의 모든 역량을 집결시켜도 군포교의 성공은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위기를 잘 넘기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지만 잘못 하면 같은 불교집안끼리 충돌함으로써 자멸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범 스님이 말하는 가장 대표적인 군불교의 위기는 원불교의 군종장교 파송이다. 원불교는 지난해 처음으로 군종장교 1명을 배출한 이후, 군 내에서 원불교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미 국방부 앞에 군종교구로 활용할 대형 건물을 신축 중이며, 군내 간부를 양성하는 부사관 학교와 가장 중요한 신병교육기관인 논산훈련소에 강당을 완공시키고 종교행사를 진행 중이다. 또 몇 주 전에는 군종장교 인원을 늘려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원불교의 군종장교 파송으로 인해 군불교가 심각한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미 논산훈련소의 경우 법회에 참석하던 장병 중 적지 않은 수가 원불교의 종교행사로 몰리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천태종, 진각종의 군승파송과 관련된 문제도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군불교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모임이 창립되기 이전에는 예비역 군법사들의 모임이 없었을까? 군종교구에 따르면 예비역 군법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비역 법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임은 1년에 2~3차례 친목도모의 성격을 띤 모임을 가질 뿐 군포교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일부 군포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예비역 법사단이 있음에도 종단의 스님들을 중심으로 새로 창립된 이 모임이 성격이나 목적이 모호해 자칫 예비역 군법사들의 관계를 양분시키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범 스님은 “이제는 예비역들이 나서서 종단에 군포교와 관련된 방향과 정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향후 군포교가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종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임자로써 군포교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고자 한다는 생각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범 스님은 또 “예비역 군법사라는 종단차원에서 양성된 고급 포교인력이 있는데도 종단에서 이들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인력낭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군법사 출신 종단 소임자들이 목소리를 낼 것”고 강조했다.

‘예비역 군승모임’의 초대회장인 계성 스님을 비롯한 군법사 출신 스님들이 창립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군종교구 종책의장 조길조 예비역 법사는 “모임의 창립 과정에서 선배법사들이나 교구 측과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면서도 “군포교라는 큰 숙제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는 종단 내 소모임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조 법사는 “교구에서도 예비역 법사들이 전문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소모임이나 단체를 만들어 활성화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다양한 각도에서 예비역 군법사들이 군포교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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