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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 음식이 생명이다

기자명 법보신문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計功多少 量彼來處)
내 덕행으로는 받기 부끄럽네(忖己德行 全缺應供)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防心離過 貪等爲宗)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正思良藥 爲療形枯)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爲成道業 應受此食)

〈오관게(五觀偈)〉

내가 출가 했을 때 송광사 공양간에는 이 게송이 붙여져 있었다. ‘음식을 약’으로 생각한다는 정신이 퍽이나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공양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수고로움, 그리고 공양을 받는 목적을 돌이켜보라는 게송이다. 시주의 은혜가 소중한 절집에서는 공양물을 함부로 다루거나 먹고 남겨서도 안 된다. 또한 모든 공양은 육신을 지탱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에 “모든 공양 가운데에 법공양이 제일”이라 했다. 또 “부처님 말씀대로 수행하는 공양,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공양, 중생의 고를 대신하는 공양, 선근을 닦는 공양, 보리심을 여의지 않는 공양”등을 말씀하신다. 다른 생명을 이익 되게 하는 모든 행위가 곧 공양이니 진리의 기쁨이 최고의 식량인 셈이다. 많은 사찰의 공양간에 ‘선열당(禪悅堂)’ 편액이 걸리는 것도 이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공(公)’에 봉해지면 비로소 ‘사직(社稷)과 종묘(宗廟)’를 세울 권리가 생겼다. “사람은 땅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고, 곡식이 없으면 먹을 것이 없다”고 했듯이, 토지와 오곡을 가진다는 것은 통치권이 행사된다는 의미이다. 옛 왕조의 통치자들은 ‘사단(社壇)’을 세워 토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직단(稷檀)’을 세워 곡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전쟁에서 상대의 종묘와 사직을 우선적으로 궤멸했던 것도 이것이 한 왕조의 시말(始末)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배치는 왕궁을 중심으로 좌측은 종묘, 우측이 사직이다.

국제기아대책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64억 인구 가운데 매일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8억 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어린이들이 3억 명이라 한다. 지금도 1분에 34명, 하루에 5만 명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식량으로 써도 태부족한 곡물이 ‘바이오 연료’ 생산으로 대체되는 현실이다. ‘인간이 못하는 짓이 없다’ 싶었는데 급기야 최근에는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곡물자급률 27.8%, 쌀을 빼면 5%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음식이 없으면 존재도 없다. ‘대운하’ 말고도 중차대한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해가 길어져 시간 가늠이 어려운데, 급하게 공양종이 울린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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