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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교상판석] ⑤ 삼신불과 세 개의 눈

기자명 법보신문

서구 초개인심리학 유식학 체계와 유사
‘심리학계 아인쉬타인’ 윌버는 수행 강조

불교는 흔히 서양에서 ‘마음의 과학’이라 일컬어진다. 물론 서양에서도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이 오래되었지만, 마음을 벗어나는 세계까지 다루는 불교와는 어느 정도 괴리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불교와 동양사상이 19세기경부터 본격적으로 서양에 전래된 이래 서구심리학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서양 심리학계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켄 윌버(Ken Wilber)의 ‘자아초월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 혹은 ‘초개인심리학’이라 할 것이다. 이는 용어표현 그대로 ‘나’와 ‘나를 벗어난 세계’까지 총체적인 의식체계를 전일주의(全一主義, Holistic)의 입장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의 이론 중에 현대인의 이해에 쉽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세 개의 눈’ 혹은 ‘세 수준의 눈’이라는 ‘나’의 구조와 9단계 의식스펙트럼일 것이다. 즉 ‘나’의 구조와 작용은 3개의 중심체를 중심으로 하여 이해가 가능하고, 전체적인 마음은 연속된 의식의 흐름으로서 세분화하여 9단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개략적인 이해를 위해 아래와 같은 표가 도움이 될 것이다.

윌버가 말하는 세 개의 눈이란 불가의 삼신불(三身佛)의 개념에 해당하며, 기본적으로 인간을 삼중의 다중구조체로 보는 관점이다. 또한 우리는 ‘나’와 ‘나를 벗어난 세계’를 선형적으로 한 단계씩 순차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순환하며 발전하는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성과 감성과 본능이 상호 조화로운 관계에 있을 때 평화로운 상태에 머물게 되는 것이지, 어느 한부분만 기형적으로 발달된 것을 온전하다 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다차원적 의식 상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관조적 훈련이 또 다른 앎에 도달하기 위해 필수적이며, 관조의 눈을 뜨기 위한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듣기에 윌버 자신이 독실한 불교 참선수행자라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마음의 구조와 속성을 이해하고 이를 초월해가는 과정이 마음수행이고 보면, 상기 ‘초개인심리학’의 개념과 접근 방식은 불교의 유식학(唯識學)분야와 매우 유사한 체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초개인심리학’이란 명칭이 단지 ‘나’ 개인만을 주로 다루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나’를 이해하고 보면 우리 모두가 서로 네트워크처럼 얽혀서 상호영향을 미치며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한 개인의 초탈은 미완성이라고 직시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대승불교의 정신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윌버의 의식스펙트럼이론은 개인의 의식과 무의식이 생물권과 이어져 있고 더 확대하면 자연환경과도 연계되어 있다고 보는 관점인 것이다. 이는 분석심리학자 융(Carl Gustav Jung)이 말하는 표면의식과 개인무의식 및 집단무의식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지만, 윌버의 경우는 명상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우리 인간은 페르소나라는 일종의 환상과도 같은 ‘나’라는 표면의식을 지니고 살지만,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라는 개인잠재의식 및 인류의 집단무의식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마음수행의 시작은 바로 자기마음의 부정적이고 감추고 있는 부분을 먼저 인정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마음공부를 시작할 때에 ‘마음을 비우라’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사실 초심자가 이 말을 듣고 실행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만일 마음의 구조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면, 마치 컴퓨터에서 파일을 저장했다가 삭제하듯이 마음의 내용을 다룰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야는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컴퓨터정보이론 및 철학 등이 연계된 학제간연구로서 현대 인지과학에서 세밀히 다루고 있으며, 최근 불교사상에 접목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다음호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연재홍 영국 뉴캐슬대학 화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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