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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칼럼] 우주가 나의 집

기자명 법보신문

영어 단어 몇개 열 올려 우주화 되겠나
우주 내 집 여긴 옛 교육 되찾아야

2008, 4, 8, 20, 16, 39의 숫자는 우리에게 황홀했던 순간으로 남을 숫자이다. 우리나라의 연약한 여인 한 분이 지금 우주의 공간에 안주하면서 미래 과학의 싹을 키우고 있는데, 위의 숫자는 그런 계기를 제공하던 순간의 시간이었다.

우리에게도 우주로 날아간 한 분이 있어 우리도 우주인을 탄생시킨다는 흥분에서 온 국민의 시선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의 우주기지로 쏠려 있었다. 비록 남의 나라 우주 기지에서의 일이지만, 우리도 우주인을 갖는다는 자부심이 온 겨레의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이다.

수십 년 전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할 때도 우리의 일처럼 기뻐했던 일이 어제처럼 연상되면서 당시의 감회가 다시 떠오른다. 그 당시 나는 이런 말을 아이들에게 한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미국인이 달에 착륙했지만 우리는 오랜 옛날에 달에다 토끼집을 지어 주었다. 사람의 행동이란 마음이 앞선 뒤에 행동이 뒤따르는 것인데, 우리는 어려서부터 저 달을 장대로 따면서 자라지 않았는가. 거기에 토끼 한 마리가 있다고 외치면서. 그러니 우리의 의지가 이미 달에 가 있었고 그를 증명하기 위한 미국인의 행동이 뒤따른 것이니, 우리가 앞선 것이 아니냐”고.

물론 어이없는 억지이지만 터무니없는 억지는 아니다. 나 자신도 어려서 달밤이면 동무들
과 어우러져 “장대 메고 달 따러 가자”고 외치면서 뛰놀았으니, 우리가 이미 달을 선점한 것이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과거의 어린이 교육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 알다시피 대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천자문’을 익히기 시작하면, 맨 첫째 둘째 줄이 하늘天, 따地, 가믈玄, 누르黃, 집宇, 집宙, 넓을洪, 거칠荒이다. 이제 문자를 익히기 시작하는 어린이에게 하늘과 땅은 가마득하고 누렇고, 저 우주는 넓고도 거칠구나. 하는 뜻이니 이 얼마나 큰 포부의 가르침인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주라는 이 공간을 ‘집’이라고 익히게 하고 있다. 이 얼마나 폭 넒은 껴안음인가. 어린 나이에 비록 이 큰 뜻을 정확히 이해 못했다 하더라도, 이렇게 입력된 우리의 뇌는 언제라도 우주의 공간을 나의 집으로 쉽게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우주를 선점했다는 나의 주장이 결코 억지가 아니다. 오늘 우리의 어린이 교육을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 외국어의 단어 몇 개에 열을 올리는 현실에 필자는 솔직히 개탄한다. 이런 좁은 소견으로 자란 어린이가 세계화를 넘어선 우주화가 될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불교의 우주관에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삼천대천세계를 어떻게 수 천 년 전에 알았던 것인가. 이 세계가 삼천 개가 되는 큰 세계의 결합이라니, 실제 우주를 날고 있는 오늘의 인류로서도 상상이 안 되는 우주관이다. 그러나 이를 증명하려는 듯 우주과학에서는 새로운 별자리를 지금도 찾아내고 있다.

삼천대천세계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세계는 하나의 작은 세계로 소세계라 하여 한 단위로 삼고, 이 소세계 1천 개가 모여 하나의 소천세계가 되고, 이 1천의 소천이 1천 개가 모여 중천세계가 되고, 이 중천세계 1천 개가 모여 대천세계가 된다. 이 대천세계의 1천 개의 집합이 대천세계이니 상상으로도 가능하지 않은 세계이다.

우리나라에서 우주인이 탄생됨을 경하하면서, 다시 한 번 불교적 사유체계를 받들어본다. 이런 사유의 인식이 앞으로 우리에게는 지금의 제한된 우주 정거장이 아니라, 삼천 대천세계로 가는 우주 정거장이 우리의 과학으로 이루어지리라는 미래적 희망을 가져 본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우주(the universe)를 내 집(a home)으로 가르친 우리의 옛 교육을 되찾아야 하겠다.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이종찬 sosuk050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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