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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 15. 해탈에 이르는 길

기자명 법보신문

들끓는 탐욕 버리고 참다운 행복 찾기

여기 두 길이 있으니
하나는 이익을 추구하는 길이요
하나는 대자유에 이르는 길이다
이 이치를 깨달은 부처의 제자들은
남의 존경을 기뻐하지 말라
오직 외로운 길 가기에 전념하라
                              
- 『법구경』

작가=이호신 화백, 수화자문=김장경 회장

이 75번 게송은 부처님과 부처님 상수제자 사리뿟따와 그의 제자 띳사 사미의 3대에 걸친 아름다운 설법의 이야기에 기인하여 설해진 것이다. 띳사 사미는 사왓티의 재산가의 아들이었고 띳사의 아버지는 독실한 사리뿟따 장로의 신봉자였다. 이러한 인연으로 띳사의 나이 일곱 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사리뿟따 장로에게 출가하게 되었다. 어린 나이로 출가한 띳사를 위하여 마을의 친척들은 수행하는 띳사를 자주 찾아가 많은 물질을 베푸는 등 친족의 왕래가 빈번하였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띳사는 수행에 방해가 됨을 직감하고 부처님께 선정에 드는 법을 배우고 수행의 요점을 익힌 다음에 제따와나 수행 처를 떠나서 산야에 홀로 머물며 자신의 내면세계를 관찰하는 일에 몰두하였다. 띳사 사미는 공양을 얻기 위하여 거리에 나와서 공양을 베푸는 신자들과도 최소한의 언어를 주고받을 뿐 자신의 수행자의 삶을 조금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곧 그는 아라한과를 성취하여 성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여름안거가 끝나고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 그리고 많은 장로비구들이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띳사 사미의 숲 속 수행 처를 방문하였다. 마을사람들은 대 장로비구들의 방문을 환영하면서 자연히 큰 법회가 열렸고 평소 존경하던 사리뿟따 장로의 설법을 듣기를 갈망하였다.

참수행 해 깨달음 얻은 띳사

그러나 사리뿟따 장로는 자신이 법을 설하는 대신에 띳사 사미에게 법을 청하도록 하였고, 띳사도 스승의 말씀을 어기지 못하고 대 아라한들의 앞에서 아라한으로서 첫 법문을 설했다. 띳사의 설법 내용은 모든 갈등과 욕망으로 들끓는 탐욕의 감각을 벗어나서 마음의 평화와 고요에 이르는 열반의 길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평화롭고 고요한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욕망의 노예가 되어 윤회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일러주었다.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띳사의 거룩한 설법의 광경을 보시고 부처님도 그 마을에 모습을 나타내셨다. 부처님을 뵙고 열광하는 마을사람들을 향하여 띳사의 설법이 진리에 부합되는 것임을 증명하여 주셨다. 부처님은 어린 사미 띳사가 물질의 풍요로움과 사람들이 제공하는 편의를 떠나서 참다운 수행의 길을 찾아 산야에 홀로 머물면서 각고의 정진으로 아라한과를 성취한 것을 칭찬해 주셨다. 그리고 수행자의 본 모습은 물질과 명예와 그 어떠한 세속적인 욕망에 얽매인다면 이미 그는 수행자의 본모습을 상실한 것이라고 깨우치는 말씀으로 위의 게송을 읊어주셨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의 길이 있다. 하나는 세상의 이익과 명예를 추구하는 길이요, 다른 하나는 고요와 평화 속에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미 출가의 길을 선택한 부처님의 참다운 제자들이 무엇 때문에 세속의 이익과 안락에 기웃거리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띳사 사미의 모습처럼 스스로 열반에 이른 고요한 모습으로 다시 세상을 향하여 도도하게 열반의 길을 설해 줄 수 있는 수행자의 상이 몹시 그리운 요즈음이다.

오늘날의 출가인이 무슨 힘으로 세상을 이끌 수 있을 것인가? 이미 가족도 없고 재물도 없고 권력도 없다. 어설픈 명예는 더더욱 바라지도 않는다. 오직 여래의 가르침을 따라서 실천 수행한 힘만이 세상을 이끄는 힘이 될 것이다. 부처님은 자신의 일생도 당당하셨지만 제자들에게도 당당한 삶을 가르치셨다. 『숫타니파타』의 말씀에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당당하고, 자유롭고, 맑게 살라고 타이르고 계신 것이다.

법 의지한 정진만이 세상 이끌어

오늘날 세상은 참으로 혼탁하다. 불교인 혼자 당당하고, 자유롭고, 맑게 살려고 몸부림 처도 힘없고 낙오된 사람처럼 보일뿐이다. 그래서 힘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안간힘을 다 쓰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들은 이 혼란의 시대에 참으로 힘 있는 것이 무엇이며 낙오되지 않는 삶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삶의 참다운 행복이 무엇인가를 불교인만은 찾을 줄 알아야 한다. 불교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수없는 경전 속에 무궁무진한 가르침이 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인조차도 권력의 노예가 되거나 수행자조차 섣부른 명예와 이익에 욕심을 낸다면 부처님을 뵈올 면목이 없다.

부처님과 사리뿟따와 띳사 사미의 3대가 엮어 내고 있는 조화로운 법문과 고요를 향한 열반의 길을 이 시대의 불교인과 수행자는 참다운 힘으로,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행복으로 다시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경전을 펼치고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는 불자가 많은 세상이 되기를 발원해 본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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