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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권탄압과 올림픽

기자명 법보신문

[논설위원 칼럼]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티베트 불교에 대한 관심이 컸었다. 티베트 불교지도자인 달라이라마를 모르는 불자들은 없을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시아 등 수십 개 나라를 방문했는데, 우리나라 불자들은 달라이라마를 만날 수 없었다. 정부가 달라이라마의 한국 방문을 거부하기 때문인데 중국의 눈치를 너무 지나치게 보고 있어서 그렇다. 중국은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라마를 중국을 분열시키는 분열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티베트를 침략하고, 120만의 티베트인을 죽이고, 티베트의 전통문화를 파괴한 것은 바로 중국이다. 더구나 달라이라마는 중국에 대해 보복하거나 폭력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티베트의 자치와 티베트 문화의 보전을 요구할 뿐이다.

최근 티베트 문제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10일 중국 쓰촨 성의 티베트 암도 지역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티베트를 식민통치하는 중국에 대항해 독립을 주장했던 ‘3.10 봉기’ 49주년을 기념하는 시위였다. 3.10 봉기는 1959년 3월 10일에 일어났던 티베트 독립운동을 말한다. 티베트인들이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의 열망을 선포한 3.10 봉기로 티베트인 120만명이 학살당했고 달라이라마는 인도로 망명했다.

그 뒤로도 티베트인들은 비폭력평화투쟁을 계속해왔다. 티베트인들은 3월 10일을 ‘티베트의 날’이라 하여 기념해왔다. ‘티베트청년회의’는 이 날을 ‘전 세계 티베트의 날’로 기념한다.

최근 일어난 시위에 대해 중국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인도의 위성을 분석한 결과 3월 14일 이후 지금까지 중국군의 발포로 적어도 500명 이상이 죽었고, 1만명 이상이 다쳤으며, 500명 이상의 스님이 체포되었다. 이에 항의해 영국, 캐나다, 독일, 체코, 폴란드, 에스토니아, 일본, 프랑스, 벨기에 등이 베이징 올림픽 불참을 발표하거나 경고했고, 유럽의회는 불참결의안을 채택했다. 올림픽 성화 봉송 중에도 여러 나라에서 크고 작은 불상사들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빚어졌던 폭력사태를 계기로 티베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성화 봉송 과정에서 일부 젊은 중국인들에 의한 집단적 애국주의 광기가 폭력사태로 번져가면서 티베트에서의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 관심이 쏠린 것이다.

중국 대사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확인되면서 반중국 여론까지 일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 ‘중국인’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폭력행위’를 비판해야 한다. ‘감히 남의 나라 수도에서 외국인이…’라고 비분강개해서는 안 된다. ‘평화적 시위에 대해서 폭력을 행사하다니…’라고 문제 삼아야 한다.

중국 정부도 티베트의 인권과 자치권을 보장하라는 외부의 관심에 대해 중국 내부의 일이므로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는 신경질적인 반응만을 보일 일이 아니다. 인권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의 내정간섭(?)이 당연시되는 것이 국제현실이다. 더구나 중국은 1989년의 ‘텐안먼 사태’로 ‘인권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3년 중국이 처음 올림픽을 유치할 뻔했다가 단 2표 차이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에 밀렸을 때에도 인권문제가 발목을 잡지 않았던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경제대국, 정치대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먼저 인권문제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 티베트의 입을 막는다고, 성화 봉송을 현지 중국인의 몸으로 지켜낸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는 베이징 올림픽 불참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피해 당사자인 티베트 망명 그룹과 독립운동 그룹이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을 베이징 올림픽과 연계시키기로 한 결정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가 동참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에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권단체들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도 주최국 정부의 정당성과 인권 수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그래야 올림픽의 정치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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