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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여운깊은 책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간디의 아힘사는 너무 어렵다

『마하트마 간디』
요게시 차다 지음/ 한길사

“만일 비행기가 원자탄을 떨어뜨린다면 아힘사(비폭력)를 믿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서방의 어느 기자에게 간디는 대답하였습니다.

“비폭력의 병사들은 원자탄 투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대피소를 찾아 뛰지 말아야 한다. 아힘사는 무엇으로도 깰 수 없다는 믿음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히로시마에서 죽음을 당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굳건하게 서서 두려움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종사를 위해 기도했다면 ‘그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p.780)

간디는 또 이렇게도 말합니다.

“독재자의 굶주림을 달래기 위해 필요하다면 수천 명은 아니더라도 수백 명을 희생하는 것은 생각해볼 수 있다.”(p.631)

그는 히틀러의 행동을 심하게 비난하면서도 유대인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희생할 각오를 한다면 대량학살의 날도 여호와가 압제자의 손에서 그 민족을 구원해내는 감사와 기쁨의 날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요, 진정으로 비폭력적이 되려면 폭력적인 적을 사랑해야 하며, 심지어 히틀러를 위해서 유대인들이 기도를 해야 한다”고 충고하였습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인들에게는 이렇게 호소합니다.

“그들(독일군)에게 영국의 아름다운 섬들을 가지라고 하십시오. 그 모든 것을 내주되 영국민의 영혼과 정신만은 내주지 마십시오. 그들이 집을 차지하겠다거든 비워주십시오. 그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면 학살을 당하십시오. 하지만 그들에게 절대 충성을 하지는 마십시오.”(p.639)

간디는 그의 종교적인 신념 아래에서 이렇게 평생 비폭력, 비저항을 부르짖었습니다. 간디의 아힘사는 그의 체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폭력적인 상대방에게 비폭력으로 대하고 무저항으로 맞서니 상대가 무너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현되는 것에 고무되어 강력한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 사람들에게도 촉구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그 실험에 참여하였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동조하는 ‘척’하기만 하였습니다. 간디가 단식하면 열정적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참회하다가도 채 열흘이 지나기도 전에 예전의 심성으로 재빨리 돌아가 버립니다. 늙은 간디도 그런 대중의 속성을 알아차리고 “인도는 한 번도 내 길을 따른 적이 없다”(p.741)라고 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종교인이라면 대체로 불살생을 비롯한 각종 성스러운 의무를 수행해야 하며, 종교적인 신념은 목숨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내가 기쁘게 원자탄을 맞을 수 있을까요? 히틀러를 위해 기도하면서 행복하게 가스실로 걸어갈 수 있을까요? 간디는 진리를 실험해보자고 외쳤지만 목숨이 하나뿐인지라 무척 망설여집니다. 천국의 영생이나 불생불멸의 경지보다는 목숨은 하나 뿐이요, 인생은 연습장이 아니라는 사실이 내겐 더 진실하게 보입니다. 간디에게는 이 세상이 실험실이었을지 몰라도 말입니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이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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