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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자비의 참 뜻 일러준 일타 스님

신도 생각해 오신채 김치
맛있게 드시던 스님 모습

흔히들 불교는 자비의 종교라고 하지만 우리들이 일상에서 늘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자비의 실체를 정확히 알기도 어려우며 어떻게 하는 것이 자비로운 행동인가를 명확히 알고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출가하여 강원에 들어가기 전에 지족암에서 일타 노스님을 시봉하였다. 노스님을 곁에서 모시면서 배우고 느낀 것이 참으로 많다. 강원에서 4년 동안 배운 것보다 노스님을 시봉하면서 참다운 승려로써의 가치관을 배운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스님께서는 늘 유쾌한 성품이셨다. 우리들의 잘잘못에 대해 크게 질타하시지 않으셨고 늘 자애롭게 이해해 주셨다. 일상생활에서도 늘 솔선수범하시고 손수 자신의 주변을 잘 정리하시는 성품이라 사실 시봉했다지만 크게 번거로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시봉하는 우리들을 배려해서 틈을 내서 꼭 뭔가를 가르쳐주셨다. 초발심자경문과 일본어를 매일 가르쳐주셨는데 당시 생각에 출가한 승려가 왜 일본어를 배워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스님께서 하라는 것만 겨우겨우 했던 기억이 난다.

한번은 점심공양을 막 시작할 무렵 대구에서 보살 한 분이 급하게 올라왔다. 오자마자 준비한 김치통을 꺼내 놨다. 순간 마늘냄새가 코를 찔렀다. 큰스님께서 오신채를 드시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셨는지 자신 있게 맛있는 김치라고 큰스님께서 드셔야 한다고 했다. 나는 스님은 오신채를 드시지 않는데 마늘이 들어 있으니 그냥 가져가시는 게 좋겠다고 했다. 마침 공양을 마치고 나오신 큰스님께서 그냥 그 김치를 먹어보자고 하셨다. 순간 신도들 앞에서 잘난 척하며 큰소리친 것이 너무나 무안했다. 노보살은 나더러 보란 듯이 “스님예! 정말 맛있지예. 담에 또 담가 드리겠심더~”하는 것이 아닌가. 스님께서는 절에서도 김치는 잘 담그니 먼 곳에서까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공양이 끝난 후 보살님들이 돌아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시 해인사 율주이신 큰스님을 이해 할 수 없었는데 마침 스님께서 부르시기에 갔더니 보살들이 담가온 김치를 처사들께 주거나 어떻게 하라고 했다. 이때다 싶어서 “스님 맛있게 드셨잖아요”하면서 어떻게 율사가 오신채인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드실 수 있느냐고 항의하듯 물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애잔한 미소를 잃지 않으시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너는 출가 전에 맛있는 음식을 이웃들과 얼마나 나누어 먹었나? 대구에서 이 먼 산중까지 김치를 담아온 노보살의 정성을 무시해서야 어디 자비심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때야 스님의 뜻을 알아차리고 보살들에게 사납게 대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신도들은 큰스님께서 자신들이 준비해온 김치를 맛있게 드셨다고 생각하고 위안을 받고 발길을 돌렸겠지만 나로 인해 잠시나마 기분 상했을 것이었다.

훗날 대구 근교에서 보살계 수계법회가 있었는데 그 보살님이 참석했고 스님께서는 계목을 설명하시면서 대승보살은 오신채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셨다. 순간 나는 그 김치 보살을 바라봤다. 보살님은 무지 했던 자신의 지난 일을 기억하시는 것이 분명했다. 연비를 할 때 어느 누구보다 큰소리로 참회진언을 외우고 있었다. 나는 미소 머금으면서 따끔히 연비를 해드렸다. ‘옴 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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