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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여운 깊은 책 읽기]참 명쾌한 수행안내서

기자명 법보신문

『실험처럼 살아라』 페마 최된 지음 / 솔바람

“명상을 합니다.”라고 누군가가 말하면 그 사람 참 대단해보입니다. 여느 보통 사람은 명상이니 참선이니 하는 것은 자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낍니다.

하는 일이라고는, 아니, 수행이랍시고 하는 것은 그저 경전‘이나’ 읽고 그 속에 담긴 구절이 진정 무슨 뜻일까를 생각‘이나’하는 것이 전부인 나. 사람들에게는 지금 당신이 경을 읽고 불서를 읽는 그 자체가 수행이라고 말하면서도 내 자신은 정작 수행에 매진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왔습니다.

하지만 금요일 아침, 나는 행복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경전을 읽고 그 뜻을 고민하고 의심하고 회의하고, 사람들 속에서 함께 경을 읽고 문답하면서 내 한계와 부족함을 고스란히 드러내왔던 그 순간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은 수행의 시간이었음을 확인하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나는 ‘수행’이라는 어떤 상태에 나를 편히 묶어두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끝없이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런 상태를 회피하려는 내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서는 것이 몹시 고역이었기에 그렇게 괴롭지 않으려면 수행하면 되지, 뭐! 라는 심정으로 수행이라는 ‘의례’ 속으로 회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페마 최된 스님은 ‘수행’이라는 것을 대하는 우리의 선입견부터 지적하고 있습니다. 수행은 내 자신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합니다. 하지만 성미 급한 이들은 이렇게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아, 됐네! 있는 그대로 바라봤어. 그럼 이제 어쩌란 말이야! 세상이 달라져?”
그럼 이제 어쩌란 말인지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자신과 솔직하게 마주 대할 때 그 길이 열립니다. 이렇게 따지는 이들은 강을 건너야 하는 사람이 뭔가 방편을 써서 건널 생각은 하지 않고 저쪽 강 언덕을 향해서 당장 이리로 오라고 소리칠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자신을 향해 솔직하게 마주서게 되면 이제 그 사람은 자비희사의 마음을 일으키게 되고, 일상생활 속에서는 육바라밀다의 실천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비희사에도 각각 사이비 사무량심이 있고 또 사무량심을 해치는 적이 있다는 설명은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이비 자비희사의 마음을 품고서는 보살인 척 하였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보시와 지계, 인욕과 정진, 선정과 지혜를 시장 속에서 실천해 온 스님의 생생한 법문은 그동안 경전 속의 단어로만 익혀왔던 육바라밀다에 진짜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합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는 인욕을 실천하면서 “내가 누구 좋으라고 이렇게 참아내야 하나!”하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일러줍니다. ‘이렇게 인욕을 수행하면 뭔가 결실을 맺는다는 희망을 다 놓아버리고 다만 과정을 즐겨라.’라고요.

열심히 연필로 금을 그으면서 읽다보니까 스님의 또 다른 책 제목처럼 고통의 바다에서 하하하 웃으며 헤엄을 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 이것도 우쭐함이어서 얼른 비워버려야 하는 것일까요?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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