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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안 되면 되게 하라

기자명 법보신문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수행은 연어귀향과 같이 고난의 연속
물러서지 않는 ‘군인정신’ 때론 필요

천 길 되는 낚싯대 곧바로 드리우니
한 물결 따라서 만 물결이 뒤따른다
밤은 깊어 물은 찬데 고기 하나 물지 않으니
배에 가득 공을 싣고 달빛 밟고 돌아가네
-『금강경오가해』 중 야부송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군법당 초청으로 법회에 다녀왔다. 군종병으로 근무하면서 포교한다고 동분서주했던 옛 시절이 떠올라서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일체강물은 바다에 이르면 다툼이 사라지고 일미평등의 한 맛을 이룬다. 하지만 팔도의 사나이들이 모인 군대에는 아직 자기 관념과 집착이 강하여 크고 작은 일들이 쉼 없이 일어나 때로는 부모님들의 가슴에 깊은 한을 남기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난다. 그래서 더욱 부처님의 가르침이 필요한지 모른다. 부대 정문 앞 위병소에 이르니 어김없이 차를 멈추고 통과 의례를 거쳐야 진입이 허용 되었다.

부대장님이 나와서 반갑게 맞아 주었으며 여러 병사들을 보자마자 마치 자식들을 면회 온 부모님처럼 뭉클한 마음에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 졌다. 지금 생각하면 동진으로 출가하여 세상을 전혀 몰랐는데 군대에 가서 세상을 접하고서 생로병사의 고통과 더불어 삶의 애환이 끝이 없는 줄 깨달아 더욱 발심하여 정진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참으로 소중한 인연이었다.

스님들이 지금 여름 안거에 들어 일체 밖으로 흐름을 멈추고 오직 일대사를 참구하는 일에 몰두 하듯이 군대라는 시간도 결제하는 것과 같아서 잘 활용하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준비하기에 더없이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더구나 지휘관들이 친 자식처럼 살펴주고 있으니 각자 보답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깨어있는 초병은 칠흑같이 깊은 밤 보초를 서면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듣거나 어둠속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하면 자기도 모르게 바로 호흡을 멈추고 끝까지 주시하여 상황이 종료 될 때까지 조금도 틈을 주지 않는다. 이와 같이 한 생각 번뇌가 일어나거나 대상을 만나면 놓치지 말고 회광반조를 해야 한다. 마치 위병소에서 모든 것을 멈추고 검문에 응하여야 무사히 통과 하듯이 어떤 생각이나 대상을 당하여 좋고 나쁘다는 차별심을 두지 말고 평등하게 관찰하여 바르게 알아 차려야 한다. 호흡을 멈추면 일체 흐트러진 몸과 마음이 바로 안정이 이루어져 집중을 이루고 그 자리에는 아는 성품이 돈발하는데 여기에서 고요함을 취하거나 알음알이를 두면 더 이상 공부에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와 같이 정과 혜를 쌍수하면 기연을 만나게 되어 마치 용감한 장수가 단숨에 적진에 들어가서 손 하나 쓰지 않고 적기를 빼앗아 승리의 나팔을 불 수 있는 것과 같아서 일대사를 마치고 무사히 제대하여 본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수행이란 마치 태평양으로 나갔던 연어들이 물길을 거슬러 고향으로 올라가는 것과 같아서 참으로 지난하고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군인정신이 필요하다.

모든 법은 뗏목과 같아서 끝내는 버려야 하기에 귀향의 항구에는 어둠이 내리고 그믐달이 외롭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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