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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21. 마음 쓰는 법

기자명 법보신문

서원이 굳은 만큼 분노도 사라진다

바른 지혜로 깨달음을 얻어
절대 평화에 이른 사람은
마음이 잔잔하게 가라앉고
말과 행동도 고요하다.
 - 『법구경』

『화엄경』 「정행품(淨行品)」은 지수보살이 문수보살에게 모든 보살이 몸소 실천해야 할 청정행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수 보살은 어떻게 자신의 몸과 입과 마음을 깨끗하게 지켜갈 수 있으며, 모든 훌륭한 점을 스스로 갖추어서 부처님의 거룩한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 뿐만 아니라 인간계와 천상계의 모든 생명들에게 최상의 도움을 주는 능력자가 될 수 있을까를 역시 문수보살에게 긴 경문으로 묻고 있다.

이에 대하여 문수보살의 답은 간단명료하다. ‘너 자신의 마음을 잘 쓰면 일체의 승묘한 공덕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곧 ‘선용기심(善用其心)’하면 ‘즉획일체승묘공덕(則獲一切勝妙功德)’이라는 경문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잘 쓰는 방법을 펼쳐 보인 것이 141종에 달하는 「정행품」의 보살의 서원심(誓願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부닥치는 모든 현상에 대해서 자신 만을 위한 탐욕과 집착의 삶을 버리고 당면하는 일마다 모두를 위한 거룩한 마음으로 전환시키라는 가르침이 펼쳐진다. 그 거룩한 마음 씀씀이가 곧 모든 삶의 청정한 실천으로 이어져서 온 세계가 맑고 고요한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 「정행품」의 가르침이다.

『화엄경』 「정행품」의 주제어는 ‘선용기심’이다. 삶의 고난을 원망으로 갚으려하고 욕망에 사로잡혀서 마음에 분노의 힘이 솟구치려 할 때 오히려 원망보다는 서원(誓願)의 힘을 발산하여 평화와 자비가 가득한 자신의 마음을 가꾸어 가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공덕의 삶을 얻게 된다는 말씀이다.

생명 경시는 욕망의 산물

요즈음 이렇게 시끄럽고 모두의 삶이 맑지 못한 까닭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인간에 의하여 희생되는 동물의 고통이나 생명의 문제는 내동댕이친 채, 먹을거리를 찾아서 아우성치는 인간의 추잡한 모습만이 만연해 있다. 우리가 찾아 헤매는 먹을거리는 무자비하게 오염이 된 채로 창고에 쌓여 부패해가고 있다. 생명을 만신창이로 만들고서 얻은 먹을거리로 우리 모두는 배를 채우려고 한다. 배려와 감사의 마음은 자취를 감추고 원망의 마음만이 대기오염처럼 온 나라에 가득하다. 부처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신 ‘진리에 눈뜸’, ‘절대 평화’, ‘생명의 소중함’, ‘말과 행동의 참다움’ 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몹시 아득한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그래도 우리는 진리를 찾아서 길을 떠나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길 안내서로 삼고서 길을 떠나보도록 주위를 정돈해 보자. 그리하여 원망의 마음이 아닌 서원의 마음으로 바꾸어 보도록 노력하자. 「정행품」의 말씀대로 힘든 언덕의 길을 올라갈 때는 높아서 벗어나기 어려운 삼계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는 서원을 세워야한다. 그리고 내리막길에 다다라서는 길로부터 자신을 낮추는 겸하(謙下)의 마음을 배우도록 하자. 굽이굽이 굽은 길을 힘겹게 지날 때에는 정도(正道)를 벗어나서 혹시라도 악견(惡見)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반면 쭉 뻗은 직선의 길을 달릴 때에는 모든 이들이 다 함께 마음이 정직하고 속임이 없는 세상이 되도록 서원하라고 한다. 혹 길이 포장이 안 되서 먼지가 펄펄 날리는 길을 가게 되면 모든 생명이 함께 먼지투성이의 모습을 말끔히 씻고서 깨끗한 진리를 얻는 쪽으로 향할 수 있기를 서원하라고 경은 말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길을 가는 사람이다. 부모로부터 생명을 얻고 태어난 자는 싫던 좋던 삶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늙음의 길을 걷고, 고통의 길을 걷고, 실패의 길을 걷고, 혹은 성공의 길을 걷기도 하면서 모두가 길을 가고 있다. 자신의 길을 항상 두려움과 원망으로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길은 모두를 거룩함에 이르게 한다는 길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고 창조해야 된다는 것이 「정행품」의 말씀이다. 굽고 힘든 길에서 조차 오히려 정도를 찾으려고 하는 마음의 힘을 갖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 말씀대로 조금 한발 물러서서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의 너그럽지 못한 마음이 확연히 보이게 된다. 이 너그럽지 못한 마음에서 남을 향한 원망이 일어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인과의 응보로 돌리라는 가르침을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너그럽지 못한 마음 원망 불러

어린 나이로 아라한과를 성취한, 한 사미 아라한은 스승의 실수로 눈동자를 잃는 상처를 당하고도 스승을 공경으로 예우한다. 이런 사미의 고통을 눈치 채지 못한 스승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참회한다. 그리고 사미의 인내심과 모든 원망을 벗어난 마음의 고요에 대하여 아라한과를 성취한 성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음을 다시 깨닫는다. 모든 현상은 자신의 행위의 결과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미를 칭찬하기 위하여 부처님은 위의 게송을 읊으셨다고 한다.

고요한 성자에 의해서 몸과 입과 마음의 고요가 다시 한 번 강조되었고, 그 가르침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오늘날에도 빛을 발하고 있다. 아라한과를 얻은 사미는 언어도 고요하고 행동도 고요하다. 참으로 진리를 깨달은 사람으로서 모든 번뇌로부터 벗어났기에 삶의 행복과 불행의 어느 편에서도 결코 동요됨이 없었던 것이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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