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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자식 죽이는 아비 있어”

기자명 법보신문
  • 사회
  • 입력 2008.06.19 13:49
  • 댓글 0

새터민, 북 동포 실상 고백 ‘충격’
좋은벗들 주최 기자회견서 밝혀

“배가 고파서 집에 들어오는 자식을 개로 착각하고 죽인 다음 두부 한 쪽과 바꾸려다 총살당한 아비가 있었다.”

새터민들이 6월 대량 아사 위기에 직면한 북한 동포의 실상을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좋은벗들(이사장 법륜)이 6월 16일 개최한 ‘북한 주민 아사를 막기 위한 정부 20만톤 긴급식량지원 호소 새터민 기자회견’에서 한 새터민이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의 모습을 눈물로 고백했다.

2004년 탈북, 함경북도가 고향인 장미옥(가명) 씨는 “1997년 기근 때 식량을 구하러 한 달 간 어머니와 황해도에 다녀온 사이 영양실조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얼마 전 엄마 편지를 받았는데 1997년 기근 때보다 사람 인심이 흉흉해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씨는 “기근 때 오직 내가 한 끼 먹고 살아야겠단 생각에 옆집 감자를 훔치는 것은 이미 예삿일이 됐었다”며 “집에 들어오는 제 자식이 개처럼 보여 죽인 후 두부로 바꾸려다 총살당한 아비가 있었다”고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울먹이던 장 씨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동포들 생각에 탈북 이 후 지금껏 매일 한 끼씩 굶어 내 작은 마음이 그들에게 전해지길 기원하고 있다”며 “1990년대 후반 북한의 대량 아사 비극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바란다”고 읍소했다.

이어 새터민들은 잠시 숙연해졌던 기자회견장에서 호소문을 낭독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북한 동포를 위한 긴급식량 20만톤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2000년 함경북도에서 탈북, 군농촌경영위원회에서 근무한 바 있는 이석철(가명) 씨는 “북한은 1958년 협동조합을 만들어 계속해서 화학비료를 쓰며 농작물을 재배해왔다”며 “이로 인해 땅은 산성화 돼 삽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가 됐고, 1990년대 경제난과 함께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져 몇 백만이 아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에 따르면 북한 농토는 60만ha, 밭은 70만ha로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1ha 당 1.5톤을 생산했다고 가정할 때 195만톤, 많아도 260만톤이다. 그러나 수해피해를 감안한다면 최대 243만톤을 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새터민들은 식량 20만톤을 실은 수레를 끌어 북한 동포에게 전하는 퍼포먼스로 정부의 북한 동포 긴급식량 지원을 호소했다.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훔치던 법륜 스님은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건강을 우려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지만 북한 동포를 위해 촛불을 밝히는 이는 하나도 없다”며 “불자들은 지옥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원력을 세운 지장보살을 부르면서  북한 동포도 외면한다면 불자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사부대중의 관심을 당부했다.

반면 JTS 자료에 따르면 북한 주민 1일 곡물 소비량을 1만톤으로 잡아도 6, 7월 춘궁기를 넘길 식량은 60만톤이다. 이 가운데 20만톤라도 제공해야 북한 동포들이 죽이라도 끊여 먹으며 춘궁기를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어린이의 1일 최소 필요량은 옥수수 200g이며, 만원이면 옥수수 20kg을 살 수 있다. 02)587-8991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다음은 호소문 전문.

  <호소문 1>


                            이명박 대통령님께 간절하게 호소합니다

 
                                                          신동혁|개천 14호 정치범수용소 출신
저는 1982년 12월 19일 평안남도 개천시 외동리 보위부 14호 수용소에서 정치범 죄수의 자식으로 태어나, 2005년 1월 2일 수용소를 탈출하고 2월 2일 북한을 나와, 2006년 8월 12일 한국에 입국한 신동혁이라고 합니다.
제가 태어나서 살았던, 또 제가 마음에 담고 살아야할 고향인 개천시 외동리는 물론 북한 전역이 현재 식량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합니다. 1995년부터 98년까지 북한에서는 약 300만 명의 주민이 대량 아사했다고 합니다. 거의 십년이 흐른 지금도 식량위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정치범수용소는 물론 굶어죽는 북한 주민들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이 일하다가 사고로 죽고 총에 맞아 죽고 매 맞아 죽고 얼어 죽는 것도 끔찍하지만, 이보다 더욱 고통스럽고 끔찍한 죽음은 바로, 눈을 뻔히 뜨고도 먹을 것이 없어 명이 다할 때까지 아무 것도 못 먹다가 굶어 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는 겪어본 자만이 알 것입니다.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절망 속에 있을 지 정말 안타까운 심정 금할 길이 없습니다. 아마도 남한에 와있는 1만 3천명의 새터민들이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일가친척들도 현재 북한에서 굶주리며 아무런 대책 없이 죽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한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전적으로 북한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성들이 식량이 없어 굶어죽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남에게만 식량을 의존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미사일이나 핵에만 신경 쓰며 북한 주민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자기들의 잇속만을 채우는 북한 정부 당국자들에 비해 우리 북한 주민들은 정치나 핵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그들은 오직 먹고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누구든 어느 나라에서든 어서 빨리 한 톨의 곡식이라도 지원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춘궁기에 가장 시급하게 20만 톤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야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북한 주민의 아사 행렬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을 진심으로 같은 동포라고 생각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이명박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남한에서는 실리를 앞세우면서 북한이 쌀을 받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지원을 하지 말라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말은 북한 사회가 한 개의 국가로서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을 때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길바닥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쌀을 받는 조건으로 무슨 대가를 지불할 수 있겠습니까?
진정으로 우리가 인간으로서 사람이 죽는 것을 원치 않고 굶어죽는 사람들로 가슴이 아프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하루빨리 그들에게 식량을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남한에서 식량이 들어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북한 정부에 많은 원한이 있고, 가슴에 맺힌 사연이 많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한 정부에 대한 이야기이지 굶어죽는 북한 주민들이 책임져야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부의 횡포에 지치고 이제는 그들의 잘못으로 죽음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지켜주고 보살펴 줄 수 있는 건 바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뿐입니다.
따라서 본인 신동혁은 이명박 대통령과 남한의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지금 북한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무런 힘이 없는 어린아이들과 노인들부터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태풍이나 지진에 곤란을 겪고 있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먼 나라 사람들도 도와주는 데, 잘 몰라서 그렇지 누구라도 실상을 알기만 한다면 바로 지척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돕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식량난의 실상이 어느 정도 공개되기까지 기다리려면 이미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굶어죽고 난 다음일 것입니다. 남한 정부는 해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제발 북한 주민들에게 긴급히 식량을 보내주어서, 그들이 남한 국민들이 보내준 식량으로 끼니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도록 조치를 취해 주었으면 합니다.
제발 굶어 죽어가는 북한의 주민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시고, 그들에게 남한이라는 사회가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지금이라도 어서 20만 톤의 식량을 북한에 조건 없이 뱃길이든 육로든 열차길이든 어디로든 시급히 전달해주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2008년 6월 16일 월요일
                                             신동혁 올림
 
 
<호소문 2>


                     존경하는 대통령과 정부에게 드리는 호소문
 
우리는 최근 북한에서 심각한 식량난으로 매일같이 여기저기서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여 이 한자리에 모여 앉았습니다.
어제는 북중 국경 도시 신의주에서 그제는 곡창으로 알려졌던 황해도 연 백벌에서 나이 어린 아이들부터 늙은이는 물론 힘깨나 썼다는 장정들까지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맥없이 죽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배고픔을 참다못해 나라의 재산에 돈을 좀 댔다하여 총살을 당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배고픔을 면해보려고 이웃 나라 중국에 식량을 구하려 몰래 갔다 왔다하여 감옥에 갇히고.... 참으로 눈을 뜨고서는 볼 수 없는 참상 소식이 우리 모두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고향에 부모 형제를 두고 온 우리들로서는 밥을 먹어도 살로 안가고 밤이면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단 돈 한 푼이라도 벌어서 고향 부모 형제들에게 보내고 싶어도 보낼 길이 없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찌하여 우리들 모두는 매일같이 내 부모 내 형제들이 저 북한 땅 떼죽음의 물결에 말려들어 하루아침 이슬처럼 사라지지나 않을까 싶은 초조와 불안, 고통으로 살아야만합니까?
당하는 고통도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 한계를 초월해서 우리 모두의 몸과 마음을 맡기고 사는 이 나라에 다시 한 번 크나큰 기대를 걸고 존경하는 대통령님과 정부에 감히 이 호소문을 보냅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내외 여건이 의외로 좋지 않아서 나라가 어수선한 이때에 존경하는 대통령님과 정부가 고민도 많고 또 해야 할 일들도 태산같이 쌓여 있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한 것은 없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동족이 다 굶어죽어 가고 있는 이 엄혹한 현실 앞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따라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 존경하는 대통령님과 정부에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구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존경하는 대통령님과 정부에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첫째. 북한 식량난이 1차적으로는 김정일 체제에 있지만 북한 동포들이 하루아침에 소문도 없이 죽어가는 현실 앞에서는 대통령도 정부도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보면서 존경하는 대통령님과 정부 차원의 명백한 입장과 태도를 보여줄 것을 바랍니다.
둘째, 북한에서 당장 대량아사자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그 어떤 조건을 앞세우지 말고 시급한 시일 안에 국가나 민간차원에서 북한에 쌀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이달 안에 20만 톤의 쌀이 북한에 가 닿도록 온갖 조치를 취할 것을 부탁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과 정부가 진정 인권을 존중하고 인도적 가치를 인정한다면 그리고 북한 주민들도 내 동포 한민족이라는 동포애가 있다면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식량난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원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리라 굳게 믿으면서 다시 한 번 대통령님과 정부에 우리 모두의 기대와 요구에 부흥해 줄 것을 호소합니다.
                                              2008년 6월 16일
                   정부의 20만톤 식량지원을 호소하는 새터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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