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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여름수련회 단상

기자명 법보신문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사찰은 잡철을 강철로 만드는 용광로
난파선 같은 세상서 참된 섬 찾기를

포살 법회 참석차 모처럼 출가 본사를 찾았더니 쏟아지는 장대비는 더욱 성성하게 성품을 깨우고 떨어지는 자리마다 그윽하여 물듦이 없으니 여기가 정혜쌍수의 고향 조계총림이다. 많은 대중들이 법당에 함께 모여 묵은 허물을 참회하고 다시 범하지 않기를 발원하니 천둥은 일갈하고 대중들은 법비에 젖어 청정법신을 통째로 드러내고 있다.

여름 수련회 준비가 한창이다. 산사라고 해서 더위가 없는 줄 알고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쇠가 뜨거운 용광로에 들어가서 잡철을 모두 제거하고 나면 강철로 다시 태어나듯이 수련회도 마찬가지여서 세상사에서 찌들은 번뇌와 무명을 밝은 지혜로 돌이켜 전환하는 과정이다. 잠시 사자루 수련장에 앉아서 지도법사 시절을 떠올리니 어느 해는 가뭄이 들어 계곡물이 마르고 수련장이 가마솥처럼 달아올라 쓰러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고 모두가 원만하게 회향을 했다.

지도법사로서 지치고 힘들 때마다 고개를 들어 연꽃처럼 아름답고 수려한 조계산정에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던 시절이 엊그제처럼 떠오른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스님께서 창건 하시고 산 이름을 조계산이라고 했던 것은 육조 혜능스님의 가르침인 『육조단경』을 지침서로 삼아서 선을 중흥 시키려는 원력이었을 것이다.

수련생들은 조석 예불시간에 대웅전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스님들의 예경소리에 환희심을 느끼며 함께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선원과 강원 율원에서 정진하는 많은 스님들의 맑은 기운이 그대로 수련생들에게 전해져서 알게 모르게 깨달음의 기운을 촉발 시키고 법의 향기를 전해 줄 것이다.

많은 수련생들을 모기와 찜통더위 속에서 원만하게 이끌어 무사히 마치기란 참으로 어렵다. 지도법사의 신중하지 못한 말 한마디 가벼운 행동이 수련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 업에 찌든 사람들을 갑자기 묵언을 시키고 스님들처럼 공부를 시키려고 하니 잠재된 업력이 튀어나와 난처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자비심이 필요하다. 자비심이 있는 경책은 수련생들의 마음을 변화 시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자신도 감당하기가 힘이 든다. 그래서 지도법사는 지극한 하심과 함께 덕이 있어야 하며 경책을 함에 있어서도 절대로 자기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세상살이가 어느 때보다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삶이 난파선처럼 흔들리고 괴로울 때는 무작정 고요한 산사의 수련회를 떠나보라. 여기에서 만난(萬難)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섬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유경』에서는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고 했지만 어느덧 모두가 중독되어 비틀거리는 모습이다. 지금은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따지고 분석하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법은 양변을 의지해서 생긴 것이니 어느 한쪽을 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모두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본업에 충실하며 당당히 서야 할 것이다.

도량에는 수국이 탐스런 머리채를 풀고 남빛으로 번져 어느덧 바다로 흐르고 있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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