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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분노를 자비로 화현한 밀라레빠

복수심 놓고 깨달음 얻은 티베트 성자의 시 외우며
최고 진리 향해 정진하는 수행자로서 마음 다잡아

어머님 살아계실 때 / 내 나이 어렸고 / 나 이제 나이드니 / 그분 이미 아니 계시네
우리 함께 있다 해도 / 영원을 기약하지 못 할 것 / 나 불멸의 진리를 찾아 / 수행에 정진하리라
아버님 살아계실 때 / 나 집 떠나 없었고 / 나 이제 돌아오니 / 그분이미 아니 계시네
우리 함께 있다 해도 / 영원을 기약하진 못 할 것 / 나 불멸의 진리를 찾아 / 수행에 정진하리라

행자시절이었다. 잘린 연뿌리에 가늘게 이어지는 연실처럼 미련이 연연이 피어오를 때면 언제나 흐트러진 마음을 다지면서 늘 맘속으로 되새겨보았던 티베트의 영원한 성자, 밀라레빠의 시구절이다. 일체의 무상을 너무나 간결한 일상의 문체로 써 내려간 이 시를 외우고 혼자 속으로 되뇌며 그 당시 하루하루의 삶이 마치 불멸의 진리를 찾아 수행하는 수행자의 삶이라는 깊은 확신을 갖게 되었다.

밀라레빠는 어린 시절 불가항력적인 외부의 힘에 처절하게 짓밟혀지고 상처받아 마음엔 오직 분노만이 가득하였다. 애오라지 복수심만 가득 담고 집을 나선 밀라레빠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그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만을 모색하던 중 흑마술을 익히게 되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흑마술을 사용하여 지난시절 자신에게 고통을 주었던 사람들의 피가 온 대지를 뒤덮도록 참혹한 복수를 하였다. 그러나 복수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억울함과 분노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의 상처만 커지고 괴로움만 더더욱 더해졌다. 원수는 원수를 부를 뿐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스스로 채득하고 새로운 수행의 길을 찾아 집을 나섰다.

그 후 이 세상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의 혹독한 고행을 통하여 마침내 깨달음을 성취하여 더없이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얻어 위대한 성자로서 삶을 완성하시게 되었다. 더없이 드라마틱한 일생의 여정만으로도 우리들에게 충분한 흥미를 주지만 무엇보다 밀라레빠 성자께서 직접 남긴 10만 개의 게송은 문학의 한 장르를 구축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절한 절규의 참회와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수행 속에서 터져 나오는 심연의 소리, 최고의 진리를 체득한 한 인간의 한없이 솟구쳐 오르는 환희와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찬탄은 10만이라는 숫자가 결코 많지 않게 느껴지게 했다.

우리들이 불법의 참 맛을 알게 된다면 그 찬탄하고자 하는 마음 또한 끝이 없는 것 같다.
예로부터 지장보살의 위신력을 게송으로 찬탄하면서 ‘지장대성위신력 항사하겁설난진(地藏大聖威神力 恒河沙劫說難盡, 지장대성보살님의 위신력은 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 많은 겁의 세월동안 찬탄하여도 다 찬탄할 수가 없네)라고 노래 한 것만 봐도 그 차오르는 기쁨이 얼마나 한량없는지 알 수 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출가 후 처음 만난 스님이 한없는 찬탄으로 삶을 마감하신 밀라레빠 성자였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오직 글과 말로 전해진 부처님을 믿고 따르고자 나선 삶에서 마음속에 고이 간직한 수행자 또한 직접 뵙지 못하고 그 음성 듣지도 못한 옛 스님이지만 처절한 삶을 살았고, 더없이 강렬한 수행을 직접 하셨으며, 아름다운 글과 글에 담겨진 한없는 환희심으로 영원히 내 마음속의 성자로 남게 되었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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