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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실상』

기자명 계환스님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마음이 나를 살린다'에 난관 이겨내

내가 출가를 한 그 해,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사형님을 따라 역시 고인이 된 어느 교수님의 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두 분의 긴 얘기에 지루해진 나는 서재에 꽉찬 책장을 둘러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책이 『생명의 실상』이었다. 별로 두껍지 않아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도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책을 편 순간 일본어 책이어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은 번역이 되어있다) 그래서 두 분의 얘기가 끝나자마자 책의 내용을 물어보았더니, 교수님은 수많은 책 가운데서 내가 그 책을 집어든 것에 대해 신기해하면서 "아주 좋은 책이니까 일본어 공부해서 나중에 꼭 읽어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서는 책 내용보다도 저자인 다니구찌 마사하루(谷口雅春)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를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그 몇 년 후, 정말 인연이란 묘한 것이어서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생명의 실상』을 구입하여 읽고 감동한 나머지, 그 저자를 직접 만나고 싶어서 그 분의 사상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성회까지 가보았지만, 결국 만나지를 못하고 나의 유학기간동안에 그 분은 작고하였다.

그런데 『생명의 실상』의 내용은 간단하다. 요약하면 "마음의 법칙"과 "인간의 실상"에 대한 것이다. 즉 각자 생명의 실상을 발휘하라는 글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마음의 갈등을 설명하면서 어려운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이토록 인간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게 하는 그런 책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인생의 문제에서 구체적으로 희망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외롭고 힘든 유학시절 나는 『생명의 실상』을 읽으면서 그때 그때의 난관을 참고 견뎌낼 수 있었다고나 할까?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마음이 나를 살린다"라는 말이다. 사실 삶의 구비 구비마다 위험과 불행이 잠복해 있게 마련인데, 이에 맞서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숭고한 일이다. 그래서 희망이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비참하고 삭막하다. 지금의 이 고통이 언젠가는 사라지리라는 희망, 내일은 내게 빛과 새 생명이 주어지리라는 희망, 그런 희망이 있음으로써 우리의 투혼도 빛이 난다.

이렇게 『생명의 실상』은 우리들로 하여금 희망을 가지게 함과 동시에 자신을 겸손하게 지키라고도 타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읽는 이들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대목은 불교서적이 아니면서도 마음을 다스리는 진정한 인간다움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이다.



계환스님(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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