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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⑪ 불교무술 동작 의미

기자명 법보신문

무술은 인성 교육의 효과적 방편
각 동작은 몸과 마음의 소통 방법

지난 70~80년대는 동양전통의 다양한 무술들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와 더불어 고전적인 무술영화가 많이 상영되어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협영화에서 감명을 받던 협객의 의리 같은 것은 사라지고, 극렬한 격투기같이 오직 승리만을 염두에 둔 종목만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격투기종목은 고도로 숙련된 사람들만이 참여할 수 있고, 일반사람들의 건강과 정신도야를 위한 취지와는 목표가 다른 것이라 하겠다.

본래 무술이란 지난 고대 문명시대에 있어서 인성 교육과정의 하나이었다. 심지어 공자의 문하에서도 육예(六藝)라고해서 활 쏘는 법을 가르쳤음은 역사적 사실이다. 특히 고래로 한국의 제왕들은 문무를 겸전했음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처럼 예전의 전통적인 인격완성에는 문(文)과 (武)라는 두 상이한 부문의 결합이 전제되고 있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근대의 현대문명사회로 접어들면서 무(武)라는 부문은 현대 군사조직이라는 특수한 계층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예로부터 인격도야의 방편으로서의 행해지던 무술은 전통무예라는 명목으로 국한이 되어 버렸다.

무술전통에 있어서 이러한 현상은, 문명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일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그러한 고달픈 수련을 왜 하느냐?” 하는 생각이 만연되어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와 자동차 같은 문명이기가 발명되고, 첨단 의학이 발전하고, 칼과 활 대신 총과 원자폭탄이 있는데, 몸으로 하는 무술수련은 이제는 지나간 옛 유물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의 결론은 이러한 무술에 대한 인식이 근대문명에 와서 잘못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본래의 무술수련이란 인격도야의 방편으로 활용되던 공부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무술(武術)이란 용어 자체가 무와 술의 두 개념이 합친 것이다. 즉 무(武)란 몸소 예(禮)를 통하여 익혀가는 정신체계이고, 술(術)이란 절도(節度)있는 바른 행위를 실천하는 체계인 것이다. 이는 불가의 가르침에서 계율(戒律)을 공부한다고 하는 개념과 전혀 동일한 것이다. 수련의 입장에서 보면 계(戒)란 성취해야 할 지침이고, 율(律)이란 그 지침에 따라 몸에 익혀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런 이유로 불가무술을 포함한 무술수련의 단계에서는 우선 동작을 정확히 배우게 된다. 그리고 각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는 가운데 예전의 나의 습성은 사라지고, 무술의 동작이 배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무술의 동작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배어든다는 말의 의미이다. 무술의 동작들은 오랜 기간 동안 검증된 몸과 마음의 자연스러운 유통 방법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을 수련적 측면에서 보면, 4가지 바른 기본동작을 통한 일상생활을 말하고 있다. 행주(行住)는 동적인 삶의 활동과 정적인 삶의 활동을 말하고, 이는 움직이는 동작과 조용히 서 있는 동작으로 비유될 수 있다. 그리고 좌와(坐臥)는 앉고 잠자는 자세이다. 한가로이 길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걷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거의 다 어깨가 어느 한편으로 기울어져 있다. 여러 사람들이 제각기 앉아 있는 모습을 살펴보면 천차만별이다.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는 모습도 다양할 것이다. 따라서 바로 앉고, 바로 걷고, 바로 동작하고, 바로 눕는 4가지의 핵심적인 동작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불가무술에서 동작을 반복하여 수련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네 가지 기본 삶의 동작에서 무수히 많은 중간동작들이 전개되어 진다. 그리고 그러한 동작 중에 손과 발의 변화가 포함된다. 이렇게 다양한 동작들을 일으키는 마음을 묵묵히 지켜보는 것을 무술수련중의 관법(觀法)이라 한다. 몸동작을 연마하는 권법(拳法)의 수련과 마음을 관조하는 관법이 서로 어우러져 있는 것이 불교무술의 초기 수련과정이다.

연제홍 영국 뉴캐슬대학 화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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