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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교 현장을 가다]제16전투비행단 호국 비룡사

기자명 법보신문

놀거리 만들어주니 하루종일 병사들 ‘가득’

 
호국 비룡사는 게임기, 만화책, 잡지, 보드게임 등을 갖추고 병사들이 법당에서 최대한 편안하게 쉬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부처님 품 안에서 향냄새를 맡으면서 놀다보면 제대 후에도 법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7월 27일 오전 10시. 아직은 선선해도 될 것 같은데 이미 수은주는 30도를 웃돌고 있었다. 그래도 공군 제16전투비행단(이하 16전비) 호국 비룡사(주지법사 문현공)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착, 착, 착~! 생활관을 떠나 법당을 오르는 군화 소리는 가벼운 음색의 타악기를 연상시켰다. 오와 열을 맞춘 국방색 전투복의 행렬이 강렬한 햇살을 비집고 경쾌한 왈츠를 연주하고 있었다.

주말이면 병사들 법당 점령

군인은 신발을 벗어야 하는 장소를 선호하지 않는다. 군화를 벗을 때는 일일이 끈을 풀어야 하고 다시 신을 때도 일일이 끈을 매야 하기 때문이다. “군화를 벗기 귀찮아서 교회에 간다”는 병사도 아주 간혹 보인다. 혹자는 “군포교 최대의 암초는 군화”라는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매주 왁자지껄한 20대 초반 청년들이 법당을 가득 메울 때에는 그만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경상북도 예천에 위치한 16전비 호국 비룡사만큼은 젊은 병사들이 주말을 희생해서라도 법당을 찾아올 이유가 확실하다. 생활관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최신형 게임기와 보드게임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군 제16전투비행단 호국 비룡사에는 젊은 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기 플레이 스테이션이 있다. 책장에는 만화책이 빼곡하다. 그 아래 칸에는 월간 잡지들도 비치돼 있다. 젠가, 루미큐브 같은 보드게임도 상자 하나 가득이다. 예전에 창고로 쓰던 컨테이너 박스에는 탁구대도 마련돼 있다. 이쯤 되니 비룡사는 병사들에게 ‘확실히 즐기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돼버렸다.

주지법사인 문현공 법사는 올해 초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축구 게임인 ‘위닝 일레븐’의 경연대회를 법당에서 개최했다. 과연 장병들이 관심을 가질까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32명 선착순 모집은 반나절만에 끝나버렸다. 16전비 내에서 ‘비룡사배 위닝일레븐 대회’는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병사 10여 명으로 구성된 보드게임 동아리도 비룡사의 인기를 격상시킨 한 요인이다. 문 법사는 군부대 동아리 활동에 지급되는 국가지원금까지 받아가며 병사들의 확실한 놀꺼리에 재투자하고 있다. 여기서 머릿속을 스치는 의문 하나. “법당에 놀러 오나?”

자발적 신행으로 이어져

맞다. 병사들은 법당에 놀러온다. 쉬러온다. 어느 법당이나 “왜 왔느냐”고 물으면 병사들은 그렇게 대답한다. 그들에게 법당은 마음을 쉬는 공간이다. 16전비 병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조금이라도 담아가기 위한 것이 아닌 게임을 하러 법당에 오는 것이 아니냐는 혹시 있을지 모를 세간의 의혹에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강변할 줄도 안다. 단지 말이 아닌 몸으로 말할 뿐이다.

병사, 간부 할 것 없이 비룡사를 찾는 16전비 가족들은 법당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부처님께 삼배부터 올린다. 누가 옆에서 삼배부터 올리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고참이 후임 병사에게 “법당에 들어오면 삼배부터 하는 것”이라고 일러주는 풍경은 이따금 눈에 띄었다. 아무리 군법당이라도 이런 광경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법회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며 108배도 알아서 한다. 대다수 불자 병사들은 정근 시간에 108배를 해도 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회 절차나 의례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16전비 병사들은 달랐다. 모든 것이 자발적이다.

비행 훈련생 챙기기가 숙제

이에 대해 문 법사는 “불자 병사들의 모임인 법우회 회원들의 영향이 컸다”며 “스스로 경전을 스터디하고 신행활동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투기를 조종하는 훈련생들도 비룡사에서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16전비의 구성원이다. 16전비는 예비 파일럿들이 고등 훈련을 받는 곳이다. 16전비에서 고등 훈련을 통과한 훈련생들은 앞으로 지휘관으로 임관하게 된다.

때문에 비룡사 뿐 아니라 16전비 내의 모든 종교시설들은 훈련생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문 법사는 “병사들을 감당하기에도 빠듯한 재정을 쪼개고 또 쪼개서 수요일 훈련생법회에 투자하려 하지만 녹록치 않다”며 “그래도 훈련생들과 병사들에게 부처님의 씨앗을 심어준다는 생각으로 주어진 여건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예천=정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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