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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동자와 호법의 길

기자명 법보신문

[세심청심]일선 스님 거금도 금천선원장

새벽 기운이 서늘해지고 귀뚜라미가 우는 것을 보니 어느덧 가을의 문턱이다. 섬에는 올 여름 유난히 비가 오지 않아 꺾일 줄 모르던 더위가 어젯밤 천둥 벼락이 몰고 온 장대비에 물러나고 말았으니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
시생멸법(是生滅法) 그것은 일어났다 사라지는 연기의 법이기 때문이다.
생멸멸이(生滅滅已) 생멸이 바로 적멸인줄 깨달으면
적멸위락(寂滅爲樂)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되리라.

위 게송의 유래는 이렇다. 석가모니가 아득한 과거 보살인행 시절에 설산동자라는 이름으로 해탈을 구하기 위해서 고행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본 제석천이 구도의 뜻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 험악한 나찰귀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설산동자 가까이 가서 몸뚱이를 먹이로 바치라는 말을 했다. 설산동자는 오히려 환희심으로 북받쳐 올라서 이 귀중한 게송을 세상 사람들을 위해서 바위나 돌, 나무와 길에 많이 써 두고 아무런 후회나 미련도 없이 기꺼이 몸을 바쳤다.

참으로 아름답고 눈물 나는 구도와 전법의 원형이다. 우리는 부처님의 은혜로 이와 같은 미묘한 법을 만났으나 귀한 줄 모르고 전법을 게을리하여 사람을 키우지 못했으며 또한 금생에 사람 몸을 받았지만 목숨 바쳐 수행을 하지 않으니 설산동자의 구법과 전법의 모습에서 오늘의 불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아 다시 한번 대발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일체 존재하는 것은 저마다 홀로 서지 못하며 서로 의지하여 존재하는 연고로 일체가 평등하여 차별이 없다는 연기의 법칙은 일체 중생을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준 위대한 진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모든 생명이 돌아가 의지해야할 가르침으로 화합과 평화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불전에 나아가 이러한 진리를 가르쳐주신 부처님의 은혜에 감사의 예배를 드리고 잘 익은 과일이라도 보면 먼저 불전에 올리고 싶은 신심을 내는 것이다.

참으로 이 법을 만나지 않으면 나고 죽는 생사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없어 끝없는 윤회의 고통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이 땅에는 모든 인류가 서로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 할 수 있는 원리를 부정하고 획일적인 가르침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반지성적인 편협한 주장을 하여 국민의 화합을 깨뜨리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호법의 길에 나서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서 우리는 그 동안 얼마나 설산동자가 몸을 버려 법을 구하는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수행을 했으며 또한 열심히 전법을 했는지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호법의 대장정에 나아갈 수 있는 결연한 의지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 법은 참으로 평등해서 유와 무 높고 낮은 차별이 없어 모든 생명을 함께 살리는 법이어서 조금이라도 훼손이 된다면 우리 모두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전법의 길에서 노구를 이끌고 열반에 이르는 마지막 회향을 했는지 모른다. 수행과 전법이 둘이 아니며 생멸의 모습이 바로 대열반과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늘은 점점 높아지고 바다는 더없이 깊어져 머지않아 하나로 만날 것이다

일선 스님 거금도 금천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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