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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송이 연꽃 더불어 신행-자비 새역사 열다

기자명 법보신문

제12회 만해대상 포교부문 수상
108산사기도회 선묵 혜자 스님

 
스님은 부처의 열반지 인도 쿠시나가라의 진신사리를 탄생지 네팔 룸비니에 모시는 ‘붓다의 귀향’ 행사를 가졌다. 사진은 네팔 사원에서 마니차를 돌리고 있는 모습.

8~9년에 걸쳐 108산사를 순례하는 인욕의 수행 프로그램으로 한국 신행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 선묵 혜자(도선사 주지) 스님이 제12회 만해대상 포교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2006년 108산사순례회가 발족된 이후 혜자 스님과 108산사순례회 회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에 화제를 몰고 다녔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쳐도 한 달에 한번, 어김없이 산사를 찾는 그들의 치열한 구도 열정도 눈길을 사로잡았고, 6000여명에 이르는 엄청난 순례객과 매회 108대에 이르는 대규모 버스 행렬은 개신교의 심령대부흥회와 가톨릭의 급속한 성장세에 짓눌렸던 불자들의 패배주의를 한꺼번에 날린 일종의 카타르시스였다. 스님은 또 108사찰을 순례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는 곳곳마다 자비 물결을 일으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 한미 FTA로 고사위기에 처한 농촌을 돕기 위해 가는 곳마다 직거래장터를 개설하고, 부족한 일손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단을 조직했다. 군 장병을 위해서 매회 5~6만개에 이르는 초코파이를 보시하고, 108인연 맺기로 다문화가정의 이주 여성들의 눈물을 닦았다.

더구나 올해에는 부처님 열반지 인도 쿠시나가라에서 기증받은 진신사리를 모시고 탄생지 네팔 룸비니에 방문했다. 말 그대로 ‘2550여년 만에 붓다의 귀향’이었다. 먼 동쪽 끝 해동 사문 혜자 스님의 손에 들려 귀향한 붓다의 사리를 보고 네팔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룸비니에 아쇼카 석주 이후 처음으로 혜자 스님과 108산사순례회의 공덕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는 것으로 보답했다.
하는 일이 너무 많다보니 조금은 지칠 만도 하건만 스님은 여전히 새로운 자비행을 찾아 골몰하고 있다. 최근에는 효행상과 가족 화목상 제정을 계획하고 있고, 남북 경색에 따라 차질을 빚고 있는 북 어린이 돕기 우유지원 사업도 여건이 허락되는 데로 시작할 생각이다.

스님은 “이 모든 일들이 가능케 한 108산사순례회 회원들을 보며 연꽃을 떠올린다”고 말한다. 기도와 수행은 물론이고 가는 곳마다 자비의 선연(善緣)을 뿌리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살아있는 연꽃이라는 뜻이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갈 겁니다. 8~9년의 인욕의 대장정을 마친 회원들의 손에 들릴 108염주를 생각하면 아플 수도, 멈출 수도 없지요.” 스님의 굳은 다짐이다.
그래서일까. 108산사순례 길엔 언제나 장맛비가 멈추고 하늘엔 상큼한 무지개가 춤을 춘다. 부처님의 가피가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

▷만해대상 포교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소감은.
“구도의 열정으로 한국불교의 새로운 신행 역사를 쓰고 있는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에게 준 것으로 알고 있다. 108산사를 찾아 108배를 하며 108번뇌를 소멸하는 수행 외에도 농촌 돕기, 환경지킴이, 군 장병 초코파이 지원, 다문화가정 이주 여성 돕기 등 다양한 자비행을 펼치며 부처님 사랑, 농촌 사랑, 군 장병 사랑, 환경 사랑 등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더욱 정진하는 계기로 삼겠다.”

▷최근까지 24곳의 성지를 순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움은 없었는지.
“부처님께 소풍가는 마음으로 성지순례를 가보자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참가회원이 1000명, 2000명, 이렇게 늘더니, 지금은 6000여명이 넘는다. 참여 대중이 많다보니 참가자의 접수부터 버스 대절, 순례에서 무사귀환에 이르기까지. 쉬운 일이 없다. 버스만 해도 매회 108대가 동원된다. 어려움이 많지만 신심으로 극복해 내고 있다.

▷많은 인원이 함께 성지순례를 하다보면 사건 사고에 따른 걱정도 많을 텐데.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항상 노심초사다. 다행히 부처님의 가피로 지난 2년여 동안 큰 사고 한번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연꽃이 열매를 맺듯 순례회원 모두의 손에 108염주가 완성될 때까지 순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한 노보살이 순례 도중에 작은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그래서 급하게 병원을 찾아 입원을 시켰는데 공교롭게도 병실이 108호실이더라. 다친 노보살과 함께 병원에서 파안대소했다. 부처님의 가피를 깊이 느꼈다.”

▷108산사순례회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유사한 단체도 생기고 각 지역에서 와 달라는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0여개 사찰과 단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함께 수행하는 도반이라 생각한다. 부처님의 법이 몇몇의 소유가 아니듯, 108산사 순례도 우리의 소유물이 될 수는 없다. 모든 불자가 108산사를 참배하고 108배를 하며 108번뇌를 소멸할 수 있다면 그보다 값진 일이 어디 있겠는가. 또 각 지역의 사찰과 자치단체장이 방문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율을 하고 있다.”

▷순례를 마치려면 앞으로도 7년이나 남았다. 2년 여 동안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을 텐데.
“순례가 끝나면 남편에게 정성을 들여 삼배를 하는 회원들도 있고, 부부간의 금슬이나 고부간의 갈등이 사라졌다는 이들도 많다. 생을 마치기 전에 108사찰순례를 회향하고 염주를 완성하겠다는 일념으로 순례를 나서는 노보살이나 거사님도 있다. 참배한 사찰의 사명이 적힌 염주를 가족과 함께 끼우며, 맑은 마음으로 신심을 키워간다는 가족의 이야기들도 들었다. 이런 것들이 변화라면 변화일 것이다. 회원 한명 한명이 그야말로 수행자의 표본이다.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염불을 하고, 내려서는 지극한 마음으로 108참회를 하고 농촌 돕기를 비롯한 여러 보살행에 참여하고 있다. 신행수기를 공모를 하고 있는데 21세기를 대표하는 불교신행사례집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여러 가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대만의 불광산사와 자제공덕회를 방문, 그들의 성공 노하우를 면밀하게 연구할 생각이다. 조직이 커지고 사람이 많아지면 그에 합당한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108산사순례회의 작은 불씨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국을 대표하는 신행으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불광산사처럼 자국의 불자들은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세계의 불자들이 함께 수행하고 정진하고 봉사하는 시스템을 한국 불교에 적용시켰으면 좋겠다. 아울러 세계 제일의 봉사 기구로 발전한 자제공덕회의 운영 체계와 인재 교육도 ‘우리 것’으로 만들고 싶다.”

▷하는 일이 워낙 많다보니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 새벽 108배를 하는 것 외에 특별히 건강에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마지막 회향까지 부처님이 지켜주시리라는 믿음이 있어서 그렇다. 그렇지만 이제 나이도 있고 주변에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고 해서 건강에 조금은 신경을 쓸 생각이다. 사실 나의 건강이 담보돼야 6000여 회원들의 원력도 성취될 수 있다. 이 점을 생각하면, 잠시도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계획은.
“상이라는 것은 줘서 즐겁고 받아서 기쁜것 아닌가. 앞으로 각 지역의 효자 효녀를 추천받아 순례를 떠날 때마다 효행상을 줄 계획이다. 또 108산사에 참여하는 회원들 가운데 가족, 형제, 자매, 고부 간에 같이 다니는 이들을 선정해 ‘화목상’을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북녘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산사와 폐사지를 순례하는 통일 염원 산사 순례를 해보고 싶다. 최근 제2차 108산사순례회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2차 순례는 쿠시나가라 열반당에서 봉양 받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떠나게 될 것이다. 진신사리를 연에 모시고 108개의 번이 양 옆을 따르는 장엄을 연출할 계획이다. 108산사순례를 새롭게 시작하고픈 불자들과 1차 순례회원들 가운데 바쁜 일정으로 일부 사찰을 순례하지 못한 회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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