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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칼럼]나눔과 모임

기자명 법보신문

역대왕조, 종교 형평 통해 화합 이끌어
종교 떠나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사람의 존재는 원초적으로 나눔에서 얻어진 동시에 모임으로서 그 존재의 실현을 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은 부모의 몸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시작되었고, 사람으로서 삶의 시작은 나와 부모라는 상대적 모임으로 형성된다. 이를 일러 가족이라 하니, 가족은 집합명사의 원초인 듯도 하다. 따라서 나눔의 최소단위가 나라면 모임의 최대단위가 중생이리라. 그래서 부처님은 나의 대칭에 항상 중생을 두고 자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닐까. 이를 일러 동체대비라 하리라.

자비란 말을 나누어 따져보면 사랑과 연민이니, 사랑도 중생을 사랑함이요, 연민도 중생을 연민함이다. 곧 중생을 사랑하여 즐거움을 주는 것이 자애의 자(慈)이고, 중생을 연민히 여겨 괴로움을 뽑아버림이 연민의 비(悲)이다. 그러니 삶의 실천이란 나의 극소단위로부터 극대단위의 중생까지를 즐겁게 하자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정은 이리 갈리고 저리 갈리는 분열의 현상만 있고, 어울림의 화합은 찾아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듯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역주행하여 천여 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마치 옛날의 삼국시대에 사는 것 같다. 남의 손에 의하여 국토가 잘려 남과 북으로 대치됨이 반세기도 훨씬 지나 항시 통일이라는 민족적 숙원을 안고 있으면서 대한민국의 나라 안 사정은 서로의 이기적 아집으로 스스로 분열되고 있다.

스님들이 법복을 입고 거리로 나와 종교적 편애가 없기를 바란다 하니, 이런 빌미를 제공한 현실이 너무도 답답하다. 나라 살림을 담당하는 위정자는 심각한 반성과 아울러 편애가 없는 국정지표를 하루 빨리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국정을 의사당에서 논의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함도 좋게 보이지가 않는다. 종교적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면야 그는 개인 신념이니 나무랄 바가 없지만, 거기에 자신의 정파의 이름을 내세웠다면 이 또한 분수에 맞지 않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회 안에서 외양간 단속하여 빈틈없는 정책을 세워야 할 일이지, 시위장에 나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면 국회의사당은 왜 있어야 하는가. 혹여 불교계에서 이를 용인 내지는 암묵적으로 이용한다면 이 또한 종교의 정신적 지도를 그르치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왜곡하여 역대 왕조들이 특정 종교를 이념으로 하여 상대적 종교를 억압한 것으로 이해하지만 그것은 당시의 현실을 잘 살피지 못한 단견에서 온 것이다. 고려는 불교를 숭상하여 유교를 업신여기고 조선왕조는 유교를 앞세워 불교를 배척한 것을 통념으로 여기지만, 이는 모두 현실과는 거리가 먼 소견이다.

그 하나의 예로 고려 초기 최승로(崔承老, 927-989)는 광종에게 시무책(時務策)을 올리면서, 나라의 기강은 유교이념으로 세워야 하고, 국민적 정서는 불교정신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하였다. 광종은 이러한 중화책을 잘 활용하여 국가의 기틀을 잡은 중흥조가 되었다.
조선조에서는 고려의 전철을 거울삼아 유교를 국시로 하였지만, 역대의 군왕이나 지식인들은 불교적 자비로 백성을 사랑하여 나라의 화합을 꾀했던 것이다. 조선 초기의 군주들은 배불이 아니라 오히려 호불이라 할 정도로 스님들을 존중하였다.

나라 안의 여러 집단적 분열도 걱정스러운데, 종교적 갈등이 표출됨은 지극히 염려스러운 일이니, “위정자의 중립적 몸가짐을 소시민의 입장에서 간곡히 바랍니다. 대통령은 4천만 소시민의 대통령이지, 어느 정파 어느 교파의 대통령이 아닙니다.”

이종찬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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