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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정부로 기억되려면

기자명 법보신문

[논설위원 칼럼]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영화가 있다. 새삼 이 영화의 제목이 기억나는 것은 요즈음 우리 국민의 심리상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아마도 ‘불안’이 아닐까 싶어서이다. 경기침체와 양극화의 심화, 고용의 불안정, 집값, 노후대책과 의료민영화, 미국산 쇠고기 등 먹거리 안전,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정책에 대한 불안 등등, 국민의 불안은 끊이지 않는다. 이런 불안은 사회적 갈등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걱정스럽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사치스러울지도 모른다. 이렇게 많은 불안을 국민들에게 떠안기고 있는 장본인이 바로 이명박 정부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 출범한지 채 200일이 채 안되었다. 이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은 벌써 여러 차례 들썩거렸다. 이명박 정부의 난폭운전, 과속운전이 온 사회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 이명박 정부가 잘 섬기겠다던 국민이 아니던가.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것은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CEO의 경력을 내세워 이명박 대통령은 “내가 경제를 너무 잘 안다. 나한테 맡기면 국민이 원하는 것을 다 해 줄 수 있다”고 큰소리쳤고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사이에 한국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거시경제의 3대목표인 경제성장, 물가안정, 국제수지균형 모두 빨간 불이 켜진지 오래이다.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하락했다. 물가오름세가 지속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하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다행히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9월 위기설’까지 나돌았다.

며칠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는 없다”고 단언했다. ‘강부자’를 비롯한 상위 1%에게는 맞는 말일지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이다. 서민들의 생활고는 너무나 심하다. 내수가 침체되고 고용이 악화되었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물론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진 데에는 고유가 등 대외환경이 나빠진 탓이 크다. 그러나 경제사정 악화에는 정부의 정책실패도 큰 책임이 있다. 그러면서도 틈만 있으면 대운하, 의료민영화 등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은 밀어붙일 기회만 보고 있다. 당당하지 못한, 어찌 보면 주권자인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이런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왜 모를까. 대통령이라고 해서 그리고 정부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을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해야겠다는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에 빚어진 종교편향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진실로 내 것이 아니면 과감하게 버려라.” 부처님이 제자들을 가르칠 때 한결같이 강조했던 말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으로 착각하거나 알면서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집착, 설령 내 것으로 만들어도 영원하지도 않고 괴롭기만 한 것을 집착하지 말아야 깨닫게 되리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신 것이다. 독실한 신앙인인 장로가 교회와 사회에서 해야 할 직분과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실정법에 따라 수행해야 할 역할은 구분되어야 한다. 대통령은 크리스찬의 대표가 아니라 크리스찬은 물론 다른 종교의 신도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대표임을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한다.

도대체 정치란 무엇인가. 『유마경』에 보면 부처님은 “중생이 아프니까 나도 아프다”고 하셨다. 또 “보살이 보시바라밀을 닦고 있을 때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고 있는 중생을 보면서 궁핍이 없도록 만들겠다는 서원을 일으켜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다. 중생의 아픔을 치유하는 게 정치의 올바른 역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일간의 모습을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한다면 실패한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기억되기를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이명박 대통령이 깨닫기를 절실히 바란다.

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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