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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시인 특별기고]MB정부규탄 불교도대회를 보고[6]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8.10.15 13:58
  • 댓글 0

촛불켜던 광장에서 ‘후천개벽-화엄’시작되다

다종교간 원탁평화는 한민족의 자랑이요 위대성의 하나
대통령이 불교계 4대요구 받아들이면 화엄개벽은 순행

그러나 ‘헌법파괴 ·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대회’ 상임봉행위원장 원학 스님은 “대통령이 불자들과 시민들이 종교차별로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석이후에도 각 지역별 불자대회를 열 뿐 아니라, 사회단체세력과의 연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추석 뒤까지 이어지는 불교계의 반발은 추석이후 ‘민심회복’을 통한 ‘국정드라이브’를 준비하는 이명박정부의 정국운영일정에도 일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동일한 지면 맨 하단이다.
“26일 현재 전국에서 집결하는 전세버스만 2천대이상 예약돼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버스로 상경하는 불자들만 8만 명”
“서울광장뿐 아니라 남대문과 을지로 일대까지 규탄 인파로 가득찰 것”
봉행위원회는 20만이상의 불자들이 대회에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27일 서울 광장에서 열린 범불교도 대회. 김지하 시인은 “새로운 문명사가 지금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범불교도대회를 평가했다.


이날 대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한 불교종단협의회 소속 27개 모든 종단의 수장들이 참석하며 수경스님과 법현스님이 연설할 예정이다.
오후 2시 본대회 앞서 12시 무대공연
낮 12시 40분 조계사에서 승가대 학승 300명이 향불로 태우는 연비의식.
조계사 신자 5000명 함께 서울광장으로 행진
대회 뒤 참가자 전원 석가모니불 염불하며 태평로 세종로 종각 거쳐 조계사까지 행진 후 해산.
이상이 스케쥴이다.
경찰은 어떤가?
대회진행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규탄’을 내걸고 수십만 명이 모일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평화롭게 대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대회장 주변에 평상 근무복차림의 교통경찰 4개 중대와 여경 등을 동원해 폴리스라인을 치고 평화로운 행사진행을 유도하기로 했다. 기동대등 진압병력은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2008년 8월 27일 조선일보사설이다.
“종교간 평화를 걱정한 개신교 목회자의 뜻 깊은 목소리”
개신교 목회자 20명이 26일 “기독교가 먼저 반성해 종교간 화평을 이뤄내자”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기독교 편향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부 기독교 공직자가 공직수행 과정에서 기독교 편향적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라며 “불교계의 의미 있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그동안 우리가 다른 종교와 화평하는 자세가 부족했음을 반성한다”고 했다.
또 이들은 “불교계의 움직임이 화평과 관용과 절제의 마음을 가지고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번 성명에 함께하는 목회자들은 개신교 안팎에서 신망이 높은 분들이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때맞춰 뜻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 덕분에 우리 사회의 귀중한 자산인 종교간 평화가 깨지는 것 아니냐고 조마조마하던 국민들도 다소간이나마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되었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종교편향의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언행을 서로 삼가고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인 종교간 화합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게 하는데 힘써야 한다, 운운.
전인류문명사 대전환의 한 시작
- 단기 4337년, 중력 무진년, 서기 2008년, 불기 2552년 8월 27일-
오후 1시 37분
일산서 콜택시로 출발.
날씨 화창하다.
차타기 전 티브이와 신문들 범불교도대회 20만운운 요란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가는 길 내내 흥분이나 긴장 같은 건 전혀 없다.
내 마음에도 없다.
다만 기독교와 불교사이의 멍청한 분쟁이 없기만 기원할 뿐이다. 다종교간의 원탁평화는 한민족의 항속적인 자랑이요 그 위대성의 하나다. 강증산선생이 세계 통일신단(統一神團)과 그에 기초한 세계 조화정부(調和政府)를 구상할 정도로 큰 자부심의 원천이다.
아침신문 칼럼이 생각난다.
‘불교는 더 성숙해야 한다.’
서경석목사 말이다.
하하하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더 성숙?’
누가?
2000년 된 천주교는 아무 말이 없는데… 불교는 2552년인데… 종교개혁이 언제더라… 그 옛날, 김영삼 전(前)대통령 가라사대 “십구 세기 종교개혁 때 말이지요…”
십구 세기였던가, 종교개혁이…?
2시 16분.
중앙일보 빌딩 건너편 큰 길을 가로질러 기차가 간다.
분명 새로운 문명사가 지금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후천개벽과 함께 화엄의 시작이 촛불 켜던 바로 그 광장에서다.
2시 25분.
차가 막혀 도저히 더 나아갈 수 없다. 나는 차를 내려 시청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별로 사람도 없다. 별로 인기가 없나보다. 하기야 문명사에 관심가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살기 바쁜데, 하루하루 살기 바쁜데. 그 삶이 바쁜 까닭이 다름 아닌 바로 그 문명이라는 것 때문인데도 별로 별로, 정말로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다행이다.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종교간 갈등을 조장하지 마라! 범불교도대회’
아!
문명 기행은 고달프다.
지나간 문명이 간판에, 전화번호에, 그 선전문구속에, 음식, 건강수련법에, 약품에, 장사광고에 다 들어 있었다.
간판마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 안에, 저 깊은 곳에 삶의 통증과 어둠과 범죄들과 욕망들이 춤추듯 움직이고 있다.
이 수 많은 수많은 일들, 사건들, 삶들. 화엄경의 달이 천개의 강물에 비침(月印千江)이요 동학의 ‘만사(萬事)’이니 ‘수의 많음(數之多)’이라!
이 모든 경우 경우에 해방의 푸른 별, 붉은 꽃들이 다 저마다 저마다 제나름나름 피어나는 날이 이제 다가오고 있다.
참으로 참으로 그런가?
그 눈부신 수천수만 아우성들의 지옥을 지나 시청 앞 둥근 마당 범불교도대회에로 나아간다.
아!
다 왔다.
2시40분이다.
시청 쪽에서 확성기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대한일보빌딩, 그 건너 Outback 사이에 경찰이 여기저기 서 있고 싸이클들이 여러 대 정거해 있다. 그리고 또 닭장차, 닭장차, 닭장차!
‘대한불교조계종 자원봉사자’라고 써붙인 노란 조끼 입은 네 사람이 나란히 서있다.
20만명의 대장관은 아니었다.
12만, 13만쯤?
경찰은 5만 명이라 했고.
밀짚모자, 회색 법복, 스님들이 여기저기 땅바닥에 그냥 주저앉아 있다.
‘종교차별은 헌법 파괴’라고 쓴 커다란 깃발 바로 곁에 쬐그만 글씨로 ‘얼음물, 음료수’라고 쓴 흰 깃발이 팔락거린다.
화백(和白)곁에 신시(神市)다.
광장 중앙에 만여 명이 넘는 여러 아름다운 빛깔 가사자락의 스님들이 앉아 있고 무수한 무수한 구호 적힌 깃발들, 여러 빛깔의 깃발들이 펄럭인다. 화백이다.
그 주변 신도들이 저마다 서로 다른 옷매무새에 제나름나름 앉아 있고 여기 저기 무더기 무더기로 분산해 앉아 있어 첫 느낌에 ‘개체성을 잃지 않는 분권적 융합’ 즉 ‘一微塵中含十方’ ‘月印千江’이요 ‘萬事’요 ‘數之多’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들 주변에 포장마차들, 포장마차들, 자그막 자그마한 손짐장사들! 신시다.
‘범불교도대회’란 제목의 인쇄물이 돈다.
한 질 받아서 읽기 시작하는데 얼른 눈에 띄는 것만을 대충 읽는다.
‘원형질, 원형질, 원형질!’을 중얼거리며 다음 페이지 ‘발원문’으로 넘어간다. 역시 바빠서겠지만 한 문단만 들어온다.
거룩하신 부처님이시여!
모든 생명평화를 마음에서 찾고 다툼을 싫어하며 대립과 갈등보다 화합과 통합을 염원하니 불처럼 뜨겁지만 눈처럼 냉정하게 서로의 작은 차이를 이해하고 관용하여 상생화합의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선언문이다.
전 인류문명사 대전환의 선언문이다.
‘불처럼 뜨겁지만 눈처럼 냉정하라!’
새 삶의 아키타이프요 패러다임이다.
그대로 오늘이 바로 그 전환전임을 선언한 셈이다.
단 ‘개벽’과 ‘모심’의 집약점이 약하다.
거꾸로 넘긴다.
‘결의문’이다.
- 이명박대통령은 공직자의 종교차별사태를 책임지고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 이명박대통령은 경찰청장등 종교차별 공직자를 즉각 파면하고 엄중 문책하라.
- 이명박대통령은 공직자의 종교 차별을 금지하는 법제도화를 즉각 추진하라.
- 이명박대통령은 민심수습을 위하여 시국관련자에 대한 국민대화합 조치를 실시하라.
성의 없는 조치가 있을 때에 불퇴전의 정신으로 지역별 범불교대회로 우리의 항거를 확산해 나갈 것이다. 또한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공고히 하여, 더욱 더 강도 높은 범국민적 대응을 해나갈 것을 결의한다.
스님들이 어째서 이명박대통령을 ‘역행보살(逆行菩薩)’이라 부르는지를 잘 알겠다.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 ‘화엄개벽’은 정세(靖世)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동세(動世)로 나아갈 듯하다.
하나는 순행(順行)의 길이니 상생이요 다른 하나는 역행(逆行)이니 상극의 길이다.
그러나 때가 너무나 좋고 조성된 조건이 너무나 기막히다. 상극의 조건은 포즈만 취해도 금방 그 목적이 달성될 것이요 상생의 경우는 당대적 목적을 훨씬 넘어 새 문명사 성립의 ‘초과달성’을 가져올 것이다.
매우 좋다.
이 모든 것이 다 이명박 선생의 공로다.
이 공로 아무나 쌓을 수 없는 것이니 제발 이명박 씨 물러나라는 말은 하지들 말기 바란다. ‘자제된 열정의 길’ ‘가만히 좋아하는 길’ 가면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그 길은 뚜렷이 제시되고 있다.
‘봉행사’에서다.
이제 우리의 결연한 행동만이 남았습니다.
이제 우리의 진실한 참회만이 남았습니다.
이제 우리의 간절한 기도만이 남았습니다.
여기서 주최 측은 비폭력저항의 모델을 3.1만세운동에서 구하고 있다.
내게 논평을 구한 것은 조계종 측이다.
무어라 하는 것인가?
이미 다 했다. 다만 상징적 집약표현만 남았다.

 
종교간 화합과 소통에 공감하는 종교계 지도자들이 북돕기에 함께 나설 것을 선언하고 있다.

이 글 제목을 김사인 시인의 ‘가만히 좋아하는’을 잡은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아서다.
내 시적표현으로는 ‘흰 그늘’이니 그것이 다름 아닌 ‘촛불’이다. 그리고 불교의 저 자랑스러운 역사, 옛 한민족 고대의 신바람의 계승, 옛 영고(迎鼓), 동맹(東盟), 무천(舞天)의 찬연한 후예였던 고려 때의 저 팔관(八關)의 한글 표기가 다름 아닌 ‘’ 즉 ‘밝은 어둠’이었던 것을 기억하는 일이다.
‘.’
밑에서 불은 타오르는데, 뜨겁고 매서운데도 그늘과 여유와 원만한 부드러움으로 ‘서늘한 흰빛’이 되었다.
저 5월의 광장에 조용히 타오르던 촛불. 우주와 지구의 후천 대변동의 무위이화(無爲而化)의 대조화(大造化)에 일치하면서도 (좋아하는) 가만히(마음비우는), 좋아하는(合共法 定共心) 대낮의 연등. 접화군생(接化群生)하면서 포함삼교(包含三敎)하는 ‘포·접생명운동’의 시작!
아!
잘한다!
참다운 시작이다.
확성기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다 들어오지는 않는다.
인사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다.
절집 근처에서 내가 이렇게 유명한 줄은 미처 몰랐다. 신자도 아닌데 ?까?
3시 정각이다.
“이명박대통령은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 와아! 옳소!
“개신교 세력의 그늘에서 벗어나 국민의 대통령으로 환골탈태하기 바랍니다.”
- 와아! 옳소!
수경스님이다.
“나는 9월4일 지리산에서 천주교의 문규현신부와 함께 계룡산 묘향산까지 오체투지의 촛불행진을 시작합니다.”
- 와아!
“오체투지로 사랑, 생명, 평화의 길을 갈 것입니다.”
_ 와아!
참 좋다!
잘한다!
기막히다.
(이것이 소박한 나의 논평이다. 스님 말씀 앞에 몰상식을 용서하라. 나는 광대출신이라 탈춤이나 마당 굿의 추임새 -잘한다-를 최고의 찬사로 알아 언제나 몸에 버릇처럼 붙어 있어 어쩔 수가 없다.)
소공동 근처로 눈이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거기 한화빌딩아래 경찰 닭장차들이 늘어서있고 그 차 옆구리에 써있다. 눈이 확 뜨이는 시뻘건 글씨가 바로 다음이다.
‘국민이 힘들 때’
힘들 때!
아아 이것이 무슨 뜻인가?
(누구보고 저러는고?)
종교차별 감시단 모집이라고 쓴 시청 한복판의 깃발이 펄럭인다.
그것이 대답한다.
이제부터 국민은 힘들어진다.
왜 그렇게 만드는가?
성공회 신부 한 사람 지원발언 뒤에 천천히 독경소리와 목탁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오방내외 안위제신진언 나모사만다 못다남 옴 도로도로 지미 사바하
천수경(天壽經)이다.
생명의 경전이다. 생명사상이요 생명문화운동이다.
목탁소리가 조금씩 빨라진다.
점점 빨라져 조용한 광장 한복판에서 생기(生氣)가 뜀뛰게 한다. 온갖 생명의 약동이 시작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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