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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가난한 불교

기자명 법보신문

이기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북한이 이에 응답하여 즉각 핵시설 불능화 조치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기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에서 어두운 핵위협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또 북한을 옥죄던 각종 경제 제재 빗장들이 풀려 그들의 비참한 경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증대했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취임 초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악의 축이라던가 피그미등 듣기 거북한 언사로 모욕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을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는 인물로 보고 그러한 막말을 한 것이다. 왜 자격이 없다고 보았는가? 북한의 인권탄압보다 북한국민이 기아선상에 헤매고 있는 현실을 더 중요시 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제 나라 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위인은 국가의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것이다.

최근 TV에 출연하여 코미디언 못지않은 언어와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웃겨오던 한 목사가 어느 집회에서 불교를 믿으면 가난해진다는 설교를 해서 불교계가 격앙했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는 불교를 비방한 것이 아니라 찬양하는 설교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수께서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독교를 믿어 부자가 되는 기독교인들은 모두 지옥으로 가고 불교를 믿어 가난해진 불교인들은 모두 천당으로 가게 된다니 이보다 더 좋은 불교 포교가 있을 수 있을까? 비난대신 포교 대상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9월 24일 자 법보신문에 노스님들이 한 노인복지시설에서 생활하며 공양을 드는 모습의 사진이 실렸다. 노스님들이 노후에 갈 곳이 없어 복지시설에 생존을 의탁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복지시설에서 이걸 보는 국민들은 불교를 믿으면 가난해 진다는 목사의 조롱에 일리가 있다고 수긍하게 되지 않겠는가.

평생 동안 부처님을 믿고 그 말씀대로 수행하고 그 진리의 말씀을 중생에 전한 종말이 결국 노후에 갈 곳이 없어 노인복지시설에 의탁해야한단 말인가! 상황이 이러할진대 앞으로 어느 누구가 출가하여 스님이 되려고 하겠는가? 불교가 스님 부족난을 겪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와 법보신문이 공동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조계종 스님 10명중 7명이 노후 생활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기 때문에 스님들이 수행에 전념하지 않고 개인재산을 축적하는 등 부정적 부작용이 발생하여 결국 불교의 대 국민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게 된다. 이 심각한 문제는 결국 종단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 전 총무원장 법장스님의 열반이 참으로 아쉽게 느껴진다.

김정일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생각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종단 노스님들의 노후를 나 몰라라 하고 방기하는 총무원장은 그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계종에 여러 가지 시급한 현안문제가 많겠지만 이 문제는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단 노스님들의 노후도 제도 못하면서 종단 밖의 중생을 제도한다는 것은 공허한 위선이 아니겠는가? 부처님도 인연 있는 중생부터 먼저 제도해야 한다고 하셨다.

사찰에 가면 각종 중창불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노스님들이 갈 곳이 없는데 법당만 크게 장엄해서 무엇 하겠는가? 평생을 청정히 수행한 노스님보다 더 훌륭한 법당이 어디 있겠는가? 살아있는 법당을 버리고 왜 무정물(無情物)의 법당만 장엄하려고 하는가? 노스님들을 귀중히 모시는 풍토가 이루어져야 불교를 믿으면 가난해진다는 기독교의 조롱이 사라질 것이다.
이기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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