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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사찰패러다임_낙산사서 찾는다]⑥ 친절, 사찰의 새로운 경쟁력

기자명 법보신문

“어서오세요” 환한 미소가 포교의 출발

낙산사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친절교육(위)을 실시했다.

“어서 오세요, 낙산사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환한 미소를 안고 달려 나오는 반가운 인사 소리가 종무소에 가득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종무소 입구에 발길을 들이면 안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인사소리에 낯선 방문객조차 마음이 푸근해진다.

『화엄경』에서 문수보살은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面上無瞋供養具 면상무진공양구),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口裏無瞋吐妙香 구리무진토묘향)”라는 게송으로 밝은 얼굴과 부드러운 말을 칭송하셨다. 사람을 대하는 밝고 환한 미소, 그리고 친절한 인사 한 마디는 참다운 공양과 미묘한 향에 버금가는 귀한 공덕이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더구나 매일 수십, 수백 명, 아니 그 이상의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사찰 종무소에서 늘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사찰 종무소는 불자님들을 직접 대면하고 도움을 드려야하는 곳인 만큼 봉사 정신, 요즘 말로 ‘서비스 정신’을 갖고 일해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친절은 모든 일의 기본이자 시작입니다.”

낙산사는 올해 들어 두 번의 친절교육을 실시했다. 전문강사를 초빙해 6월과 9월 진행된 친절 교육은 낙산사에 근무하는 종무원과 요양원 및 유치원 등 산하시설에 근무하는 전 직원 8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은행이나 병원, 공공기관 등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업체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친절교육은 이미 보편화돼 있지만 사찰 종무원들을 대상으로 친절교육을 실시하는 광경이 아직은 낯선 것이 교계의 현실이다.

전문 강사 초청 스마일 교육

주지 정념 스님은 부임 초기부터 종무원을 비롯한 산하 시설 직원들에게 ‘친절’을 강조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자는 비교적 단순한 주문이었다. 한복 형태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직원 모두 명찰을 다는 것 역시 친절한 사찰이 되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단순히 ‘친절하자’라는 당위적인 강조 보다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친절의 중요성과 그 저력을 되새겨 보고 ‘친절’을 사찰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만들자는 것이 두 차례에 걸친 친절교육의 새로운 목표였다. 사찰은 누구라도, 언제라도 찾아와 몸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쉼표’같은 곳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찰에서 만난 이들의 얼굴이 무표정하고 말투가 투박하다면 몸과 마음의 휴식을 과연 얻을 수 있을까.

“지난 수 년 간의 통계를 살펴보면 종교 인구가 조금씩 줄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 국민의 절반가량이 종교가 없는 무종교인입니다. 그런 만큼 사찰은 불자들을 위한 신앙 공간의 역할 외에도 국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돼야 합니다. 비록 타종교인이라 할지라도 사찰을 찾았을 때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머물다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을 소개하기에 앞서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하지요. 찾아오는 이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사찰은 결코 포교와 전법의 기회를 만들 수 없습니다.”

‘친절’이 포교와 전법을 위한 사찰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 그것은 종교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현대인들이 과연 종교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었다.

친절 교육 이후 낙산사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손님을 맞고 전화를 받는 종무소 직원들의 표정과 손길이 부드럽고 밝아진 만큼 도량 곳곳에서 참배객과 관광객을 대하는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도 언제나 미소가 함께했다. 특히 처음 사찰을 찾은 이들에게 종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환한 미소, 친절한 도움은 곧바로 사찰과 불교에 대한 이미지로 이어지곤 해 그 어떤 부처님의 말씀보다도 효과적인 포교 활동이 되고 있다.
종무원과 직원들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강조하는 만큼 낙산사 측은 종무원과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데 더욱 귀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매주 한 번씩 열리는 직원 법회는 직원들의 고충과 건의사항,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대화의 자리가 되고 있다.

 

“친절이 사찰의 새로운 경쟁력”이라고 선언한 낙산사에서는 공양간(위)과 요양원(아래) 등 어느 곳에서나 밝은 미소와 따뜻한 인사를 만날 수 있다.

직원법회는 ‘고충 해소의 장’

낙산사 김득중 종무실장은 “매주 한 번씩 열리는 직원 법회는 낙산사 종무원들과 산하시설의 직원들이 모두 함께하는 자리”라며 “이 자리를 통해 서로의 위치에서 겪고 느끼는 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개선하거나 지원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협력할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직원들의 고충이 해소되고 업무과정에서 더욱 친절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직원법회에는 총무 스님이 법사로 동참해 직원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법당, 공양간 등 각 소임처의 팀별 모임도 자주 열어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두 ‘친절한 낙산사’를 만들어 가는 원동력인 셈이다.

종사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찰. 그리고 친절과 미소로 방문객을 대하는 종무원들이 심어가는 낙산사의 포교 씨앗은 “친절이야 말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성과를 이룩할 수 있는 포교 전략”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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