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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17.과학적 우주관과 중도

기자명 법보신문

가상공간세계 학설은 불교와 유사
중도란 가상세계임을 통찰하는 것

사람들이 한 세상을 살면서 각기 생각하고 행동이 다른 것은 각자의 인생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인생관을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우주관이라고 불러왔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의연히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사람도 있고, 멀쩡한 하늘이 무너질까 염려하여 전전긍긍한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긍정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사에 지극히 염세적이고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불교의 우주관과 인생관은 윤회설이라고 정리될 수 있다. 모든 사물은 성주괴공하며 끝없는 순환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이 끝없는 순환 고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탈이고, 그 방법론이 중도(中道)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순환 고리 밖에 또 다른 초월적인 세계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 이러한 나를 벗어나되 나를 버리지 않는 입장을 불이(不二)법문이라고 한다. 이런 연고로 해탈한 대승불교의 불보살은 묵묵히 중생과 더불어 존재한다고 한다.

여기서 현대 과학의 우주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는 과학문명이 주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우리가 자라면서 교육받고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우주관이 어떠한가를 살펴보는 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관의 척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현대과학의 우주론에 대한 설명을 정리하면 우주는 빅뱅(Big Bang)에 의해 창조되었고 언젠가는 다시 블랙홀로 모든 것이 빨려들어 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빅뱅 또는 대폭발 이론은 천문학이나 물리학에서, 우주의 처음을 설명하는 가설이다. 대략 137억 년 전에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작은 물질과 공간이 거대한 폭발을 통해 우주가 되었다 한다. 그리고 과학적 자료 분석 결과로는 그 빅뱅이 수천 억조 분의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팽창을 일으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참으로 상상조차 힘든 이야기이다. 만일 이것이 현대 과학자의 주장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이러한 황당한 이야기를 귀담아 듣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모든 과학자가 이러한 가설에 동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빅뱅은 아직까지 몇 가지 자료에 근거한 추측이기 때문이다.

2007년 말에는 브라이언 휘트워스(Brian Whitworth)라는 뉴질랜드의 매시대학교수가 역시 현대 과학자이면서 전혀 다른 세계창조이론을 제시하였다. 그의 주장은 인간이 사는 세계는 모두 누군가가 만들어 낸 가상현실이며, 마치 온라인 게임처럼 이 세계가 누군가에게 일정한 정보처리과정으로 조절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하면 인간이 이미 가상공간세계를 구축하고 활용하고 있듯이, 우리의 현실세계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세계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주의 시작은 마치 우리가 컴퓨터를 켜면 모니터 화면의 전체가 동시에 밝아지는 것처럼 우주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를 끄면 모니터화면의 모든 것이 동시에 사라지며 활동을 멈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니터에 나타나는 것들만이 사라졌을 뿐이지, 모든 정보는 컴퓨터 본체에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공간세계는 불가의 교설과 유사성이 많은 우주관이라 할 것이다. 지구가 3D 모니터라 보고 우주자체가 컴퓨터 본체라고 하면, 인간과 사물이 성주괴공할지라도 우주의식인 불성(佛性)은 언제나 그대로 인 셈이 된다. 그리고 모든 세상의 사물과 변화는 가상세계의 구성요소가 되며, 우리가 세상에 생을 받아 태어난 것부터가 이미 가상세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상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다면, 그 안에서 어떤 것을 구하고 찾는다하여도 결코 해탈이나 안심을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마음 안에서 맴도는 이상 마음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생각 속에 빠져 있으면서 생각 밖으로 나갈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즉 가상세계인 3D 모니터 세계가 아니라 본체의 세계인 불성의 세계로 되돌아가야 가상세계의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불가의 중도(中道)란 바로 우리가 가상세계에 살고 있음을 통찰하고, 본체인 불성(佛性)으로 돌아가, 마음과 생각의 세계인 가상세계를 능동적으로 굴려가라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연제홍 영국 뉴캐슬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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