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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종교편향 묵과 않는 이유

기자명 법보신문

[논설위원 칼럼] 채한기 상임논설위원

청와대가 조계종 종정 스님을 모시는 일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불자회 회장 강윤구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두 차례에 걸친 해인사 예방에 이어 최근 임삼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이 종정 스님의 생일을 맞아 축하 난을 들고 찾았다. 불교계와 청와대간의 갈등을 해소해 달라는 뜻이 아닌 불교계 최고 어른에 인사를 드린 것이라 하지만 속뜻이 따로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청와대의 이러한 노력이 가상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 뿐이다.

11월1일 대구에서 열린 종교차별금지입법 촉구와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대구·경북 범불교도 결의대회에 이어 15일엔 정법수호 광주전남불교협의회가 창립법회와 함께 출범하며 범불교도 결의대회가 봉행된다. 장로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종교차별금지법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서울시 또한 공무원 종교중립 의무화를 담은 복무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임에도 범불교도대회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연유가 어디에 있는지 청와대는 알아야 한다.

지금의 문제는 세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불교계와 청와대 사이의 갈등이 아니다. 불교계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의 종교평화와 공직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국민 개인의 종교자유 침해를 근절시키자는 원력을 세우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공직자들의 종교차별 행위를 금지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종교편향의 최 일선에 서 있던 이명박 대통령부터 언행을 조심하고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 등의 공공기관 또한 정신 차려야 한다고 2천만 불자가 준엄하게 일갈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계는 지금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요구하고 질책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부터 희미한 ‘유감’이 아닌 가슴 속 깊은 참회와 함께 불교계의 함성을 귀담아 듣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공직자 또한 종교차별 없이 본연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신교에서도 일련의 종교편향 사례를 접한 후 배타주의적 종교관과 이에 따른 공격적 선교를 중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신교에 선각자가 있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어서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일설은 유럽의 경우 이미 세계1·2차 대전을 겪으며 ‘종교다원주의’라는 정화필터를 통해 대 각성을 한 바 있다. 한국전쟁 이후 개신교의 배타적 공격선교가 득세했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종교갈등이 심화되지 않고 큰 싸움으로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한민족이라는 특성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불교와 유교, 천도교 등의 종교가 묵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묵인한 주 이유는 불교의 경우, 개신교가 아무리 배타적으로 ‘불교’를 ‘사탄’이라 해도 대승 차원에서 그들을 보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이제는 불교계도 대승차원에서 묵과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와 있기에 법적 토대 마련은 물론이고 경찰청장의 퇴진과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까지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켜만 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개신교측에서는 종교차별금지법이 종교갈등의 비화 소지가 크기 때문에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제정될 경우 개신교도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한 단체는 ‘잠시의 불편함을 못 이겨 마치 집단이기주의처럼 비춰 진다’며 과욕을 부리지 말라고 한다. 아직도 자신들이 내세운 선교 행위가 잘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조차 구분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그들의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개신교의 대 각성과 종교적 포용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것이기에 시간을 좀 더 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직자를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 내 종교편향은 법적토대를 통해 지금부터 근절시켜 나갈 수 있다. 불교를 위한 근절이 아닌 다종교의 평화와 국민의 종교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불교계는 적어도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라도 감시하고 질책할 것이다. 청와대와 개신교계는 이 점을 명심해 두어야 할 것이다.

채한기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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