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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여운깊은 책읽기]가장 아름다운 곳을 도서관으로

기자명 법보신문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최정태 글·사진 / 한길사

제목은 물론이요, 표지사진마저도 황홀경에 빠져들게 하는 책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에서는 도서관과 박물관의 이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가리키는 영어단어 ‘Library’는 나무껍질을 뜻하는 라틴어 ‘Liber’에서 비롯했다. 나무껍질은 파피루스의 속껍질, 즉 책의 원료를 뜻하고, 책을 모아둔 컬렉션 또는 책을 보관하는 집을 라이브러리라고 한다.”(81쪽)

“우리말로 ‘박물관’을 그대로 직역하자면, 온갖 잡동사니를 펼쳐놓은 시설 및 건물을 말하지만 박물관을 가리키는 ‘Museum’은 그리스어 ‘Museion(무제이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학예를 관장하는 아홉 뮤즈들의 전당을 지칭한다. 그곳은 과거의 신성한 지혜와 유산을 보존하는 성소이며, 동시에 옛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보존해 우리에게 전할 수 있는 적절한 의미를 끊임없이 창조해내는 기관이다.”(228쪽)

저자는 세계에서 아름다운 도서관을 찾아 숨 가쁘게 답사를 다닙니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세계 도서관들의 조형미를 감상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각 도서관 구석구석에 고전어로 쓰인 구절들에 밑줄 긋는 재미 또한 아주 톡톡하였습니다.

일테면, ‘책, 영혼의 기쁨이여’라는 글귀가 쓰인 미국 의회도서관, ‘모든 생각은 기록을 통해 살아나며, 생각은 기록된 내용에 따라 천 년이 지나도 존재할 것이다’라는 실러의 싯구가 적힌 독일 라이프치히도서관, ‘나는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정열은 있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적힌 베를린의 국립도서관, ‘영혼의 요양소’ 또는 ‘영혼을 위한 약방(Medicine chest for the Soul)’이라는 뜻의 그리스어가 새겨진 스위스 장크트 갈렌 수도원도서관, ‘죄악에서 헤어 나오려면 배워서 깨달아라’라는 뜻의 라틴어가 정문에 쓰여 있는 퓌센 시립 박물관 등이 그것입니다.

이 책에서 만나는 도서관들은 그저 책이나 모아둔 건물이 아니라 지식을 쌓아가는 자신이 가장 고귀한 사람임을 깨닫는 풍요로운 자부심을 안겨주는 공간으로 승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돌아봅니다. 그러지 않아도 도서관(책이 있는 곳)이나 박물관(오만가지 물건이 있는 곳)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미건조함이 마뜩찮은데, 건물들은 한술 더 뜹니다. 옛 사람들의 가옥이나 아담한 궁궐을 그대로 살려서 국립도서관이나 국립박물관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개발과 신축의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콘크리트 건물을 턱 지어놓고는 ‘國民讀書敎育의 殿堂’이라는 당시 대통령의 일필휘지가 새겨진 거대한 돌덩어리를 보란 듯이 박아놓은 것이 책과 문화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요즘 사찰에 도서관을 마련하자는 움직임이 불교계 한편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사찰에서 가장 아름답고 환하고 아늑한 곳을 경전과 책을 위한 공간으로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사람들은 시키지 않아도 그곳에 들어가 책을 펼칠 것이요, 절 구경이나 하러 온 사람들도 틀림없이 한참을 머물다 가지 않겠습니까?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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