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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에게 친절한 불교를

기자명 신규탁
불교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인상이다. 물론 불교의 역사가 유구하고 긴 세월 속에서 수많은 수도자와 그들의 수행의 산물들이 문헌으로 남겨졌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그럴수록 불교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일반인들에게 쉽고 분명하게 전달해주어야 할 것이다.

2003년 새해가 되어 유명한 교단의 전통 사찰에서 조실스님들이 이른바 '법어'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내용이 어려워서라면 그거야 듣는 이들 쪽에 책임이 있겠지만, 사실은 그것보다는 전달하는 용어가 불문명하고 일상적인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각 단위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정기 법회의 예를 보더라도 경우는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초하루 법회이던 관음재일이나 지장재일이던 무슨 내용으로 법회를 하는지 스님들이야 알겠지만 거기에 참석하는 회중들은 거의 모르기 일쑤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의식을 전승하는 것도 아니다. 법회의 절차나 거기에 등장하는 염불의 높낮이도 제각기이다.

불교가 각자의 수행을 중요시 여기는 종교라는 것은 새삼 이야기할 것도 없다. 나 자신 밖에 있는 절대자의 은총에 의존하기보다는, 각자 저마다의 업장을 소멸하고 거룩한 서원을 세워서 쉼 없이 실천해 가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막상 각 사찰에 다니고 있는 신도들이 이것을 얼마나 알고 자신의 신앙으로 실천하고 있는가?

부처님이나 보살님의 명호를 외우면서 정근하는 경우는 그래도 많은 신도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있다. 염불을 통한 신행은 폭넓게 정착되어 있다. 한국불교에 있어 현재로서는 가장 신도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들을 어루만져주고 애환을 함께하고 부처님의 세계로 인도하는 가르침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 나라 불교계에 알려진 수행의 방법은 염불 말고도 경전을 공부하거나 참선을 하는 방법도 있다. 행선축원의 기도문 중에 '염불하는 이에게는 삼매가 드러나게 해 주옵시고, 참선하는 이에게는 의심이 사무치게 해 주옵시고, 경전 공부하는 이에게는 지혜의 눈이 뜨게 해 주옵소서'라는 게 있다.

그런데 경전을 공부할라 치면 어디에 가서 어떻게 누구에게 배워야 하는가? 각종 불교 계통의 교양대학에서 그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 절에나 간다고 해서 경전을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강사스님이나 경전을 전문으로 강의할만한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는 절이 얼마나 되나?

참선의 경우는 어떠한가? 참선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보급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좀 더 들어가 화두 간택을 어떻게 해야 하고, 나아가 화두를 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망상을 어떻게 처리하고 마장을 물리쳐야 하는 지를 지도할 선사스님들이 일선 사찰에 얼마나 배치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일반신도들에게 개방하는 사찰이 얼마나 되나?

종헌 종법 상으로 조계종에서는 화두선을 표방하고 태고종에서는 화엄일승교학을 표방하고, 천태종에서는 지관좌선을 표방한다. 각 종단별로 전통 있고 특색 있는 훌륭한 지침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니 이제는 저마다의 가르침을 쉬운 말과 문장으로 잘 다듬어서 일반신도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일반인들이 지침을 실천하여 저마다 부처님의 체험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염불은 많이 보급되어 있으니, 이제는 전문 강사스님이나 선사스님, 혹은 그에 준하는 인력을 일선 사찰에 배치해야 할 것이다.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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