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만리 순례길은 ‘상생·평화의 길’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08.12.22 11:23
  • 댓글 0

도법 스님, 14일 지리산서 1217일간의 순례 회향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12월 14일 지리산 성삼재에서 100배 절 명상 기도회로 장장 1200여 일 동안의 전국 순례를 회향하고 있다.

“생명의 실상이 본래 그물의 그물코처럼 존재하는 것임을 가슴에 새깁니다. 공동체 생명들은 서로 의지하고 도울 때 비로소 행복하게 되는 진리를 생각하며 절을 올립니다.”

지리산 노고단을 향해 정성스럽게 절을 올렸다. 한 배 한 배, 이어진 100번의 절과 명상. 그 동안 길에서 묻고 길에서 얻었던 마음들을 하늘에 전했다. 지리산 노고단 하악단. 한반도의 큰 정기를 품고 있어 조선시대 때 매년 국가 차원의 산신제를 올렸던 곳. 5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 다시 찬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마음으로 순례에 동참했거나 직접 참여했던 사부대중 300여명이 하늘에 마음을 전했다.

2004년 3월 1일 입재

생명평화탁발순례단(단장 도법)이 12월 14일 지리산 성삼재에서 100배 절 명상 기도회로 장장 1200여 일 동안의 전국 순례를 회향했다. 생명평화결사에서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고 도법 스님을 단장으로 순례단을 결성, 2004년 3월 1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한 지 5년 만이다. 지리산을 시작으로 제주, 부산, 경남, 울산,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을 탁발했다. 탁발은 얻는 행위다. 그러나 탁발은 단순히 얻는 것만이 아니다. 주는 이에겐 나눔이었고, 얻는 이는 겸손과 감사를 배우는 공부다. 나눔과 섬김, 모심과 살림의 생명평화정신이 깃들어 있다.

3만 여리를 걸었고 8만 여명을 길에서 만났다. 마을주민, 어린이와 청소년, 농민, 교사, 회사원을 비롯해 시민, 환경단체 회원, 면장과 군수, 시장 그리고 이웃종교 성직자와 신자들. 1217일 동안 길에서 생명평화의 길을 물었다.

문제는 엇비슷했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미명아래 골프장,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으로 산하는 벌겋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1년 내내 아기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농촌, 문을 닫는 공장들, 실업자들 그리고 대운하까지. 순례단은 온전히 탁발했다. 그리고 길에서 생명과 평화를 길어 올렸다. 결론은 네가 내 길이었고, 내 생명이었다. 나, 내 가족, 내 직장, 내 집단, 내 지역, 내 나라 중심의 이기심을 버리는 것이 길이라고. 비움과 나눔, 모심과 살림,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 희망이라고.

“한 사람 한 사람 가슴에 생명평화의 기운이 차오르길 기원합니다. 내 삶에서부터 내 가정, 동네, 지역의 일상적 삶의 문화가 생명평화의 기운으로 가득 찰 때 희망의 길이 열립니다. 비우고,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고 길에서 배웠습니다. 주부는 밥을 하고 학생은 공부를 하고, 농부는 밭을 갈고, 하늘의 태양과 별, 달 그리고 대지의 산과 강, 들, 숲이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자신의 삶이 가능합니다.”

순례단장 도법 스님이 하늘에 아뢨다. 순례단도 하늘에 아뢨다.
“물처럼 살겠습니다. 논에 가면 벼를 빛나게 하고 산에 가면 나무를 빛나게 하고, 목마른 이에게 가면 그를 살리는 물처럼, 그렇게 스며들어 더불어 살겠습니다. 나를 버리고 비우고 나누고 감사하며 단순 소박한 삶을 가꾸겠습니다. 세상이 밝아지면 그때 비로소 나의 생명도 빛날 것입니다. 이러한 뜻 하늘에 아뢰니 하늘이시여, 저희의 뜻을 굽어 살피소서.”

순례길 도반만 8만 명

순례단의 외침이 지리산 골짜기마다 골골이 스며들었다.
대다수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나라는 더 부자 나라가 되었고, 넘쳐나는 물질적 풍요 속에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삶의 내용은 거꾸로 생명들의 위협하고 서로 상처를 주고 있다. 내가 살기위해 남을 죽여야 한다. 현실은 내가 딛고 있는 불확실성이다. 죽여야 산다. ‘버림’이나 ‘비움’은 경쟁사회에서 곧 무장해제였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해답이란 두려움을 이기는 힘을 갖는 것 아닐까. 묻고 또 물을 일이다.
 
지리산=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