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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불교에 호감은 가는데

기자명 법보신문

동국대 교수 보광 스님

무자년도 저물어 가며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항상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 했던 때라고 한다. 금년에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리 불교계에서는 한 여름의 뙤약볕 속에 불타오르는 아스팔트 위에서 수십만의 불교도가 모인 “범불교도 대회”가 있었다. 조선 500년 동안 억압과 멸시와 탄압을 받아 오던 한국불교가 이제 또 다시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때는 유교가 우리를 없애려고 하였다면, 이제는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가 우리를 말살시키려고 하고 있다. 편협하고 일방적이며 유일신적인 신앙교육을 받아온 일부의 종교인들이 다른 종교를 용납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신앙만을 강요하고 있다. 더구나 국가의 녹을 먹고 있는 공직자 중 일부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앞뒤를 구분하지 못하고 날 뛰고 있다. 우리는 이 나라의 대통령을 뽑은 것이지 기독교의 대표를 선출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로가 모여 장관이 되고, 목사가 청와대의 비서관이 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광경을 보다 못하여 우리 불교인들이 분연히 일어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뜻과는 반대되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우리들에게 진정한 국민의 소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월 23일부터 1주일 동안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라는 단체에서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이다. 이 중에서 한 가지 흥미를 끄는 부분이 있어 소개 하고자 한다. 즉 종교에 대한 호감도 조사이다. 우리 국민들의 종교 호감도에 대해서 불교가 31,5%, 가톨릭이 29,8%, 개신교가 20,6%, 유교가 2,5%로 나타났다.

이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교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가 가장 높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호감도가 곧 바로 자신의 종교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자신이 불자라는 뜻은 아니다. 이는 단순한 호감도 일뿐이다. 이러한 호감도를 어떻게 불교로 접근하게하고, 불자로 귀의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세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한다.

왜 국민들은 불교에 호감을 가지고 있을까? 국민들이 불교에 호감을 가지는 것은 오늘날 우리 불교인들이 잘 해서가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이 위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는 불교의 교리가 다른 종교에 비할 수 없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는 한국인들은 아무리 다른 종교를 가진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깊숙한 피 속에는 한국전통불교에 대한 유전자가 이미 내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700년 동안 우리의 역사와 동고동락 해온 전통불교문화에 대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부처님 덕이며, 조상의 덕이다.

그러면 불교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들어 올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불교에 관심은 있지만, 쉽게 접근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비불자가 법당에 한 번 들어오기까지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한 발을 법당 안으로 들여 놓기까지 수많은 세월이 걸린다. 부부가 같이 절에 오면서도 부인은 법당에 들어가 참배를 하지만, 남편은 차안에서 기다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각 사찰에 수많은 관람객이 오지만, 법당에 들어가서 참배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먼저 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법당 안이 아니라도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그들의 호감도에 실망하지 않도록 스님들이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하여 수행자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불자들은 불자다운 행동으로 부처님을 욕되게 하는 일을 삼가야 하며, 사회에 불자로서의 모범을 보이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불교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결코 실망을 주지 않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보광 스님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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