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불만다라]48. 진정으로 귀한 사람

기자명 법보신문

모든 원인 나에게 있기에 자신 다스리는 자가 귀인

원한을 품은 사람들 가운데서
원한을 버리고 즐겁게 살자
원한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도
원한에서 벗어나 살자
 - 『법구경』

부처님이 사밧티의 거리에서 걸식을 하고 계실 때,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라드바자가 부처님을 보고 기염을 토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머리 깍은 걸인아, 천한 사람아 거기 섰거라.”라고 소리치면서 달려들었다. 이에 부처님은 걸음을 멈추고 바라문 바라드바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몹시 자애로운 모습으로 바라문에게 되물었다. “그대는 지금 참으로 천한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며 천한 사람을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 줄을 알고 있는가?”라고. 너무나 조용한 부처님의 모습에 바라문은 잠시 할 말을 잊고 서있었다. 이에 부처님이 바라문 바라드바자에게 설해준 것이 『숫타니파타』의 「천한 사람장」이다.

성내는 자가 ‘천한 사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맨 처음에 천한 사람을 만드는 조건은 ‘화를 잘 내고 원한을 쉽게 품으며, 성질이 못돼 남의 미덕을 덮어 버리고, 그릇된 생각으로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서 이 세상에 있는 생물을 해치고 동정심이 없는 사람, 시골과 도시를 파괴하고 공격하여 독재자로서 널리 알려진 사람, 마을에서나 숲에서나 남의 것을 훔치려는 생각으로 이를 취하는 사람, 가진 재산이 풍족하면서도 늙고 병든 부모를 섬기지 않는 사람, 나쁜 일을 하면서 아무도 자기가 한 일을 모르기를 바라며 숨기는 사람 등도 천한 사람의 반열에 들어 있다.

여기에서 제일 첫 번째로 천한 사람이 되는 조건은, 화를 잘 내고 원한을 쉽게 품으며, 성질이 못돼 남의 미덕을 덮어 버리고, 그릇된 생각으로 음모를 꾸미는 것이라고 한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천한 사람은,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일에도 화를 잘 내고 원한을 쉽게 품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처음부터 남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잘 다스려서 화를 내거나 남을 거슬리는 일을 삼가해야 하고 원한을 품는 마음가짐은 자신을 천박하게 만든다는 경책인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면서 천하고 귀한 서열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의 행위에 의해서 천하고 귀한 사람으로 나누어진다는 가르침이 『숫타니파타』「천한 사람장」의 결론이다.

이제 『법구경』 위의 게송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나 자신이 설사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하더라도 원한의 감정을 갖는 대신에 오히려 원한의 감정을 자신으로부터 떨쳐버리려는 노력을 하라는 말씀으로 이해된다. 상대방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 나의 감정을 조절해 간다면 이는 대상에 좌우 되거나 남의 감정에 말려드는 결과에 불과하다. 세상의 모든 현상 가운데 나를 편안하게 하고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거듭 화만 내거나 남을 향하여 원한과 나쁜 감정만을 쌓아간다면, 세상은 참혹하고 삶은 고통의 연속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는 원한과 악의 고리가 만연해 있기에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라고 부처님은 일찍이 타이르셨다. 원한으로 가득하고 악의 고리로 뒤엉킨 세상에 살면서 중심은 항상 나 자신에게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선어록 『위산대원선사경책』에는 ‘소리가 조화로우면 메아리가 순조롭고, 형상이 곧으면 그림자도 단정하다. 인과가 역연하거니 어찌 근심하고 두려워 할 것이 없겠는가?(聲和響順 形直影端 因果歷然 豈無憂懼)’라는 말씀이 있다. 이는 인과가 분명하다는 경책의 말씀이지만, 동시에 모든 벌어지는 현상에 대하여 근본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메아리가 순조롭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먼저 조화로워야하고, 곧은 자세의 그림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나의 모습이 먼저 올곧아야 한다는 가르침인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모두는 잘못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기보다는 항상 남을 탓하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버릇이 있다. 『논어』에 공자님께서 ‘어진 것이 멀리 있겠는가? 내가 어질고자하면 곧 바로 그 어짊이 가까이에 다가 온다.(仲尼曰 仁遠乎哉 我欲仁斯仁至矣)’라고 말씀하신 것도 같은 맥락의 의미이다.

목소리 좋으면 메아리도 좋다

이제 우리는 세상이 혼탁한 것도 알았고 인과응보가 분명한 진리도 알았다. 그리고 그 인과응보의 원인 제공이 바로 나 자신에게 있는 것도 알았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밖의 대상에 휩쓸려 흘러가기 보다는 나 자신의 서 있는 모습을 살펴 보아야한다. 스스로 원한에 찌들어 있기 보다는 자애로운 자세로 남을 대해야 하고, 악한 행위보다는 선한 삶을 살도록 자신을 가다듬을 때이다. 남을 미워하는 악취를 자신으로부터 뿜어내기 보다는 연꽃과 같은 향기를 풍기도록 수행할 때이다. 내사 서있는 자리가 다 참되기(立處皆眞 )를 기도하고, 내가 향하는 곳에 온통 연꽃의 향기가 가득하기(蓮香滿堂)를 서원한다. 연꽃이 더러운 진흙에 뿌리를 박고 서있으면서도 한 방울의 흙탕물도 받아들이지 않고 변함없는 향기를 뿜어내는 모습을 새삼 배우고 익힐 때이다. 세상이 각박하면 각박할수록, 삶이 고단하면 고단할수록 부처님 진리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연꽃과 같아야 한다고 자부한다. 더러움을 승화시킬 수 있는 수행의 힘을 당부하는 마음에서이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원심회 김장경 회장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