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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수 있는 한 희망은 있다

기자명 법보신문

[논설위원]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연말연시가 되면서 여러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새해 인사를 전한다. 하루에도 몇 십 개씩 전해지는 문자 메시지 가운데 가슴을 때리는 문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다. “숨 쉴 수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의 이태리 말이란다. 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준 사람의 결코 희망을 잃지 말자는 다짐이 내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새해는 그저 2008년만 같으면 좋겠다”라는 문자 메시지도 있다. 2008년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2008년보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절박한 바램이다. 문득 가슴이 아려온다.

돌아보면 2008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혼돈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해였다. “(물질적으로 흥청망청)잘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국민이 선택했던 이명박 정부는 “(불법과 탈세 등 온갖 수단으로 돈을 많이 벌은 우리 1%만)잘 살고 싶다”는 ‘고소영’, ‘강부자’ 정책으로 한 해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법치는 뒷걸음치고 국민의 살림살이는 너무 어려워졌다. ‘욕망의 정치’로 탄생한 시장만능주의 보수정권이 1987년 6월 항쟁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이뤄진 변화와 개혁을 거스를 것이라는 ‘반동의 세월’에 대한 우려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이렇게 멀리, 이렇게 뻔뻔하게 과거로 역주행할 줄은 몰랐다.

사실 모든 부문에서의 후퇴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이미 2007년 초부터 그런 조짐들이 나타났다. 일제식민통치를 노골적으로 미화하고 해방 후의 군사독재를 공공연하게 찬양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뒤 국민의 자유를 짓밟고 인권침해를 일삼았던 박정희가 가장 뛰어난 지도자로 평가받고, 광주의 피로 권력을 잡았고 천문학적 불법정치자금으로 옥살이까지 했던 전두환의 호를 딴 일해공원을 만든 것이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는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어 한나라당 당내 경선과정에서부터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나타났다. 『잡아함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잘못된 지도자를 믿으면 불행을 면치 못한다고 하셨다. 그러나 우리는 최고의 공적 시민인 대통령의 선택에서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며 욕망에 치우쳤던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이명박 정부는 대다수 국민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국정을 운영했다. 국민의 뜻과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소수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였다. 미국산쇠고기 수입개방과 교육의 시장화, 역사교과서 수정, 경찰과 검찰의 폭력적 공권력행사, 국정원의 권력 강화, 남북관계에서 화해와 협력의 포기, 4대강 정비사업, 종부세 완화, 미디어 장악 시도 등 어느 것 하나도 잘했다고 칭찬할 만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경제위기로 국민의 살림살이는 나빠지고 있는데도 재정경제부 장관은 “원 없이 돈을 써봤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고 있다. 재정경제부 장관이 원 없이 썼다는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는가? 서민의 가슴에는 대못만이 박힐 뿐이다.

또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지나친 종교편향으로 새로운 사회갈등이 생겼다. 그러나 현 정부는 노골적으로 종교편향을 저질렀다. 그래서 범불교도대회도 열었지만 아직도 정부의 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 남을 해치는 말, 거친 말, 나쁜 말, 남의 원한을 사는 말을 버릴 것을 가르치고 있는 『화엄경』을 한번 읽어보라고 정부에 보내고 싶다.

2009년 새해가 밝았다. 어두운 경제 전망 때문에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 올 한 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더 우울한 한 해가 될 것이다. 특히 일반 서민과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과 물가 폭등, 대량 실업으로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더라도 결코 주저앉거나 한탄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모두 힘을 합쳐 희망찬 내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희망의 새 해가 다시 뜰 것을 믿으면서 힘차게 시련의 언덕을 넘어가자. “스페로 스페라”

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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