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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49. 승리보다 더 큰 기쁨

기자명 법보신문

승패에만 집중하면 즐거운 인생은 없다

승리는 원한을 낳고
패자는 괴로워 누워 있다.
마음의 고요를 얻은 사람은
승패를 버리고 즐겁게 산다.
 - 『법구경』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전쟁으로 얼룩진 세상이다. 현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감성은 더욱 풍부해졌고 이성은 고도로 높아졌다. 또한 지성은 교육을 통하여 첨예하게 발달하고 있다. 이렇게 풍요롭고 밝은 심성을 개발한 인간이 자신과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이전투구(泥田鬪狗)와 같이 싸움을 일삼는다면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 것인가? 먼 옛날에 일어난 일로 역사의 교과서에서나 기록될 법한 전쟁이 지금도 지구한쪽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인간의 이기주의를 절감한다. 어리석은 인간의 역사도 거룩한 신의 역사도 전쟁으로 얼룩져 있다. 신 또한 결코 싸움에 있어서는 전지전능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의 다른 모습이 있다. 이긴 자가 있고, 패배자가 있다. 밤의 어두움이 있는가 하면, 대낮의 밝음이 또한 있다. 부자가 있는가 하면 가난한자도 있고 요즈음 말로 얼짱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사람도 살아가고 있다. 세상의 이 두 길은 곧 진리의 모습이며, 널리 보면 우주의 진리다. 지구의 감각이 아닌 우주적인 감각으로 살아갈 때, 이 세상 모든 길은 진리로서 다가오는 것이다. 옛날에 짚신과 나막신을 팔아서 생계를 삼는 두 아들을 둔 노모가 있었다. 비가 오면 짚신 장사인 아들 걱정으로 마음이 아프고 해가 뜨는 날이면 무거운 나막신이 잘 팔리지 않을까봐 나막신을 파는 아들 걱정으로 번민하였다고 한다. 모정의 애절함으로 말하자면 어머니의 아픈 마음 그 자체도 또한 진리일 것이다.

상극의 공존이 세상의 모습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일순간에 기쁨이 다가온다. 비갠 마른 날에는 짚신이 잘 팔려서 기쁘고, 비가 오는 궂은 날에는 물이 새지 않는 나막신이 잘 팔려서 기쁘다. 모든 일에 승리는 기쁨을 가져오고 패배는 슬픔을 가져온다. 누가 이기고 져도 마찬가지이다. 우주적인 감각으로 생각한다면 내가 이기고 다른 사람이 지는 것이 그렇게 기쁜 일만도 아니다. 삶의 두 길인 승리와 패배는 누가 이기고 졌든지 간에 그대로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기면 내가 이겨서 기쁘고 다른 사람이 이기면 다른 사람이 이겨서 기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지면 내가져서 슬프고 다른 사람이 지면 다른 사람이 져서 슬플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주적인 감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세이다. 적어도 불교적으로 말하면 그런 것이다. 내가 이겼다고 기뻐하고 내가졌다고 슬퍼한다면 나의 모습이 너무나 졸갑스럽다. 단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갈 뿐이다. 때로는 승리가 있고 때로는 실패가 있을 것이다. 승리를 얻었을 때에는 남을 배려하는 자세로 자신을 낮추고 패배를 하였을 때에는 쉬어 가면서 숨을 고르는 기회로 삼도록 하자. 달려가기만 하면 길가의 아름다움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때로는 숨을 고르며 쉴 수 있을 때 무한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승패에 인생을 거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최선을 다하면서 쉬지 않고 걸어 갈 뿐이다. 한국의 참선수행을 미국에 전파하여 많은 제자를 키우신 숭산행원 큰 스님께서 제자들을 가르치시면서 입버릇처럼 “오직 할 뿐”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다고 한다. 내가 할 일, 해야 할 일을 오직 했을 뿐이다. 승리를 탐착하거나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할 뿐이다. 승패를 버리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오직 할 뿐”이라는 화두가 참으로 유용하다.

부처님 당시에 논에 물을 대려는 일로 두 부족이 싸움을 일으키려는 사건이 벌어졌다. 몹시 가뭄이 든 해에 한정된 웅덩이의 물을 서로 자기 논에 대려고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작은 다툼은 큰 싸움이 되더니 결국은 마을 부족끼리의 싸움이 되어서 사람을 살상할 큰 싸움으로 번지고 있었다. 이 싸움을 말리기 위하여 부처님이 달려 가셔서 “물을 대어 농사를 짓는 것도 사람을 살리기 위함인데, 물로 인하여 서로 싸우고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타이르셨다. 참으로 중요한 일은 방치하고 보잘것없는 일에 목숨을 거는 일은 어리석은 일임을 거듭 깨우치셨다.

오직 마음의 평정 지켜야

부처님의 간곡하신 말씀에 모두가 지혜의 눈을 뜨게 되었고 큰 싸움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중요한 일 년 농사를 함께 잘 짓기 위하여 두 부족 모두가 부지런히 노력한 끝에 가뭄을 잘 이겨내고 가을에 큰 수확을 거두었다고 경전에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 싸움을 말리시고 모두가 평정을 되찾았을 때 부처님은 다음의 게송을 말씀하셨다고 한다. 『법구경』거해 스님의 번역에 의해서 인용해 보자.

우리 진정 행복하게 살아가자. 증오 속에서도 증오 없이 미워해야 할 사람 속에서도 미움을 버리고 우리 자유롭게 살아가자. 우리 진정 행복하게 살아가자 질병 속에서도 질병 앓지 않고 병자들 속에서도 병듦 없이 우리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아가자. 우리 진정 행복하게 살아가자. 쾌락된 환경에 물들지 않고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쾌락을 따르지 않으며 우리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자. 우리 진정 행복하게 살아가자. 아무런 근심 걱정 없고 소유도 없이 기쁨과 만족을 음식으로 삼고 항상 선정에 들어 있는 천신(天神)처럼 행복하게 살아가자.

승리와 패배를 뛰어 넘어서 오직 노력 정진 할 뿐,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도록 마음고요 수행을 실천하는 나날이 되기를 기원한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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